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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징계 받은 많은 도반들이 70세가 넘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파렴치범도 아닌 이들을 정치적 견해차를 이유로 상처 주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화해와 용서로 조계종의 정화이념을 계승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광주 무각사 주석 원두 스님).”
“몇 해 전 중병을 앓으면서 육신의 죽음보다 조계종도가 아닌 채로 생을 마감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도 참담한 비애를 느꼈다. 이제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종단의 발전을 위해 같이했던 이들을 껴안을 수 있는 포용심을 보여주길 바란다(서울 혜은정사 주지 혜은).”
지난 7월 12일 제38차 법규위원회(위원장 천제)가 1994년 조계종 종단사태로 인한 멸빈자들에 대한 심판청구에 대해 ‘안건계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청구 당사자인 원두, 혜은 스님 등이 8월 28일 오후 2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전례가 없는 ‘안건계류’ 결정은 7월 초 이들 스님이 법규위에 접수시킨 심판청구서를 종회사무처가 <법규위원회법> 상의 심판청구 자격권이 없다며 사실상 거부했지만, 법규위원장 천제 스님 등은 자격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조차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일단 법규위가 안건을 수용한다는 의미였다.
이번에 안건계류된 심판청구인은 94년 조계종 사태 때 종정 사서실장 이었던 원두 스님, 시대불교신문 발행인이었던 혜은 스님, 불국사 주지 종원 스님(현 오어사 원효암 주석) 등이다. 이들은 심판청구서를 통해 “종헌상에 명시된 징계규정을 따르지 않은 궐석 징계는 무효”라며 “징계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주장은 “당시 종법의 <총무원법> 제17조 2항 3회 등원ㆍ출석요구와 호계위원회법 제11조 단서조항인 출두 요구 불응에 의거해 3차례 등원 통보만으로 본인의 진술이나 호법부로부터 죄상에 대한 문책, 자백 도 없이 궐석징계 됐다”며 “종헌의 징계원칙인 제9조 1항 구족계ㆍ칠멸쟁법에 위배되는 치탈(멸빈) 처분은 무효”라는 주장이다.
또 자신들의 심판 청구 자격 유무에 대해서도 “중앙종회 사무장 법진 스님이 멸빈자는 승려가 아니기 때문에 심판청구를 접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이는 <법규위원회법> 제22조 2항 ‘불이익을 받은 승려는 법규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한다’에서 승려의 개념을 해석하는데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멸빈의 대상자가 불이익을 받은 피징계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종헌 제9조 1항의 승려(비구 비구니)의 자격을 구족계 수지로 보기 때문에 비록 멸빈이 된다고 해도 비구의 분한은 박탈되지 않는다는 것. 또 율장 징계규정에 따라 비구계를 받은 조계종 승려의 분한은 천부의 인권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박탈될 수 없다는 것도 자신들의 심판청구 자격의 근거로 제시했다.
원두 스님은 “94년 멸빈자에 사면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며 “그러나 종정 스님, 원로위원장 스님 등도 수차례 유시를 통해 사면을 통한 종단화합을 언급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종단차원의 본격적인 사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사면을 반대하는 이들과도 언제든지 만나 오해를 풀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94년 관련 징계를 받은 멸빈자 가운데 지속적으로 사면을 희망하는 이들은 당시 총무원장 의현, 은해사 주지 규필, 동국대 이사장 진경, 원두, 종원, 혜은 스님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