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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근현대 불교사 및 종단사를 연구하기 위해 발족시킨 불교사연구위원회가 첫 번째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번 〈태고종사〉 파문으로 제기된 조계종 역사 및 정체성 문제도 워크숍 개최 목적으로 포함돼 관심을 끌었다.
‘개항기부터 8.15해방까지 한국불교와 조계종’을 주제로 열린 워크숍은 9월 1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9개의 소주제에 대해 마라톤 발제 및 토론을 벌였다.
워크숍에서 눈에 띄는 발제문은 김광식 교수(부천대)의 ‘조선불교 선종과 수좌대회’와 김상영 교수(중앙승가대)의 ‘일제강점기 불교계의 종조와 법통인식’.
김광식 교수는 조선불교선종을 등장시킨 수좌대회의 전모를 알려주는 ‘조선불교선종수좌대회록’을 입수해 당시의 회의 진행 상황, 회의에서 결정된 선서문, 종규, 규칙 등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발제문에서 김광식 교수는 “1935년 3월의 수좌대회는 1934년 12월 선학원이 재단법인 선리참구원으로 전환된 이후 수좌들의 현실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회”였다며 “자기 정체성을 정비하고, 물적 토대를 구축하면서 수좌들이 나가야 할 노선, 방향을 구체화했다는 지표로서 분명한 역사적 성과를 담보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광식 교수는 또 “수좌대회를 통해 수좌, 선원, 선리참구원이 일체가 돼 조선불교선종을 설립하고, 선원 및 수좌들의 조직체인 종무원을 출범시킨 것에서 기존 교단과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김상영 교수는 일제강점기 종파 재건 노력을 일본불교 침투 영향으로 파악하기보다, 권력에 의해 강압돼왔던 종파불교의 전통을 회복하기 위한 불교인들의 자생적 노력에 주목했다.
김상영 교수는 발제문에서 “정화운동시대의 종단 분쟁과 연계되면서 종조ㆍ법통 논쟁은 비학문적, 감정적 방향으로 치닫고 마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해 논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적어도 일제강점기에 진행됐던 논쟁에 대해서는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태고종조설ㆍ도의종조설ㆍ지눌종조설 등을 소개했다.
워크숍에서는 이 외에도 △개화기 사찰의 조직과 운영(한상길) △근대 불교 교단의 변천 과정(김순석) △사찰령과 30본산 확정의 의미(한동민) △전근대와 근대의 갈등(법진 스님) △교사(校史)의 정립과 중앙불전(황인규) △대한시대 불교학 연구의 지형도(고영섭) △근대 한국불교의 타종교(이재헌) 등의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불교사연구위원회는 워크숍 개최 외에도 성수ㆍ원명ㆍ도천ㆍ수진ㆍ범행ㆍ석정 스님 등 종단 원로스님들을 대상으로 종단사와 관련한 구술을 녹취하고, 교단사와 관련된 자료, 서적, 문건, 성명서, 일기, 사진 등을 수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