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 꼭대기 고원 늪지 뒤편에 살고 있던 도롱뇽들이 9월 7일부터 부산의 한 연극 무대에 올라 지율 스님과 관객을 만났다.
극단 새벽이 ‘도롱뇽 소송’을 소재로 만든 연극 ‘그리하여 그들은…’에 등장하는 도롱뇽들은 인간과 도롱뇽의 입장을 바꿔놓은 관점에서 얘기를 시작한다. 도롱뇽이 서식지 확장을 위해 지하터널을 계획하고 그 지하터널이 인간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상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잔잔한 노래와 함께 진행되는 연희극 형식의 이 연극은 극적인 ‘감동’과 환경영향공동보고서, 도롱뇽 소송의 법정 상황 등 ‘사실’ 사이를 오가며 도롱뇽소송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그리하여 그들은…’이라는 제목에서 ‘그들’은 법적 판결을 내린 재판부, 고속철공단 관계자, 천성산대책위 관계자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도롱뇽 소송 기각 이후 그들은 어떻게 될까? 그 물음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물음이다.
이번 연극은 도롱뇽소송을 극화했다는 점 외에도 연극 자체가 천성산 살리기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사전제작후원제’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해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불자, 스님, 일반시민 등이 제작비를 후원해 연극을 만드는데 동참하기 때문이다. 연극에 도입한 독립영화 운동과 같은 사전제작후원제를 통해 천성산 살리기 운동에 대한 공유와 소통을 이끌어내겠다는 극단 새벽의 의지가 담긴 시도다. 9월 3일, 공연을 앞두고 시연회를 열어 천성산대책위 관계자와 일반인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도롱뇽 소송의 과정과 연극 제작을 둘러싼 의견을 나눈 것도 그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이동민씨는 “5월 지율 스님을 뵙고 연극 제작을 결심하기 까지 고민이 많았다. 도롱뇽 소송 기각이 곧 천성산 운동의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연극제작을 통해 이 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운동가들만의 운동이 아니라 환경이나 생명이 개인의 생활 속으로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리하여 그들은…’에 참가한 관객들과 함께하는 천성산 기행이나 ‘공간 초록’에서의 토론 등을 이끌어내겠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밝혔다.
그래서 다른 연극 제작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장기 공연으로 기획했다. 10월 1일까지 남포동에 위치한 소극장 실천무대에서 일주일에 5회(목, 금 저녁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 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 공연된다.
“환경운동에 대한 하나의 입장 전달이 아니라 모든 존재는 상생의 거대한 흐름에 함께 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싶었다”는 이성민 연출자의 말처럼 연극 ‘그리하여 그들은…’은 생명이 생명을 살리는 큰 순환을 일깨우며 막을 내린다.
‘공간 초록’ 개원 행사 이후 영덕 토굴에서 머물다 연극 공연 관람을 위해 부산에 온 지율 스님은 “도롱뇽소송 기각 이후 많이 힘들었다. 그것은 패소의 절망이 아니라 그 과정에 드러난 사회의 여러 부정적 단면 때문이었다. 연극을 통해 그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또 다른 희망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051)245-5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