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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500년 사람·땅·문화 이야기 '조선의 문화공간'
조선의 문화공간
조선시대, 수많은 문화인들은 강가에 정자를 지어 시화를 즐겼다. 귀거래(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한 사람들은 강호로 물러나 사는 맛, 안분하는 삶을 글로 표현했다. 하지만 모두 편안함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시대적 격랑을 만나 유배지에서의 고단함을 글로 지어 황량한 지역의 땅들을 빛나게 만들었다. 어떤사람들은 아예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산과 물을 배경으로 시와 노래를 지어 부르고 그림을 그렸다.
이 책 <조선의 문화 공간>은 문학, 사상, 예술, 풍류를 아우른 조선의 사람과 땅, 그 시대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조선 500년을 풍미한 87인의 전기적 초상이 아름다운 문화 공간을 무대로 하여 펼쳐진다. 그들과 교우하고 살다간 1872명도 함께 소개돼 조선시대 문화를 이끌었던 사람들은 거의 거론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15세기를 살았던 정여창, 김굉필, 조광조, 김안국등의 젊은 선비들은 강학과 절조의 상징이다. 조선의 대표 선비로 꼽히는 조식, 이황, 이이, 서경덕은 16세기 같은 시기를 살았다. 모두 평생 학문을 업으로 삼았다.
그래서 그들의 보금자리였던 지리산, 청량산, 고산, 화담은 조선 학문을 상징하는 성지였다.
18세기의 주인공은 실학자들이다. 홍대용, 박지원, 정약용, 서유구는 각자의 처지에서 세상을 구하고자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불우했지만 살아서 명예를 누린 자들보다 죽은 후에 더욱 아름다운 이름을 얻었다.
<조선의 문화공간>은 옛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시대에 따라 사랑한 땅과 그곳에서 살다간 삶의 방식이 다른만큼 조선초기에서 부터 후기까지 총 4책으로 구성했다.
1책 ‘조선초기 -태평성세와 그 균열’에서는 조선 개국 후 태평을 구가하던 시절에서부터 사화로 인하여 사림이 유배를 떠나는 시기까지를 다룬다.
조선 개국초기 100년간 한명회의 압구정, 월산대군의 망원정, 박은 이행의 한강 잠두봉이 이름난 시회의 공간이 됐다. 16세기로 접어들어 연산군의 광기로 태평성세를 이어보겠다던 유방선 조위 이주 등이 도성의 집을 떠나 유배지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 특히 강학과 유방선은 원주 법천사를 중심으로 후학들과 시를 지으며 살았다.
2책 ‘조선중기 -귀거래와 안분’은 선조대에서 광해군대까지 조선 문화사에서 중요한 인물과 관련한 공간이 다뤄진다. 사림정치가 본격화되는 시기로 자의와 타의에 의한 귀거래, 그리고 그곳에서 수양에 힘쓰거나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이현보의 분천, 송순의 면앙정, 양사언의 감호, 박순의 창옥병, 그리고 임훈과 노진이 물러나 살던 안의삼동(安義三洞)이 그러한 곳이다.
또 청량산은 온유한 이황의 덕을 닮은 산이다. 한강 동호 건너에 있는 봉은사(奉銀寺)는 조선을 대표하는 시인 최경창, 백광훈, 이달등 세칭 삼당시인(三唐詩人)의 낭만적인 시가 제작된 공간이었다.
3책 ‘조선중기 -나아감과 물러남’은 광해군과 인조대에 영욕의 세월을 산 문인과 이후 17세기 사상계와 문화계를 호령한 명인들이 살던 땅을 다룬다. 광해군 시절 서인의 핵심적인 인물들은 암흑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항복은 북청으로 유배가서 죽었고, 김상용은 지방관으로 떠돌았다. 정경세는 고향땅 상주로 내려가 바보처럼 살고자 하였고, 신흠은 김포로 방축되어 가현산 아래 집을 짓고 살면서 맑은 운치를 즐겼다. 김상헌은 양주의 미호로 물러나 석실을 강학의 공간으로 삼아 학문에 힘을 쏟았고, 이식은 지평으로 가서 숨어사는 집 택풍당을 짓고 살았다. 장유는 안산의 고향집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세월을 보내었다.
명분을 중시하는 학자들은 어수선한 세상을 등지고 심신을 수양하고 강학에 몰두함으로써 절개를 지키고자 하였다. 채득기는 자천대에서, 송준길은 회덕의 송촌에서 은거하였다. 조선후기 사상계를 호령한 송시열은 화양동에 머물면서 이념을 실천하고자 하였고 제자 권상하는 황강에 한수재를 짓고 살면서 스승의 유업을 받들었다.
4책 ‘조선후기 -내가 좋아 사는 삶’은 조선후기에 해당하는 18~19세기 문학과 학문, 예술을 빛낸 문인들의 이야기다. 당대 문벌 김창흡 등은 금강산과 철원, 양평 등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떠돌면서 살았다. 특히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수종사는 조선시대 문인 재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사진).
하지만 조선후기 실학자들은 세상을 구하고자 한다. 홍대용은 목천에 자신의 과학정신을 담은 농수각(籠水閣)을 세우고 새로운 학문을 열고자 하였다. 박지원은 현감으로 나간 안의에서 관아를 보수하면서 중국 여행에서 깨달은 실학 정신을 구현하려 하였다.
이 책은 이종묵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가 아름다운 우리 땅에 대한 기억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10여년 간 작업한 결실이다.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2006-09-01 오후 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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