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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 속엔 장애가 없습니다 ”
[시방세계]中장애인예술단 공연 현장

9월 5일 오후 6시 서울 장충체육관. 조금 뒤면 공연이 시작된다. 무대 뒤 분장실은 공연직전의 여느 분장실과 다를 바 없이 분주하다. 배우들은 의상을 갈아입고 화장하느라 여념 없고, 무대 스텝과 무용수들, 화환을 들고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복도가 붐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함과 말소리 대신에 분주하게 수화를 나누는 손동작이 오간다는 것이다. 날렵하게 천수관음의상을 차려입은 무용수들은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중국전통악기를 조율하는 악사들은 시각장애인이고, 소품을 능숙하게 두 발로 옮기는 배우는 지체장애인이다.

한국 450만 장애인에게 보내는 감동의 대서사 드라마
단원 모두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공연을 보여준 ‘중국국가장애인예술단’. 세계 40여개국을 순회공연하고 있는 예술단이 한국땅을 두 번째 방문했다. 예술단이 9월3~5일 펼친 공연 ‘마이 드림(My Dream·我的夢)’은 한국의 450만 장애인에게 보내는 한 편의 서사드라마다.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이 중국민요를 연주하고 있다.

황토황 군무

건반에 피가 흥건하도록 피아노를 두드리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단 한 번도 글을 읽은 적이 없지만 탁월한 기억력으로 유창하게 외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시각장애인 가수, 손처럼 자유자재로 발을 다루며 춤을 추는 지체장애인 무용수. 이들이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꿈’을 향한 집념의 결과다.
예술단의 주연배우 태려화(30)씨가 바로 그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중국 남방인물 주간지가 선정한 ‘중화권 매력인물 50인’에 선정될 정도로 탁월한 미모와 능력을 지닌 여성이지만 두 살 때 청각을 잃은 이후 침묵의 세계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뒤 15살이 되던 1991년 예술단에 입단, 매일 14시간씩 혹독하게 춤을 췄다. 들을 수 없는 음악의 진동을 느끼기 위해 매번 증폭스피커에 귀를 대는 통에 결국 고막이 망가져 버렸다.
화려한 안무와 의상으로 사랑의 기쁨을 표현한 나비춤

앞이 보이지 않는 악사의 들리지 않는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청각장애인 경극배우와 시각장애인 악사들이 경극 삼거리를 공연하고 있다.

두 팔이 없는 지체장애인 황양광 씨와 32명의 청각장애인이 함께 펼치는 군무 양묘칭칭. 황씨와 무용수들은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하지만 완벽한 호흡으로 화려한 군무를 펼쳐 감동을 준다.

그녀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에 춤을 추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행복한 일”이라며 “최고의 아름다움에는 장애도 장애가 될 수 없다”고 고백했다.
21명의 청각장애인 무용수들을 이끌고 추는 ‘천수관음’ 춤 역시 ‘꿈’에 대한 열망을 그리고 있다. “꿈을 향해 노력하면 인생은 공평하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는 사실을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며 수화를 하는 그녀의 팔목에는 합장주 두 개가 채워져 있다.
다섯 살 때 두 팔을 고압전기에 잃은 무용수 황양광(29)씨 역시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광서성 농촌마을에서 ‘자강자립(自强自立)’을 가슴 속에 새기고 스스로 두 발만으로 밭을 갈고 천을 직조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꿈을 잃지 않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고 믿고 춤을 배운 끝에 예술단에 발탁된 황씨는 “장애는 내게 벽이 되지 않으며, 나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 속에서 살아온 행운아”라며 웃음 지었다.

“꿈 잃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는 지금 자신의 농촌생활을 목가적 춤으로 표현한 ‘양묘칭칭’이라는 군무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두팔이 없는 지체장애인 황씨가 32명의 청각장애인 백댄서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기까지는 험난한 역경을 무수히 넘어야 했다.
양묘칭칭은 고향에서 두 발만으로 밭을 갈고 농사를 해 온 황씨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수관음


백댄서들은 황씨의 말을 듣지 못하고, 황씨는 백댄서에게 자신의 의지를 수화로 전달할 두 팔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완벽한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몇 번이고 연습을 거듭한다.
각 단원 한 사람 당 두 명의 특수 무용가가 보조해 장애조건에 맞는 연습을 하도록 돕고 있지만, 공연이 가능한 가장 큰 동력은 이들의 ‘열정’이다.
공연 제목이 ‘나의 꿈(My Dream)’인 이유다.
공연 제목은 나의꿈

백반증을 앓고 있는 연주가 위위양이 공연전 무대 뒤에서 책을 보고 있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고난은 찾아옵니다. 장애인에게든 비장애인에게든 인생에 예외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장애인이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듯 모든 이들은 각자의 꿈과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나를 이곳에 서게 했던 ‘나의 꿈’ 속으로, 우리 함께 들어갑시다.”

■중국국가장애인예술단은
등소평 전 중국 국가주석의 장남인 등박방(鄧樸方)이 1987년 창단한 국가지원 예술단이다. 중국 전역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선발된 12~33세의 시각·청각·정신지체 장애인 80여명으로 구성돼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40여 개 국 정상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며 찬사를 받았다.
공연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카네기홀과 이탈리아 스카라 대극장에서도 공연을 올린 바 있으며 장애인으로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화시장에 진입한 특수예술공연단이다.
중국에는 6천만 명의 장애인이 있지만 이들 중 경연대회의 좁은문을 통과해, 정상을 향한 혹독한 연습을 버티는 이들은 극소수. 때문에 예술단원들은 “꿈을 향한 열정이 강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다”며 “꿈이야말로 유일한 입단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이은비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6-09-08 오후 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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