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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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복장의식 완벽 재현…동참 대중 '환희심'
[시방세계]봉녕사'불복장의식'
수원 봉녕사는 윤칠월칠석을 맞아 8월 30일 500여 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인총림 복장전문위원 경암스님을 복장단주로 대적광전 부처님 세 분의 전통복장의식을 재현했다.

이래저래 복장 터질 일이 많은 세상. 갖가지 성물(聖物)로 부처님 복장(腹藏)을 채우며 ‘복장 편한 세상’을 염원해 보는 마음은 경건하기만 하다.
음력 윤 칠월 칠석(8월 30일), 수원 봉녕사(주지 묘엄)에서는 해인총림 복장전문위원 경암 스님의 집전으로 한국불교 전통불복장 의식을 재현하는 의미있는 잔치가 열렸다. 이날 경암 스님은 복장의식의 핵심인 후령통(부처님의 다섯 장기를 상징하는 성물을 담은 병)을 조성하는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부대중 앞에서 재현했다. 특히 재가신도들은 밀법(密法)으로만 은밀히 전해져 오는 복장의식 재현에 동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희심에 휩싸였다.
부처님 세 분이 복장을 기다리며 천정을 향해 잠시 누웠다.

법당안 3m 높이의 대형 부처님은 벌써부터 복장을 기다리는 듯 불두를 동쪽으로 놓고, 천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누워 있다, 가로 40cm, 세로 30㎝ 크기 직사각형 모양의 바닥 공간을 활짝 열어놓은 채.
봉녕사 대적광전 삼존불은 가운데 비로자나 부처님, 오른쪽에 노사나 부처님, 왼쪽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순서대로 자리하고 있다.
이날 복장의식 재현은 오전 10시, 500여 사부대중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염송하며 도량을 청정히 하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봉녕사 주지 묘엄 스님이 복장의식을 위해 대적광전 앞에서 예를 올리고 있다.

복장단주를 맡은 조계종 불보살성상 복장전문위원 경암 스님.

이어 복장단주(腹藏壇主)를 맡은 경암 스님 뒤로, 증명법사 정호 스님(화성 용주사 주지), 영산 스님(용주사 선덕), 묘엄 스님 등이 어간문을 통해 법당안으로 들어섰다. 5방법사와 송주법사를 맡은 범산 도관 보천 영명 혜만 정각 스님 등 젊은 율사들도 뒤따라 입장을 마쳤다.
500여 동참 대중이 처음 공개되는 불복장의식 재현을 기다리며 마음을 경건히 가다듬고 있다.

마지막으로 500여 신도들이 질서정연하게 법당에 입장하자, 경암 스님은 들어서는 모든 이들에게 일일이 쇄수물을 뿌려주며 법당을 청정히 하는 결계의식을 시작했다.
황색탁자(중앙), 청색탁자(동방), 백색탁자(서방), 홍색탁자(남방), 흑색탁자(북방)에 5방법사가 각자 위치에 서자, 곧 증명 3화상(지공·나옹·무학 스님)을 청하는 예불이 이어지고. 북방법사 옆으로 송주법사가 자리 잡았다. 가운데 가장 넓은 황색탁자에 앉은 아사리(경암 스님)의 ‘훔’하는 부름에 따라 동서남북의 법사들 역시 ‘훔’으로 답하며 후령통에 담을 성물을 차곡차곡 쌓았다.
세분 부처님의 복장안에 들어갈 65가지성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복장물을 청정히 하는 결계의 의미로 쇄수를 뿌린다.

성물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는다.

오색천에 싸인 성물을 한데 묶고 있다.

각 방향의 법사들은 아사리의 주문에 따라 오곡(대맥 직 도 녹두 마자), 오보(금 진주 은 유리 호박), 오약(인삼 감초 주심 아리 부자), 오향(청목향 정향 곽향 침향 유향) 등 무려 65가지 성물을 차례로 놓기 시작했다. 이어 법사들이 ‘백산개진언(옴 살바다타아다 제다라 보아명가 삼모나라 빠라나 삼마예 훔)’까지 각 순서에 맞는 진언 108편을 송하는 사이, 신도들은 정성을 다해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주력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염하며 장엄스런 분위기로 이끌었다.
본격적인 복장 의식이 시작되자 대중스님들이 일제히 일어나 두르고 있던 가사를 벗어 복장단을 가리기 시작했다. 부처님 뱃속으로 들어갈 일종의 ‘장기(臟器)’를 신도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의미다. 다라니를 외던 신도들이 급작스런 스님들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경암 스님은 오색실로 한데 묶은 성물을 다시 오색비단에 감싸 묶기 시작했다. 이어 후령통 안이 꽉 차도록 비단을 감아 성물을 넣고 다시 부처님 진신 사리와 수정구 등을 채운다음 비로소 뚜껑을 닫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경암 스님은 정성을 다해 금색 보자기에 후령통을 2번을 더 싸고, 풀칠로 마지막 봉인을 하는 것으로 이날 의식을 끝냈다. 드디어 목불에 생명을 불어 넣을 심장이 생긴 것이다.
오색실은 부처님의 법력이 중생에게 전해져 오게 하는 의미로 성물을 완전히 감싼다.

방위가 틀어지지 않도록 비단천을 꽉 채워 성물을 넣는다.

경암 스님이 후령통을 금색 보자기로 싸고 있다.

완성된 후령통이 봉인을 마치고 복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모습.

경암 스님이 대중에게 후령통이 다 채워졌음을 알리자, 황색탁자위에는 부처님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후령통 3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도들은 환희심이 솟구쳐 박수를 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쉬지 않고 의식을 이끈 법사스님들과 대중스님들, 그리고 미동도 않고 꼬박 5시간 30분 동안 다라니를 왼 500여 신도들의 공덕도 그대로 부처님의 복장에 오롯이 담겨지는 순간이었다.
봉녕사 주지겸 승가대학장 묘엄 스님은 지난 2001년 6월 대적광전 불사를 마치고 봉불식까지 마쳤지만 늘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다고 한다. 유서깊은 봉녕사의 역사적 전통을 생각한다면 큰법당 부처님을 성대히 모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복장에 대해 아는 이가 없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날 여법하게 치러진 복장의식을 끝까지 지켜 본 묘엄 스님은 “이제 내 복장이 다 후련하다”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대중 스님들 또한 오늘의 환희심을 떠올리며 수행 정진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최근 <조상경(造像經·불상을 모시는 방법을 기록한 책)>에 대한 연구논문을 책으로 발표한 태경 스님(동국대 박사과정)도 이날 의식을 지켜보며 “오늘같이 화려하면서 격식을 모두 갖춘 복장의식은 조선시대 왕실의 지원을 받은 사찰에서나 가능했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또한 스님은 “경암 스님이 통 복장의식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낸 것은 한국불교사에도 길이 남을 의미있는 불사”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인터뷰]전통 복장의식 재현 경암 스님
“복장의식 관심갖는 계기 됐으면”

조계종 불보살성상 복장전문위원 경암 스님.
올해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으로부터 불보살성상 복장전문위원 자격을 인가 받은 경암 스님(사진)은 해인총림 율원장 무관 스님으로부터 묵담 스님(1896~1981)의 복장의식을 전수 받았다. 밀법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의미나 유래를 찾기 힘든 것들은 직접 <제불보살복장단의궤><조상경><관상의궤> 등 고서의 원본과 일일이 대조해가며 원형을 복원해냈다. 스님은 특히 올 2월 7일 해인사 목조비로자나 부처님의 복장의식 전과정을 9시간에 걸쳐 진행하면서, 조선초기 불교의궤의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경암 스님은 “전통복장의식을 잘 모르는 신도들을 위해 처음으로 의식을 공개했다”며 “이날 법회가 복장의식의 중요성과 전법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장의식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는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스님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원 봉녕사/글=조용수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pressphoto@buddhapia.com
2006-09-02 오전 9:38:00
 
한마디
나무관세음보살 스님 고생하셨습니다.
(2006-09-04 오전 10:07:48)
184
부처님이 영험이 있으려면 복장과 점안이 중요한데 요즘 절에 어디 제대로 복장하고 점안하는 곳 몇이나 될까? 봉녕사는 그래도 제대로 하셨나보네. 나무관셈보살
(2006-09-02 오전 11:26:56)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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