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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8월 24일 한국을 방문한 예쇼우원(葉小文) 중국 국가종교사무국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최근 한ㆍ중 불교계의 인적교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스님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도록 복수비자 발급문제를 해결하는데 애써달라”고 당부했고, 예쇼우원 국장은 “중국 외무부와 상의해 시급하게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예쇼우원 국장의 이번 방한은 지난 4월 `제1회 세계불교포럼''을 주최하는 등 세계 불교의 현안에 대한 토론과 국가간 교류의 계기를 마련한 공적을 인정해 동국대가 명예철학박사학위룰 수여하기로 한 데 따른 것. 이날 예쇼우원 국장은 한국방문 첫 일정으로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에서 지관 스님을 예방했다.
지관 스님이 먼저 “지난 4월 세계불교포럼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불교와 중국불교는 역사적으로 그 연원이 같은 만큼, 앞으로도 한ㆍ중 불교의 우호를 다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에 예쇼우원 국장은 “37개국 100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서도 지관 스님의 수준 높은 첫 법문이 있었기에 세계불교포럼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이날 지관 스님은 예쇼우원 국장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조계종은 종단 정체성 확립의 일환으로 1300여년전 당나라 유학승으로 선종의 맥을 전해 받은 신라 도의국사의 행적비를 공공산 보화사에 건립하고 있다”며 “사업이 원활히 추진돼 2007년 말까지 기념비를 완공 할 수 있도록 종교국에서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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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관 스님을 대신해 사회국장 혜용 스님은 “최근 한ㆍ중국 불교교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한국스님들에게 단수비자만 발급돼 중국방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예쇼우원 국장은 “비자 문제는 외무부의 관할이고 ‘공민의 권리’와 관련된 사안이라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잠시 긴장이 흐르기도 했다. ‘공민의 권리’란 표면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외래종교의 확산을 막기 위해 종교를 믿지 않을 권리를 강조해온 중국 공산당의 정책논리. 그러나 예쇼우원 국장의 이러한 입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예쇼우원 국장이 중국 광주 남화사 주지 스님의 친필 서한을 전달하면서 지관 스님의 중국방문을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보화사에 조계종의 비(碑)가 서고, 남화사를 지관 스님이 방문하면 양국 간에 보다 많은 이들의 교류가 이어질 것”이라며 지관 스님의 중국 방문을 재차 부탁했다.
이에 지관 스님이 “일정을 살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능한 때를 고려해보겠다”며 발을 빼는 듯하자, 예쇼우원 국장이 “지관 스님의 복수비자 문제는 종교국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하겠다”고 큰소리로 확언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예쇼우원 국장의 발언은 지관 스님을 시작으로 한국 스님들의 복수비자 문제를 종교국이 책임 있게 풀어 나가겠다는 사실상의 확답인 샘이다.
복수 비자란? |
다른 나라를 입국할 때마다 비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수년의 기간을 두고 비자를 받는 것을 말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체제안정을 위해 언론인, 정치인, 종교인 등에게는 복수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한국 스님들에게 복수 비자가 발급되면 자유롭게 중국에 입국 할 수 있고 교민들을 대상 포교 활동의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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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쇼우원 국장은 이날 자신의 평소 지론인 화목ㆍ화기ㆍ화선(和睦ㆍ和氣ㆍ和善)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예쇼우원 국장은 “세계사를 보면 힘을 가진 나라가 일방적으로 화목ㆍ화기ㆍ화선이라는 덕목을 깨면서 불행이 시작됐다”며 “화(和)를 근본으로 하는 불교문화권인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우정이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관 스님도 “지난 세계불교포럼의 주제였던 ‘세계의 평화는 마음에서 시작된다’에 공감한다”며 “불교는 세계의 분쟁과 불행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다”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날 예방은 이례적으로 45분 동안 계속됐으며, 지관 스님은 봉정암에서 300년전 간행한 목판본 법화경 영인본을 예쇼우원 국장에게 선물했으고, 예쇼우원 국장은 중국 전통 보이차를 답례품으로 전달했다.
예쇼우원 종교사무국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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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쇼우원 국가종교사무국장은 중국내 불교 기독교 천주교 도교 회교 등의 전반적 종교정책을 책임지는 최고위급인사다. 그동안 예쇼우원 국장에 대한 한국 기독교의 방한제의가 많았지만, 한국 방문은 2002년 조계종 초청 방한과 이번 동국대 초청에 따른 방한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