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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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처럼 가르친다면…
[도반의향기]설동근 부산시 교육감
아프리카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북. 앞쪽의 풀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다 그 달리는 속력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무리가 모두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어야 행렬이 끝이 난다는 산양이다.
8월 26일 부산 선암사(주지 원범)에서 만난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동근 부산시 교육감(58·법명 혜송)은 자신의 삶도 한때는 스프링북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을 꺼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12, 13대 부산시 교육감을 지내며 ‘부산발 교육혁명’을 일으켜온 장본인. 설 교육감은 교육감이 된 이후 BBS(Busan Book Start) 범시민 독서생활화 운동 전개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전국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생각하는 교실 만들기, 릴레이식 수업공개 등 교실 수업의 혁신으로 2005년 특별시, 광역시 교육청 평가 전 부문 1위, 교육수요자 만족도 전 영역 1위라는 교육 성과를 이뤄냈다. 이쯤 되자 전국 시도에서 부산 교육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나섰으며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 교육은 부산으로부터’라는 공감대를 이뤄냈다.

설 교육감이 이룬 성과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13대 교육감 재선거에서는 4명이 출마한 가운데 78.6%라는 선거사상 깨어지지 힘든 득표율로 재선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8월부터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직을 겸직하며 부산 교육 현장과 전국 교육 정책 수립 사이를 오가는 강행군으로 국가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6년 4개월의 초등학교 교사 생활이 교육현장 경험 전부인 설 교육감이 이같은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게 한 근원은 스프링북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설교육감을 멈춰 세운 부처님 법이다.
불심의 씨앗을 심어준 이는 어머니. 6남매를 뒷바라지하는 생활고 속에서도 범어사 청련암에서 기도 정진을 멈추지 않았던 어머니였다. 그렇게 심어진 불심의 씨앗이 17년 전,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 사무실을 법회 장소로 제공한 인연으로 이어졌고 그때 만난 불법이 설교육감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놨다. 매월 두 차례 도림 스님의 법문이 있는 날이면 사무실에 남아 맨 뒷 자리에서 법문을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법회 날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연스럽게 도림스님의 유발 상좌가 됐고 법회에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 법사로 진행까지 맡게 됐다.
한자 한자 삼배를 드리며 지극하게 법화경 사경을 마쳤을 때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배해왔던 ‘때문에’라는 부정적인 사고가 ‘덕분에’라는 긍정적 사고로 전환되는 경험도 했다.
인생관과 가치관의 전환이 일어나자 말과 행동은 저절로 달라졌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질주를 멈추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경계에 빠지지 않고, 정견(正見)을 지니고 경계를 지켜보는 힘이 생겼고 그 힘이 지금도 교육을 이끌어가는 근간을 이루고 있다.
“부처님 법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습니다. 부처님의 지혜가 없었다면, 스님들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부산시 교육감과 교육혁신위원장이라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는 자리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저는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교육감은 “신심이 떨어지면 나를 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이 이뤄낸 모든 성과는 부처님의 가피라고 믿는다.
처음엔 교육공동체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교육청의 수위, 청소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설교육감의 하심(下心)과 조직원들의 마음을 배려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기 위한 인사시스템 확립이 교육공동체의 신뢰로 이어졌다.
“인사권을 시스템에 넘겼죠. 인사권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조직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생각에서 밀어붙인 결과 든든한 참모를 얻게 됐죠. 지금은 부산의 교육공동체는 어려울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한 목소리를 내고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줍니다.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서 좀 더 잘해야 한다는 끊임없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불교에 귀의해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된 것에 늘 감사하는 설동근 교육감은 어렵던 시절을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6남매의 장남으로 생활고 때문에 교직을 접고 통신장이 되어야 했던 설교육감. 교육자가 어떻게 뱃놈이 되려고 하느냐고 걱정을 들으면서 교육 현장을 떠나야 했던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설교육감은 “몸은 비록 오랫동안 교육 현장을 떠나 있었지만 마음은 한번도 교육을 떠나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현직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부인 덕분에 살아오면서 언제나 교육이 대화의 주제였고 교육에 대한 관심을 놓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설동근교육감은 현재 부산 선암사 신도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부처님께 받은 가피를 회향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공인이 특정사찰의 신도회장이 되면 곤란하지 않느냐’는 주위의 우려를 뒤로 하고 수락한 일이다. “다음 생에는 동진출가 해서 45대 조부이신 원효 스님처럼 걸림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설교육감의 발원에서 불제자로서의 지극함이 엿보인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삼배로 하루를 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삼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설교육감은 “부처님 지혜를 성취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서 부처님의 지혜로 존경받고 이 나라 교육에 도움이 되는 교육감이 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로 교육자로서의 발원도 잊지 않고 있다.
“교육은 생물”이라는 교육철학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설교육감은 “교육은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어주는 교사의 사랑과 열정이 만나 살아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물만생의 불성을 믿어주고 일깨워주셨던 부처님처럼 교육에 임한다면 교육이 분명 미래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글=천미희 기자·사진=박재완 기자 |
2006-09-05 오전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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