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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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인구 500만…포교ㆍ문화 새코드 인식해야
[집중기획]종립대 차학과 개설 왜 안 하나
차(茶)가 우리 시대를 읽는 또 다른 키워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차 인구는 400~500만을 헤아리고, 차음료 시장 규모는 800억원을 넘어섰다. 과자, 아이스크림 등 녹차를 이용한 식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의류, 화장품 등 일상생활 곳곳에 차가 활용되고 있다. 바야흐로 ‘차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이처럼 차가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차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각 대학에서는 학문적 미개척지인 차 관련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관련 학과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에는 매년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입학할 정도로 대중적 요구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교계는 잠잠하기만 하다. 현대인들의 차에 대한 관심을 ‘포교’로 연결하고 불가(佛家)의 차문화를 학문적으로 정립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불교계 종립대학의 차 학과 개설 필요성과 전망을 짚어본다.
최근 기독교계예서는 차를 이용한 선교 방안이 심도 깊에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제일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차문화 헌신예배 모습. 사진제공=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

▷ 차 학과 개설 현황
현재 차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모두 10곳. 학부 5개 과(사이버대학 1곳 포함)와 석사과정 5개 과(산학협동과정 1곳 포함), 박사 1개 과이다.(아래 표 참조)
차 관련 학과 중 가장 먼저 개설된 것은 석사과정. 대부분 특수대학원이나 사회교육원 내에 문을 열었다. 1993년 성신여대가 석사과정의 예절다도학과를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 성균관대, 2002년 한서대, 2003년 원광대가 각각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학부 과정 개설은 최근 2~3년 사이 이어졌다. 부산여대는 2003년, 원광디지털대학은 2004년, 서원대는 2005년 각각 문을 열었고, 현재 수시모집 중인 동신대는 2007년 개교한다.
원광대학교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차 관련 박사과정을 개설함으로써 학부-석사-박사과정을 잇는 학제를 완비해 차계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차 학과 개설 붐은 차가 특정인이 즐기는 취미활동에서 벗어나 산업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이에 따라 차를 ‘학문’으로 정착하려는 움직임으로 읽을 수 있다.

▷ 차 학과, 왜 필요한가?
차 학과 개설의 필요성은 그간 불교계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서대 정인오 교수(차학전공)는 “차 학과 개설은 차를 단순한 ‘음료’나 ‘취미활동’이 아닌 ‘학문’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미가 있다”며 “또한 그간 자연과학ㆍ역사ㆍ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제각각 이뤄져 온 차 관련 연구 성과를 결집함으로써 학문적 토대를 쌓을 수 있다”고 말한다. 초의학술재단 이사장 용운 스님은 “소수 집단에 의해 전승되어 오던 문화가 대중화되고, 대중화에 따른 산업화가 맞물려 진행되면, 해당 분야에 대학 학문적 정립 욕구는 자연히 뒤따르게 된다”고 말한다. 최근 요가나 명상, 서예 등 개인적 취미활동에 머무르던 문화영역에 관련된 학과들이 속속 개설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학문 정립의 필요성’ 외에도 불교계 차 학과 개설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단순한 ‘연구’ 차원을 넘어 차를 포교의 일환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웃 종교는 차를 활용한 포교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원불교 종립대학인 원광대의 경우 든든한 자금력과 추진력으로 차 관련 학부와 석ㆍ박사 과정을 모두 개설한 유일한 대학이다. 원광대는 단순히 학과 개설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국국제차문화학회를 개설해 전공자들이 연구 성과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박람회나 차문화 행사 등의 다양한 외부활동을 펼침으로써 학과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더해 원불교는 각 교구 당 1차회 개설을 의무화하는 등 차를 이용한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원광대 차 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차를 공부하기 위해 여러 학과를 알아보다 학제가 완비된 원광대를 선택하게 됐다”며 “원불교 헌다례 등을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원불교에 관심이 가고 호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20여년 간 차회 활동을 해 온 정보영(54)씨 역시 “차를 배우는 사람들 중 불자들이 많은데, 이들도 불교계 종립대학에 차 학과가 없으니 다른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0년 ‘기독교차문화협회’가 만들어진 이후 기독교 내에서도 차 연구와 차를 활용한 선교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차를 불교문화로만 인식해 이단시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차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것을 설립목표로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연꽃이나 만(卍)자가 새겨진 다구 대신 ‘기독교 다구’를 개발하고,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계는 어떨까? 사실상 우리나라 차문화를 이끌어 왔다고 할 수 있는 불교계에서는 출가자들의 개인적인 음다 취미나 사찰에서 운영하는 다회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문적 연구 기관이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인 셈이다.
원불교 종립대학인 원광대는 차학과 개설과 학회 창립 문화행사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원불교 헌다례 모습. 현대불교 자료사진

▷ 불교 종립대, 필요성 인식해야
그간 지속적인 차 학과 개설 요구에도 불구하고 종립대들이 차 학과를 쉽게 개설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재정ㆍ인적 문제와 학생 확보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그간 끊임없이 차 학과 개설을 요구받아온 동국대는 ‘정원감축’과 ‘수요 부족’을 이유로 개설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나 일반대학원에 차 학과를 개설한다면, 다른 학과의 정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동국대 이사인 영담 스님은 “2010년까지 전체 학생수의 10%를 감축해야 하는 정부 방침에 따르면 동국대는 2천명 가까이 정원을 줄여야 하므로 학과 신설은 어렵다. 차 학과를 개설할 경우 다른 과를 폐과시키거나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한다. 또한 지난해부터 ‘차문화학과’ 신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실제 등록생이 적을 경우 폐과될 위험마저 있기 때문에 신설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교육원이나 특수대학원 차 학과 신설 역시 신입생 확보와 재정마련 등의 이유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진각종 종립대학인 위덕대와 천태종 종립대학인 금강대 관계자들은 “차 학과 개설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고 말해 차 학과 신설이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신입생ㆍ재정 마련보다 학과 신설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불교계의 ‘인식 부족’을 들 수 있다. 동국대의 경우 ‘불교와 차’의 연관성을 볼 때 충분히 학과를 개설하고 지원할 이유가 됨에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이사와 학교측이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계에 몸담고 있는 스님들이나 차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하루 빨리 불교 종립대에 차 학과가 생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의차문화연구원장 여연 스님은 “처음 동국대에 차 학과 개설 필요성을 제기했던 10여년 전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차 인구도 늘고 차에 대한 관심도 증가한 지금은 차 학과 개설에 적기라 생각한다”며 “종단이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차 학과 개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차 학과 개설 현황
학부
서원대 차학과 4년제
동신대 차학과 4년제
원광디지털대학 차문화경영학과 사이버대학
부산여대 차문화복지학과 2년제
마산대학 국제소믈리에학과 2년제

석사과정
성균관대 생활과학대학원 예절다도학과
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 예절다도학과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예문화와다도학과
한서대 건강증진대학원 차학전공
목포대 국제차문화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원광대 일반대학원 불교학과 예다학 전공과정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6-08-29 오후 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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