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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회의 회기 9월 4~8일 가운데 절반을 잘라먹고 4ㆍ5일 단 이틀 동안 열린 이번 종회는 내용적으로 최악의 종회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13대 종회 마지막 임시회의까지 81명의 종회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중앙종회가 계파의 대의기구인지, 진정한 종도들의 대의기구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20여차례 회의 거쳐 만든 개정안 모조리 부결
이러한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회기 첫날 상정된 종헌 개정안 3건이 모두 부결된 것. 지난 3월부터 무려 20여 차례의 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했던 초ㆍ재선 종헌종법제개정기초위원회(위원장 향적) 위원들은 의외의 결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총무원장 선거제도 등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조항도 있었지만, 중창주 권한 보장 등 지속적으로 개정요구가 있었던 사안들까지 모조리 부결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각 계파를 대표해 파견된 초ㆍ재선 기초위원들이 합의한 사안을 각 계파의 수장인 중진의원들이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계파 수장들의 동의 없이는 중앙종회가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말없이 시위하는 듯 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본회의를 마친 기초위에서는 책임론이 오고가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3개 개정안이 모두 부결된 직후 열린 기초위 기자간담회에서 덕문 스님은 “각 계파 합의체로 출발한 기초위에서 합의한 종헌개정안이 무산된 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어이없어 했다. 또 “오늘 결과로 기초회의에 참가한 일부 계파 수장들은 종헌개정에 의지도 없었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반드시 14대에 종도들이 보는 앞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분개했다.
기초위 위원장 향적 스님도 “정치적 사안(종헌개정 2안 총무원장 추대제 등)이 아닌 종헌안은 통과되리라 생각했는데 많은 반대표가 나온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또 “종헌개정 1안(△사설 사암과 법인 설립시 종단의 관장하임을 명기 △종헌기구 각종위원회 임기 4년 및 위원장 종회서 선출 △사찰경내지 용어정리 △중창주권한의 보장 △예비승 징계조항 현실화 등)을 조문별로 나눠서 상정했어야 하는데 일괄 상정한 것이 큰 실수 였다”며 난감해 했다.
특히, 기초위원들은 원로의원들의 뜻이 담긴 원로회의법 개정(종헌 3안)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최소한 종교집단으로서 책임과 명분을 망각한 행태”라며 이날 표결 결과를 비난했다.
이번 종회기간 동안 상정됐던 종법 개정안은 모두 18개, 이 가운데 종헌 개정안 부결로 다룰 수 없었던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 등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14개. 5일 속개된 본회의는 이 가운데 단 3개 법안만 처리하고 의사일정을 단축한 채 마감됐다.
계파간 밀고당기기…‘점심공양’은 만장일치
이날 오전은 계파 간 의안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약 1시간여 동안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결국 종회 임기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뻔한 ‘불교중앙박물관 관련 조사특위(위원장 영담ㆍ10월 15일까지 활동)’ 구성을 의사일정 앞으로 빼기 위해 오전시간의 대부분을 소진한 것. 때문에 오전에는 첫 번째 안건이었던 승가고시법 개정안 1건만 겨우 처리하는데 그쳤다. 고시위원장 법산 스님이 “3급 승가고시 응시자격을 확대하는 것은 종단 교육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반대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전했고, 교육원도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단지 본ㆍ말사 기도스님을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주장에 밀렸 다.
종회 사상 유례가 없는 종도 700명의 청원서명으로 상정된 승려법 개정안은 의안만 상정한 채 중앙종회의 전통적인 만장일치(?) 안건인 ‘점심공양 동의’ 제안에 묻혀버렸다. 오후에 속개된 본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회의장 법등 스님은 안건 이월을 선언했지만 ‘예비승 기간까지 승납으로 인정하는 것은 종헌과 상충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부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어 종무원의 자격기준을 명확히 하는 종무원법 개정안(△교역직 종무원 임용의 결격사유를 구체화 △일반직 종무원 임용기준을 국가공무원법에 준용 △종무행정행위 환경, 수행환경보존 등 사회정의를 위해 형사처벌 받은 경우에는 결격사유에서 제외 △소청심사위원에 대한 선출 및 불신임 조항 명시 △보궐 소청심사위원장은 전임자의 잔여임기를 수행)이 통과된 것은 이번 회기 중 가장 많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전 ‘국법에 의해 금고이상의 선고 받은 자’로 규정된 것을 ‘국법에 의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거나 복권되지 아니한 자’로 바꾼 것. 결국 범죄를 저질러도 형이 실효되거나 복권되면 종무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물론 불사나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다 범법자가 된 경우를 예외로 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일반 재가종무원이 국가공무원 수준으로 자격을 강화한 것을 고려하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된다.
특히 불사로 인한 범법행위의 경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국고횡령이나 과잉불사로 인한 문화재 훼손, 사설사암 미등기 전매 등의 경우에도 형이 실효되거나 복권되면 종무직 진출이 가능해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앙종회의원의 피선거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종회의원선거법 개정안’은 비교적 논란 없이 통과됐다. 종회의원을 선출직 종무원으로 보고 종회의원도 종무원법에 결격사유가 있는 자를 제한하는 법안. 종무원법 6조 1항에 저촉되는 스님은 종회의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계파 중심 종회 운영 갈수록 심화
회의에 임하는 종회의원 스님들의 태도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흔히 낙엽줄(?)로 불리는 국제회의장 맨 뒷줄의 다선의원일수록 의장의 회의진행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경우 비아냥거리거나 안건과 상관없는 발언으로 회의진행의 맥을 빠지게 했다. 마지막 날 오후 참다못한 동광 스님이 “지금 (종회를) 장난으로 하는 거냐?”며 큰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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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종회를 평가하면서 일승회(직지 실천승가 무당파), 금강회, 보림회, 화엄회, 비구니 등 각 계파 중심의 종회 운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기존의 문중 개념보다는 철저하게 각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각 계파의 실력자가 배경과 공천권을 무기로 줄 세우기를 하는 모습은 80년대 3김 정치를 보는 듯하다
실제로 이암 스님은 “종교를 앞세운 종단 대의단체인 종회가 계파의 입장에 매몰됐다”며 통렬한 자기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계파의 이해에 따라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틀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말문이 막힌다”며 “입으로만 화합대중을 말할 뿐 갈등과 반목이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며 마지막 종회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