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일반 기업들은 홍보실을 강화하며 이익 창출을 위한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민간단체나 정부 기관 등도 다양한 계층과의 포괄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며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계 각 종단의 홍보 시스템은 조계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약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7개 종단중 유일하게 홍보팀을 갖추고 있는 곳은 조계종 뿐이다. 조계종은 기획실 내 홍보팀에서 종단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이 곳의 실무인력은 팀장 1명과 팀원 2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른 종단보다 일찍 홍보 업무에 눈떴지만 홍보팀이 조직전체의 유기적인 홍보창구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홍보팀의 업무도 총무원 각 부서에서 나오는 보도자료 배포, 언론사 출입기자단 관리, 홈페이지 관리, 종보 제작 등 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조계종 홍보팀에서 아쉬운 점은 적극적인 종단 PR이나 체계적 매뉴얼에 따른 위기관리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한류나 웰빙, 사찰음식 등 사회적 트렌드를 불교로 이끌어 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데도 종단차원의 홍보 전략이 없다. 또 불교나 종단에 대한 일반 언론의 폄하나 종단스님들과 관련된 사회적 비위를 들추어낼 때 단호하면서 적절한 대처 기준과 원칙을 갖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계종은 지난해, 스님에 대한 비하를 담은 연재물를 게재한 모 월간지와의 분쟁에서 적절한 전략을 통한 논리적 대응보다는 힘에 의한 위력시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낡은 모습을 보였다. 이에 오히려 국민들이나 불자들에게 불교에 대한 왜곡된 인식만 심어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계종 홍보팀은 국정홍보처나 일반 단체의 공보기능을 수행하는 곳들과 비교하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도 조건은 미약하지만 일단 홍보의 체계를 잡아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일환으로 올해초 전산팀이 관리하던 홈페이지를 홍보팀 업무로 이관해왔다. 교계지 일간지 방송 인터넷 언론 등 분야별로 관리하고 가능한 홍보거리를 찾아 전달하고 있다. 조계종 홈페이지에는 각종 종단 소식과 보도자료, 입찰공고 등이 신속하게 올라오고 있어 홍보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조계종 기획실 윤승환 홍보팀장은 “인력과 예산의 부족이 현실적인 문제다. 주어진 여건을 개선하기 어렵다면 홍보 담당자의 홍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홍보에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절실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조계종을 제외한 나머지 종단은 아에 홍보팀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태고종과 천태종 진각종 총지종 등 4개 종단은 종단 기관지들이 홍보 창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종단에서 일어나는 행사 일정과 이에 따른 보도자료 정도만 알릴 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홍보 업무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또한 총지종 일붕선교종 미륵종 법륜종 등 10개 종단도 홈페이지를 활용해 행사와 공지사항 정도만 종도들에게 알릴 뿐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지난번 모종단 소속 승려가 무속행위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종단은 해당 승려의 징계에만 그쳐 일반인들에게 종단의 입장과 대응결과를 알리는데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만일 홍보창구가 있었다면 종단의 결연한 자정의지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는 게 교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천태종 총무국장 월도 스님은 “종단의 교세 확장을 위해서는 언론 홍보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홍보 기능을 갖춘 홍보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며 “종단이 올해 안에 조직 개편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때 적극적으로 홍보팀을 신설하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