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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백파의 공관(空觀)과 유식(唯識)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본래 없기 때문에 공이요(遍計所執), 유형은 인연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공이며(依他起性), 원인 없이 공중에 유형이 생길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가 공(圓成實性)’이라는 논지로 공사상과 유식에 대한 합일점을 도출하고 있다.
<식지변설>은 조선의 억불숭유 정책으로 말미암아 승단체계가 무너지고 교와 선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백파가 선에 입문한 사부대중과 함께 수선결사해 저술한 조선시대의 대표적 유식학서다. 내용 구성은 역대 조사의 선지와 선풍을 한데 모아 식이 분별하는 여러 문제를 지해(智解)하고 선리(禪理)를 올곧이 펼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성관 스님은 “<식지변설>은 선수행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효의 <발심수행장>과 보조국사 지눌의 <계초심학입문>을 인용해 식의 올바른 지해(智解)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이는 어리석은 분별도 지혜로운 분별도 모두가 조금안다고 하는 하나의 의식에서 일어난 식의 분별이므로 정(正)과 사(邪)의 바른 지해로 생멸에 대한 분별을 여윈 바른 지혜탁마에 정진할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성관 스님은 <식지변설>의 내용 가운데 <한불전>의 대목을 인용해 “식(識)이란 ‘알음알이’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는 제법의 실상을 잘못 분별했을 때 일어나는 인식으로 이것이 업(業)을 지어서 결과적으로 삼계를 윤회케 하는 주체가 되며 지(智)는 부동심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그 자체가 진리이기 때문에 번뇌망상을 끊고 성불할 수 있는 도리를 말함”이라고 말했다.
바꾸어 말하면 지는 곧 ‘마음 본체’를 가리키며 전변(轉變)하여 어떠한 실상도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 밖에 있다고 하는 물심(物心)의 모든 현상은 그 자체가 주관과 객관으로 변해 나타나서 인식의 대상과 같은 모습으로 마음 가운데 유형으로써 비춰 떠올려 실재인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이다.
또 “식의 올바른 증득을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육바라밀 실천과 형식이나 외형적인 계상(戒相)보다 청정한 계율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수행의 단계에 대해 성관 스님은 “육바라밀의 수행단계를 중생구제의 실천덕목인 ‘보시, 지계, 인욕’과 자리이타 덕목인 ‘정진, 선정, 지혜’ 등으로 나눠 이를 바탕으로 한 반야행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육바라밀의 실천수행은 식의 분별심을 버린 바른 믿음의 신행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최상승의 깨달음 혹은 정등각)’의 무분별 지혜에 이르게 됨을 말하고 염불수행 또한 칭명염불이 아닌 ‘염불하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돌이켜 관찰할 것을 가르치는 것과 동일한 논리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육바라밀 수행의 근본’이라는 것. 이는 곧 <대반열반경> 사의품을 인용해 식과 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식지변설>의 핵심 내용인 ‘더럽고 깨끗함이 모두 하나의 식이 일으킨 문제를 바로 지해(智解)하여 오직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가 깨끗하며 중생의 성품이 본래 부처이므로 마음이 청정하면 그대로가 극락정토’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