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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여 이젠 안녕~
[시방세계]공주 갑사 아토피 ZERO 산사학교
인드라망처럼 고리지어 얽힌 생태계를 배우는 아이들. 현대의 환경질환인 아토피의 원인과 치료법을 이번 산사학교에서 배웠다. 사진=박재완 기자

환경오염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환경성 질환의 대명사 아토피. ‘문명병’이라 불리는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아토피를 달고 사는 어린이 20명이 계룡산 갑사를 찾았다. 생태지평과 불교환경연대, 대전시민환경연구소가 주최한 ‘자연이 키우는 아이들,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이다. 맑은 숲과 공기를 가진 산사에서 아이들은 아토피가 왜 생겼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배우고 있었다.

#"집에 가서 과자 콜라 먹고싶어요"
8월 24일, 계룡산 국립공원내에 위치한 공주 갑사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21일부터 4박 5일간 열리는 ‘아토피 ZERO 산사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은 시원한 에어컨이 없는 절이 싫은 모양이다.
서울 신정동에서 온 경환(12·양동초교 5년)이는 지도교사의 말에 관심이 없다. “아~ 집에 가고 싶어요. 과자도 먹고 싶고, 콜라도 먹고 싶어요.” 짜증 섞인 말로 지도교사를 난처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숲 체험장으로 인솔하던 이승화 선생님은 경환이를 달래느라 한참을 다독인다.
산사학교는 4박5일 동안 유기농식사를 제공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이번엔 준하(9·서울 공덕초교 2년)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여기저기 얼쩡거리더니 대열에서 한참이나 뒤처진 것이다. 이날 숲 체험은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
사각의 천을 준비한 지도교사는 아이들에게 동물 이름을 붙여주고 천을 중심으로 빙둘러 앉힌다. 유빈(8·서울 문정초교 1년)이는 장수하늘소, 경도(12·남양주 수동초교 5년)는 고추잠자리…. 제각각의 이름을 받은 아이들은 손으로 바닥에 놓인 사각 천을 잡았다. 지도교사가 목초액이 담긴 그릇을 천 가운데 놓고, 아이들에게 목초액이 엎질러지지 않게 일으켜 세운다.
아이들은 두 번이나 실패하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고 일어서는데 성공했다. 그제서야 서로의 마음이 맞은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생님은 붙여준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서 천에서 손을 떼게 했다. 유빈이와 경도가 마지막으로 남았을 때, 선생님이 고추잠자리를 호명했다. 경도가 손을 놓자 목초액이 담긴 그릇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여러분이 다함께 천을 잡고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동물이 하나하나 사라지자 목초액이 떨어지고 말았어요. 이처럼 여러 동물들이 함께 존재하면 자연도 존재할 수 있지만 동물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면 자연도 존재할 수 없어요.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마찬가지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조절
이번엔 산사학교 입학식날 아이들을 검진했던 강인정 한의사의 2차 검진이 이어졌다. 산사생활 4일째, 예상했던대로 아이들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숲에 널린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붙여 만든 아이들의 작품. 사진=박재완 기자

그러나 두명의 어린이는 호전됐다가 다시 나빠졌다. 치료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빠지는 명현현상(호전반응)일수도 있고, 환경이 아이의 기운과 맞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고 했다.
강인정 한의사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아토피는 왜 생길까요?”
참가아이들 가운데 가장 부지런한 성준(11·서울 영신초교 4년)이는 물론, 아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환경오염 때문에요.” “과자를 먹어서요.” “가공식품이 해로워서요.”
아이들의 답을 다 듣고 난 뒤 강인정 한의사는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북한에는 아토피가 없어요. 왜냐면 환경이 깨끗하고 인공색소가 든 과자나 몸에 해로운 음료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여러분은 그걸 너무 좋아하죠? 아토피는 몸에 독소가 많아 생기는 질환이에요. 그 독소를 제거하면 나을 수 있겠죠?”
강인정 한의사는 치료법도 소상하게 일러줬다.
산사학교가 열리기 전과 4일째 되던 날 두 차례 아이들을 진료한 강인정 한의사(왼쪽)는 아이들의 상ㅌ태가 호전됐다고 진단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아토피는 병이 아니니까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 조절이에요. 과자와 유해한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해요. 다음으로는 매일 운동을 해서 땀을 빼면 독소가 함께 빠져 나와요. 운동을 한 다음에는 반드시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해야 해요. 물에는 녹차와 쑥을 넣으면 아주 좋아요. 그러니까 엄마한테 꼭 녹차와 쑥을 우려서 넣어달라고 하세요. 이제 여러분이 어떻게 해야 아토피가 낫는지 알았죠?”
“예!”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녹차와 쑥 넣은 물로 목욕하세요"
5일이나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산사학교는 아토피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마무리됐다. ‘아토피 ZERO 산사학교’는 시민사회단체와 사찰이 아토피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손을 맞잡은 의미 있는 사건이다. 가장 친자연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산사가 아토피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생태지평은 아토피 문제가 개인의 질병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아토피 ZERO 산사학교’는 아토피 문제 해결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김미현 생태지평 연구원은 “첫 산사학교의 성과를 향후 아토피 문제해결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산사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주/글=박봉영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bypark@buddhapia.com
2006-08-25 오후 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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