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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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방이야기]지대방 이야기
어떤 스님이 산 속에서 홀로 지내다 식량이 떨어져서 마을로 탁발을 하러 내려가기로 했다. 생각에, 그래도 시골보다는 도시가 좋겠다 싶어 시내로 들어갔는데, 처음이라서 왠지 쑥스럽고 얼른 용기가 안 나서, 여기서 시작할까 저기서 시작할까 하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 버렸다.
마침내 큰 맘 먹고 ‘여기서 부터다’ 하고 정한 곳은 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골목 어느 문 앞에서였다. 스님은 조심스럽게 목탁을 치고 염불을 중얼거리면서 이제나 저제나 어서 주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천수경 한 편을 다 치고 났어도 아무도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스님은 오기가 생겼다. 다시 한번 천수경을 열심히 쳤다. 그러고도 지금껏 들인 공덕이 아까워서 선뜻 돌아서지 못하고 계속해서 반야심경을 치고 있었더니 어떤 사람이 골목을 지나가다가, “이상한 중도 다 있네!” 하며 아래 위를 훑어보더니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순간 이상한 냄새가 확 풍겨 나오길래, 이 스님, 문득 고개를 들고 닫힌 문을 유심히 보니 ‘뒷간’이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 이 스님, 너무 어이가 없고 낯이 뜨거워 황황히 돌아섰는데, 그때 화장실 앞에서 염불한 공덕 때문이었는지 이후로 탁발을 아주 잘 하였다 한다.

덕운 스님과 여일 스님이 도성당에 사는 현장 스님께 볼 일이 있어 가게 되었는데 마침 도성당 담장 한 구석이 무너져 있어서 멀리 대문으로 돌아 들어가는 것보다 빠를 것 같아 그 무너진 담장 사이로 어떻게 들어갈 수 없을까하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도성당 마루에 서 계시던 현장 스님이 두 스님에게 소리쳤다.
“괜찮아, 그리로 들어와!”
두 스님, 좋다 싶어 얼른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더니 현장 스님 일갈, “어서 와, 개들도 불성이 있으니까. 나갈 때도 개구멍으로 나가.”

덕운 스님과 덕현 스님이 참선반에서 참선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었다. 덕운 스님이 공부가 잘 안된다면서 투덜거리다가 덕현 스님에게 장난조로 물었다.
“싸형님예, 부처님은 준동함령[蠢動含靈,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들]이 개유불성[皆有佛性, 모두 불성을 가지고 있다]이라 하셨는데, 와 조주 시님은 개한테 불성이 없다 캤을까예?”
덕현 스님 왈, “글쎄, 다 있는데 개한테만 없단 소리겠지.”

운문사 비구니 스님들과 얘기를 하게 됐다. 한 비구니 스님이 내게 직책이 뭐냐고 물었다. 사집반 반장이라고 대답해 줬더니 금방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대단하시군요.”
자기네는 한 반이 50명인데 반장이면 권한이 막강하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한 비구니 스님이 물었다.
“스님 반은 식구가 몇이에요?”
“세 명입니다.” 하고 짤막하게 대답했더니 다들 너무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나는 얼른 덧붙였다.
“세 명인데, 한 명은 찰중, 한 명은 반장, 한 명은 대기입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마구 웃기 시작하는 비구니 스님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동안 우리 강원에서 쭉 참선반에 들어 공부해 오던 덕현 스님이 다섯 살짜리 꼬마한테 법거량을 했다가 일격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스님이 후원 쪽을 돌아가다가 문제의 꼬마와 마주치는 순간, 한눈에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아보고 물었다.
“어디서 온 놈이냐?”
틈을 주지 않고 날아드는 꼬마의 반격이 너무 날카로웠다.
“넌 누구냐? 길을 막지 마라!”
정왜 스님 |
2006-08-30 오후 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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