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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이 경주 남산 아랫자락에 작업실을 차린지 6년만에 그 동안의 결실을 기획초대전 ‘천년 신라의 꿈’에서 모두 풀어냈다.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하다보니 첫 출발은 사실적인데서 출발했다”는 박 화백은 “현장을 충실히 담는데서 출발했던 내 그림의 시작은 세월이 흐르면서 붓은 적게,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이미지는 크게 그리게 됐다”고 작품의 경향을 설명했다. 그림 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단상은 그림 한 켠에 곱게 적혔다. 초서체와 추사 김정희 선생을 좋아하는 박 화백이 직접 쓴 글씨들은 글과 그림의 경계를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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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2층 제3전시실. 박 화백이 마음먹고 ‘대작’들로만 꾸며놓은 곳이다. 석굴암 본존불과 십대제자가 배열된 안쪽 코너 ‘법열’은 벽을 세워 마치 석굴암에 들어온 것처럼 장엄한 느낌을 살렸다. 합장하고 향이라도 사를 분위기다.
‘법열’ 앞에는 탁본 기법으로 신라를 그린 ‘천년 신라의 꿈-원융의 세계’와 금강산과 중국산의 이미지를 혼용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그려진 ‘현율(玄律)’, 인왕산과 화엄사 각황전을 환상적으로 배치한 ‘백운(白雲)’ 등이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제2전시실에 걸린 가로 10m에 달하는 ‘불보의 세계’는 통도사 입구에서부터 금강계단 영취산에 이르기까지 낮밤을 한 화폭에 담았다. “절의 경치가 워낙 뛰어나서 ‘절경’”이라 말하는 박 화백은 통도사를 제일 좋아한다. “영취산도 좋고, 절 건축이 퇴락하고 불사를 적당히 한 역사와 숨결이 배어나는 절”이기 때문이다. 사찰에서 함부로 개불 단청하는 것은 문화재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화업 50년에 들어선 박대성 화백은 “인생에 있어 무언가를 찾아헤매면서 막연하게 그림이 좋았다”며 “이제는 그림은 화두가 됐고 그림을 그려온 내 생은 어떤 삶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자부심을 안겨주는 삶”이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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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화백에게는 24시간이 모두 작업시간이다.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그 순간만이 아니라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그림을 놓지 않는다. 그림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는 24시간 풀가동체제다.
박 화백은 1995년 불국사 그림으로 화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때를 회고하며 당시 불국사 주지 설조 스님과 부주지 성찬 스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현했다.
“무턱대고 찾아가 방 하나 달라던 낯모르는 화가에게 설조 스님과 성찬 스님은 방을 내주셨어요. 불국사 무상출입에, 밤에도 다니도록 허락해 주셨죠. 근 1년을 머무르며 불국사의 사계를 담았습니다. 가로 8m와 가로 9m짜리 대작 불국사 그림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시에서도 탄성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됐지요.”
설조ㆍ성찬 스님에게 아직도 마음의 빚을 지니고 산다는 박 화백은 “미래불사는 이런 문화작업에서 나올 수 있다”며 불교 사찰 등을 소재로 작업하는 예술인에 대한 스님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부탁했다.
가톨릭신자인데 왜 이렇게 불교 이미지에 매달리는지 궁금했다. “불교집안에서 자란 탓도 있지만 우리 전통문화는 불교문화의 뿌리가 깊고 사찰이 좋다”는 박 화백은 “70년대 신부님의 도움으로 어려움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에 가톨릭에 귀의했지만 평생 절만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고 인연을 설명한다.
이제 박 화백은 풍경 그림을 조금 멀리하려 한다. 지난해 회갑이 지나면서 지금까지 그려왔던 그림이 장식하는 파트는 마무리할 생각이다. 그림인생을 회향하면서 다시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 나서고 싶다는 것이 박 화백의 소망이다.
“앞으로 풍경보다는 현대 조형언어에 맞는 성화 불화를 그리고 싶어요. 전통적인 것만이 아니라 현대적인 종교그림을 그리는 것이 남은 꿈입니다.”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