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ㅂ’사찰은 ‘어린이 포교를 하고 싶다’는 주지스님의 원력에도 불구하고 법회에 참석할 어린이들이 없어 고민이다. 스님은 어린이법회를 진행하는 방법도 모르고, 여법하게 진행할 지도교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자 포교 원력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원력은 있어도 방법을 못찾아 난감해하는 스님이 있다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어린이 포교의 길이 넓어진다. 법회를 열고자 하는 사찰에 어린이포교전문가들이 파견돼 컨설팅과 함께 법회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이불자 수가 줄어드는 사찰의 문제점을 진단해주기도 한다. 통일된 어린이법회 매뉴얼을 따라 의식집전을 하고, 계절에 따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알찬 프로그램을 소개해준다.
조계종은 이르면 내달 초부터 포교원 내에 ‘어린이ㆍ청소년팀’을 개설하고 실질적인 포교전략을 통해 어린이 포교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불교 사상 처음으로 어린이ㆍ청소년포교 전담부서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미 조계종 기획실과 포교원, 교육원과 교계 어린이ㆍ청소년단체 실무자들로 이루어진 실무팀이 지난 7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머리를 맞대고 ‘어린이ㆍ청소년팀’ 운영방안을 논의해 온 상태다.
‘어린이ㆍ청소년팀’은?
조계종은 8월 16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어린이ㆍ청소년팀 인원구성 원칙을 확정했다. 어린이ㆍ청소년팀은 포교원 산하에 포교원 내 1명, 타부서 파견 전문가 1명, 어린이ㆍ청소년 단체 실무자 1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된다. 9월 내 어린이ㆍ청소년팀이 발족하면 그간 팀구성을 위해 논의해왔던 실무팀은 해체된다. 어린이ㆍ청소년팀은 향후 △산재했던 어린이ㆍ청소년 포교 업무 일원화 △어린이ㆍ청소년 포교 지도인력 양성 및 컨텐츠 개발 △어린이ㆍ청소년 포교 관련 제도개선 등을 담당하게 된다.
어떤 일 하나?
실무팀은 어린이ㆍ청소년팀이 발족하는 9월에 맞춰 당장 실시하게 될 ‘하반기 계획’과 향후 2~3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계획’까지 단계적으로 수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팀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첫 행사로 사부대중을 모아 종책을 발표하고 어린이포교의 의지를 다질 ‘어린이포교전진대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포교전진대회’는 10월 중 서울 조계사에서 열리며 어린이포교에 공헌한 공로자에게 표창을 하고 어린이포교에 대한 선언과 비전을 발표하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새싹포교의 매뉴얼이 될 <어린이ㆍ청소년 법회 지침서>도 발간된다. 그간 어린이법회의 총괄적인 내용을 담은 지침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2001년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현 사단법인 동련)가 <어린이법회 지침서> 1천부를 발간했던 것이 유일했다.
중장기 실천과제로는 ‘조직과 인력개발’ ‘어린이법회 프로그램 개발’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인프라 구축도 진행 중
조계종 포교원과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회장 송묵ㆍ이하 불레협)가 9월부터 운영하게 될 대한불교교사대학 서울캠퍼스가 문을 열면 이런 걱정이 사라지게 된다. 교사대학 서울캠퍼스와 기존의 영남권을 주축으로 활동하는 대한불교교사대학은 어린이법회를 담당할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서울캠퍼스는 조계사교육원에서 9월 13일부터 6개월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들 대학이 정상화되면, 매년 약 100여명에 이르는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들을 양성할 수 있다.
어린이 품으로 ‘찾아가는 법당’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어린이ㆍ청소년팀에서 예산을 지원하게 될 ‘찾아가는 법당’ 프로그램. 동련과 파라미타, 불레협 등이 운영하게 될 ‘찾아가는 법당’은 한 마디로 어린이포교긴급지원팀이다.
긴급지원팀은 어린이법회를 열고자 하는 사찰에 투입돼 법회 개설을 돕고 지도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또 불자 수가 줄어들어 어린이법회 운영이 어려울 경우에도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효율적인 법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동련이 운영해오던 ‘찾아가는 어린이법당’ 프로그램에서 착안한 것으로, 동련이 실무팀에 적극 제안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련은 전국의 사찰을 A~E등급으로 나눠 차별화된 법회지원 전략을 수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