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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춤 퍼포먼스의 만남. 아시아춤 민족춤 보급을 위해 노력해온 무용가 백향주씨가 비보이와 함께 이색적인 춤판을 벌인다. 관세음보살의 자비와 원력이 담긴 보살춤은 현대 춤판의 최고 춤꾼 B-boy들과 만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일구어낸다.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9월 14~30일 만날 수 있는 댄스퍼포먼스 ‘더 코드(the CODE)’. ‘최승희의 재래’로 주목받아 온 무용가 백향주와 영국 UK챔피언쉽ㆍ프랑스 배틀 디 매쉬 우승에 빛나는 비보이 그룹 T.I.P(Teamwork Is Perfect)의 춤꾼 12명이 색다르게 꾸미는 무대다.
‘잠꼬대 춤’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춤으로 시작되는 무대는 관음보살무, 천수보살무로 제1장을 장식한다. 2장부터는 비보이들의 춤과 무녀의 춤이 한바탕 화합의 몸짓을 보여준다. 비보이의 팝핀춤과 무녀의 단단단춤ㆍ몽골족춤, 격투신춤과 고구려ㆍ티베트가 만난 장삼춤이 어우러진다. 4장에서 경찰춤 새춤 등을 선사한 후 비보이 솔로 무대로 ‘더 코드’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라이벌격인 두 무리의 비보이가 만나 싸움판이 벌어진다. 경찰을 피해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비보이들은 전시된 그림속 무희와 만나 환타지 속으로 빠져든다. 이색적인 손가락 동작이 눈에 띄는 관음보살춤, 빠른 발동작이 매력적인 몽골춤, 신을 부르는 무당춤을 추는 화보집 속 무녀에게 매료되는 춤꾼들. 비보이들의 열망은 벽화 속 무녀를 현실로 끌어내 같이 춤을 추게 만든다.
최승희를 계승한 보살춤을 비롯해 고구려춤에 영향을 준 티베트춤, 몽골춤, 태국춤 등 아시아 각국의 전통 춤이, 비보이들과 만나 어떤 환상의 무대을 맛보여줄지 백암아트홀을 찾아가 보자. (02)459-6937
[인터뷰]백향주 "동아시아춤 현대적 변용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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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 두 살 때였어요. 아버지가 발레 무용수여서 저도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죠. 8살 때부터 22살이 될 때까지 평양을 드나들며 최승희 춤을 배웠습니다.”
군무 중심인 북한 무용계에서 독무를 배우기란 쉽지 않았다. 일본과 북한을 오고가며 필사적으로 배웠다. 백향주씨가 계승한 춤은 월북 전의 춤인 남한의 최승희춤과는 다르다. 월북 후 상당히 달라진 예술세계를 선보였던 최승희가 남긴 춤이다.
그후 5년 동안 중국에 살면서 대학을 다니며 실크로드 인근의 동아시아 소수민족들의 춤을 파고 들었다. 그녀가 주창한 동아시아춤은 한국에 들어와 한국전통무용을 맛본 이후 완성됐다.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춤은 최승희춤의 계승자라고만 알려졌던 일부였던 제가 아닌 동아시아춤꾼인 제 춤을 알릴 예정입니다. 최승희춤은 제 안에서 일부분이기에 최승희춤 외에도 제가 개척해나가는 동아시아춤의 현대적 변용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대에 오르는 고구려춤은 최승희의 마지막 작품을 개작해 고구려춤의 원류인 티베트춤과 접목시킨 춤이다. 관음보살춤은 비보이와 함께 천수보살춤을 춘다. 세계 초연이다. “여자들이 천수보살춤을 추는 경우는 많다”는 백향주씨는 “현대춤을 추는 비보이들이 천수보살춤을 같이 추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라고 말한다.
몽고춤을 기반으로한 비보이들의 격렬한 댄스배틀도 벌어진다. 베트남 국경지역에 사는 소수민족 타이족이 전승해온 공작새춤을 새로 개발한 ‘새춤’은 독무에서 시작해 20여분간 비보이들과 함께 군무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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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무당춤 후에 비보이와 백향주씨의 부채춤이 현란하게 무대를 장식하며 하나로 화합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나와 비보이의 춤을 서로 녹여내 새로운 춤의 세계를 보여드리겠다”며 자신의 춤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백향주씨는 관세음보살 앞에만 서면 눈물이 난다고 한다. 공연을 위해 돌아다니면서 아시아지역에서는 소승 대승 가리지 않고 사찰을 찾아가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부처님 앞에서 자기 마음을 정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춤은 곧 무아의 경지요, 해탈에 이르는 순간이다. 또한 한순간이라도 무심이 되서 부처님 세계에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춤은 육체만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합쳐졌을 때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백향주씨. 31살, 젊다면 젊은 나이이지만 자신만의 춤세계에 완전히 빠져 ‘백향주 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그녀는 진정한 일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