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종무원법 개정은 대표적인 ‘개악’ 사례로 꼽히고 있다. 9월 12일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일부 중진급 종회의원들이 의도성을 갖고 종법 개악을 미리 담합하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있을 수 없다”며 이날 상정된 종무원법 개정안 제6조 1항의 7호 수정의 고의성을 의심했다
최초 종헌종법제개정기초위원회(위원장 향적)가 제시한 제6조 1항의 7호 개정안에는 ‘국법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사실이 있는 자’ 이었지만 본회의에서는 ‘국법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되거나 복권되지 아니한 자’로 변질됐다.
기초위의 애초 의도는 제6조 1항의 단서조항(다만 제7호 내지 제9호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헌 종법에 따른 종무행정 행위 또는 사찰불사, 수행환경 보존 및 개선, 민주화, 환경보호, 통일, 사회정의를 위한 행위가 원인이 되었던 경우에는 제외한다)을 통해 그동안 민주화 운동, 종단개혁 등 불가피한 사유로 종무직 진출이 불가능 했던 스님들의 장애를 없애려 한 것. 그러나 수정된 개정안은 엉뚱하게 1항 7호의 ‘국법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사실이 있는 자’의 종무원 취임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까지 덩달아 수정해 이 같은 비난을 자초했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형이 실효되거나 복권되면 종단의 소임을 맡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6조 1항의 단서조항에 기초위안에는 없었던 ‘사찰불사’라는 단어가 삽입된 것도 문제다. 불사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불사와 관련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고보조금 횡령, 과도한 불사로 인한 문화재 훼손, 사설사암 미등록 전매 등의 행위도 모두 불사로 인한 행위라면 종무원 취임에 문제가 없다.
5일 오후 2시 속개된 본회의는 표결에 앞서 각 호의 문안을 수정하는 독회(讀會) 과정을 거쳤다. 이때 중원 스님은 “조문에 통일의 의미가 민주통일인지 적화통일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김을 뺐고, 초선의 혜림 스님은 단서 조항에 국법을 어기며 적법하지 않은 불사로 실형을 받은 경우는 예외로 해야 하던지 불사라는 단어를 제외해야 한다“며 소신을 펼쳤으나 종회의장 법등 스님이 ”조계사 경내 건물 가운데 대웅전을 제외하면 불법건축물이 아닌 게 없다“며 ”현실을 모르는 소리말라“라며 혜림 스님의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결국 40여분 동안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는 동안 회의장 안에서는 “의장!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끝내”라는 성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영담 스님은 “7호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사실이 있는 자’라는 표현은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정휴 스님은 기다렸다는 듯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되거나 복권되지 아니한 자로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모든 논의가 일단락됐다.
이어 곧바로 표결이 진행됐고, 국제회의장 안에 있던 일부 기초위원스님들이 퇴장 한 가운데 49명 재석, 37명 찬성, 3명 반대, 기권 9명으로 개정안이 가결됐다. 이렇게 기초위가 처음 논의한 개정의도와 정반대의 법안이 압도적 표차로 가결된 것.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개정된 종무원법에 따라 종회의원선거법이 개정된 것이다. 선출직종무원 신분인 중앙종회의원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이 실효되거나 복권된 자’라면 얼마든지 피선거권이 주어지는 허점이 발생하게 했지만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장일치로 개정안이 가결됐다.
◆종무원법 개정 전후 조항비교
개정전 | 개정안 |
제 6 조 (결격사유)
①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자는 교역직 종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 1. 환계하지 아니하고 속퇴하였다가 재입산한 자 2. 제적의 징계를 받고 복적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3. 구족계를 수지하지 아니한 자 4. 본종 소속 승려로서 사설사암을 소유하고도 종단에 재산등록을 하지 아니한 창건주 및 그 운영권자 5. 본종 소속 승려로서 본종의 관장하임을 명기하지 아니한 법인체에 소속된 사암의 권리인 및 그 운영권자 6. 종헌 종법에 의하여 종무직 취임에 결격사유가 있는 자 7. 국법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 8. 국법에 의하여 공민권이 정지, 박탈 또는 일부 제한된 자 9. 국법에 의하여 파렴치범으로 처벌받은 전과사실이 있는 자 10. 해당 교역직 종무원 임용 자격에 따르는 법계를 품서받지 아니한 자 | 제 6 조 (결격사유)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교역직 종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 다만 제7호 내지 제9호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헌 종법에 따른 종무행정 행위 또는 사찰불사, 수행환경 보존 및 개선, 민주화, 환경보호, 통일, 사회정의를 위한 행위가 원인이 되었던 경우에는 제외한다 1. 환계하지 아니하고 속퇴하였다가 재입산한 자 2. 제적의 징계를 받고 복적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3. 구족계를 수지하지 아니한 자 4. 본종 소속 승려로서 사설사암을 소유하고도 종단에 재산등록을 하지 아니한 창건주 및 그 운영권자 5. 본종 소속 승려로서 본종의 관장하임을 명기하지 아니한 법인체에 소속된 사암의 권리인 및 그 운영권자 6. 제1항의 제4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로서 그 사암의 운영권을 양도한 경우, 양도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신설) 7. 국법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되거나 복권되지 아니한 자 8. 국법에 의하여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유예 받고,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신설) 9.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공민권이 상실, 정지 또는 일부 제한된 자 10.징계에 의하여 종무원의 직위를 상실한 후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신설) 11. 해당 교역직 종무원 임용 자격에 따르는 법계를 품서받지 아니한 자 12.종헌종법에 의하여 종무직 취임에 결격사유가 있는자 |
◆개정된 중앙종회의원선거법
제 11 조 (피선거권없는 자)
①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 1. 제10조 제1호, 제2호, 제3호, 제5호, 제6호, 제7호에 해당하는 자 2. 면직의 징계로 인하여 해임된 후 1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3. 호계원의 판결에 의하여 피선거권이 정지 또는 상실된 자 4. 기타 종법에 의하여 피선거권이 정지 또는 상실된 자 5. 종무원법 제6조제1항에 해당하는 자(신설) |
뿐만 아니라 ‘승가고시법’은 ‘다’목이 신설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기초위원회 안은 ‘~교구본사주지가 임명하거나 추천한 직에서 4년 이상 종사한자’였지만 본회의에서는 임명권한이 말사주지까지로 확대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1995년 출가자들이 승랍 10년이 되는 해부터 적용될 3급 승가고시 응시자격을 전문교육 기관(승가대학원 등) 수료나 선원 4안거 성만, 박사학위 이수 등으로 제한한 것을 일부 완화한 것이다. 법계고시 때문에 포교와 전법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일부의 우려를 의식한 종법 개정이지만 이를 말사주지가 임명한 소임에 까지 확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교육원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말사의 소임까지 4년을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3급 승가고시 자격요건 때문에 젊은 스님들이 본말사 주지들에게 예속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보경 스님은 분명히 “고시위원장 법산 스님이 승가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교육원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과부적. 하지만 문제는 일부 스님들이 교구본사뿐 아니라 말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밀려들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향적 스님이 “승가고시 자체를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응시자격 요건을 다양화하는 것이어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기초위가 제출한 원안 그대로 통과시킬 것을 요청하면서 일부 종회의원들은 조문에 ‘말사주지’를 포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별 문제 없다는 듯 만장일치로 안건을 가결했다.
◆개정된 승가고시법 조문
제 9 조 (응시자격) 각급 고시에 응시하려는 자는 다음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1. 제5급 고시 가. 교육원에서 설치 또는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소정의 행자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2. 제4급 고시 가. 사미계ㆍ사미니계를 수지하고 예비승적을 취득한 후 4년이 경과한 자로서 교육원에서 정한 소정의 기본교육을 이수한 자 3. 제3급 고시 가. 승납 10년 이상인 자로서 구족계와 견덕(비구니 계덕) 법계 수지 후 교육원에서 정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선원 4안거를 성만한 자 나. 승납 10년 이상인 자로서 구족계와 견덕(비구니 계덕) 법계 수지 후 박사학위과정을 이수한 자 다. 승랍 10년 이상인 자로서 구족계와 견덕(계덕) 법계 수지 후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교구본말사주지가 임명하거나 추천한 직에 4년 이상 종사한자(신설) |
종단 안팎에서는 이러한 중앙종회의 잘못된 법안 개정이 전문성ㆍ책임성 부재로 예견되어 왔던 일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3대 중앙종회 내에 초선의원의 비율이 많아지면서 중앙종회 회의법 등에 익숙하지 못한 채 본회의 참석한 일부 스님들은 노련한 중진스님들의 의사진행에 휘둘리기 예사였다. 14대종회 개원에 앞서 초선 의원에 대한 종회 사무처의 실효성 있는 연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특히 종도 대의기구로서 책임성 있는 역할에 대한 반성도 빼놓을 수 없다. 통합종단 이래 최초로 종도 700여명이 직접 청원한 승려법 개정안은 진지한 토론조차 없이 14대 중앙종회로 이월된 것도 문제다.
특히 종무원법 개정에서 보듯 일부 중진 스님의 발언이 있고 표결이 시작되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어차피 찬성으로 가결될 것이기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일부 스님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문제가 있는 개정안인 줄 알면서도 단 3명만 반대에 손을 들고 대부분이 찬성에 손을 든 것은 ‘소신보다는 계파 수장의 뜻에 묻혀 편하게 간다’라는 일부스님들의 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
이러한 한계는 의원스님 개개인의 표결 기록이 남지 않는 무기명 거수표결이 계속되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모든 표결의 기록이 데이터로 남을 수 있도록, 14대 중앙종회 개원 이전에 전자기표 장비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조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