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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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운영주체는 ‘주지’ 아닌 ‘사부대중’
[집중기획]사찰운영위원회법 아시나요?
조계종이 개혁불사를 마무리 하던 1994년 10월, 종법으로 ‘사찰운영위원회법(이하 사찰운영위법)’을 제정한 사실을 아는 불자는 극히 드물다. 사찰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부대중이 모두 참여하는 민주적 사찰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당시로서도 혁신적인 법이었다. 법의 주요 내용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집행된 사항을 사찰 사부대중에게 공개하고 사찰의 재정관리체계를 일원화해 감시·통제를 받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사찰운영위법은 현실성 확보에 실패했다.
그나마 일부에서는 사찰운영위 모범사찰로 조계사 봉은사 삼화사 법장사 능인선원 한마음선원 등을 꼽았지만 “입법취지에 맞게 사찰운영위를 운영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고,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선진적 사찰경영과 포교를 위한 연구가 지상과제로 인식되는 지금, 사실상 ‘사문화’ 되다시피한 사찰운영위법이 왜 뿌리내릴 수 없었는지 그리고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종도들 외면…법 강제력 없어
사찰운영위법의 핵심은 출·재가의 구분 없이 사찰을 대중공의로 운영한다는 것. 명실상부한 사부대중이 공동의 승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이상적인 법이 현실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기보다는, 우선 이를 받아들이고 따라야 할 종도들의 낮은 의식, 일선 사찰 현장의 필요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데서 오는 복합적인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계종 법무팀 김봉석 변호사는 “사찰운영위법이 제정이후 한번도 개정이 되지 않은 것은 이 법이 종단의 관심 밖이었거나 의도적으로 방치한 법이라는 뜻으로 사실상 선언적 의미의 법으로 볼수 있다”며 “법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중앙신도회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영남불교대학 운영위원회 회의모습. 사진제공=영남불교대학

중앙신도회는 신도법 개정과 함께 사찰운영위법 개정 등 재가자들의 통로를 확대하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해왔지만 출가자 중심의 종단에서 재가신도의 역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도회 임원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해야하지만 교구본사나, 일정규모 이상의 도심사찰이 아니라면 신도회 조직이 제대로 꾸려진 곳조차 드물다. 대부분의 주지(위원장) 스님이 신도들과 마주앉아 사찰 재정 업무를 논의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결국 사찰운영위에 대한 스님들의 의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총무원 총무부와 재무부등 실무자들로 구성된 감사반이 사찰운영위 회의록을 요구하면 “감히 어떻게 재가자가 주지와 마주앉아 절 살림에 간섭할 수 있느냐”며 “이런 법은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고 목청을 높여 오히려 실무자를 당황스럽게 한 적도 많다는 것이다.
중앙신도회 최연 사무총장은 “종헌이 밝히고 있는 대로 ‘사부대중’으로 이뤄진 조계종을 인정하지 않는 교단풍토가 가장 큰 장애”라고 지적하고 “스님들 스스로 진정한 사부대중 공동체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한 재가자의 사찰운영 참여는 요원하다”며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사찰이 경제적으로 안정적 구조를 갖지 못한 것도 장애요인이다. 최근 종회의원 자격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모 스님은 “신도들의 시주 없이도 혼자 힘으로 납골사업을 벌여 지금의 사찰을 일궜다”고 자랑스러워하면서 “절의 규모를 늘리는데 신도들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스님처럼 사찰의 가장 큰 존재이유가 신도교화를 위한 포교의 장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주지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듯 열악한 사찰의 재정을 해결하기 위해 납골사업, 국고보조, 입장료 수입 등에 의지한 사찰운영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신도 중심의 사찰운영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좀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 법을 이행하지 않아도 종단이 별다른 제제를 가하지 않는 구조에 있다. 사찰운영위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모순된 구조가 지금까지 계속돼 올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법의 강제력이 전혀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찰운영위원회법 주요내용
(목적) 이 법은 종헌 제101조에 의하여 본종 소속 사찰의 관리와 운영을 공영화하고 합리화함으로써 사찰 운영의 능률화, 공개화, 공정화를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
(운영위원회 구성)
① 각 사찰은 실정에 따라 7인 이상 30인 이내의 위원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중략)
(운영위원회 위원장) 주지는 당연직 운영위원회 위원장이 되며, 부위원장은 승려 대표 1인으로 한다. 다만, 사찰 형편에 따라 신도대표를 부위원장으로 하여 위원장단을 구성할 수 있다.
(운영위원회 역할) 운영위원회는 다음 사항을 협의한다.
1. 사찰의 예산, 결산에 관한 사항
2. 사찰의 각종 불사와 사업에 관한 사항
3. 사찰 재산 처분에 관한 사항
4. 기타 사찰 운영에 관한 사항
5. 당해 사찰과 관련한 신도회 활동에 관한 사항
6. 신도 교육 및 포교에 관한 사항
7. 신도의 자격 심의 및 징계에 관한 사항
(운영위원회 소집)

① 운영위원회는 분기별 1회(년4회) 정기적으로 주지가 소집한다.
② 주지는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운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운영위원회를 소집한다.

부칙(운영위원회 구성기간) ① 각 사찰은 이 법 시행 후 6개월까지 운영위원회 구성을 완료하여 총무원에 보고하여야 한다. ② 사찰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는 합리적 사유가 있는 때는 그 사유를 상세히 보고하여야 한다. ③ 사찰이 제2항의 보고없이 기한내에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을 때는 인사상의 불이익 기타 행정상의 징계에 처한다.

▷공의적 운영구조 먼저 가동을
사찰운영위법대로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입법취지와 유사한 형태로 대중공의를 모아 사찰을 운영하는 곳은 있다. 사찰운영위법이 제정되기도 전인 1991년 서울 창동에서 작은 포교당으로 시작한 법장사는 처음부터 신도들의 필요에 의해 이와 유사한 체제를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다. 각 신행단체 모든 임원이 참여해 의결과 집행을 겸하는 구조로 이들을 사찰 운영의 주체로 만든 것이다. 주지 법장 스님은 “사찰운영위는 철저한 신도 교육을 전제로 자발적 조직화를 이뤄야만 진정한 대중공동체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대구 영남불교대학도 1992년 창건 초기부터 매주 화요일 핵심신도회의와 월 1회 기별정기회의, 격월로 열리는 기수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동문·신도는 언제든지 사찰의 모든 대소사에 의견을 내고 제안하며 운영에 동참하고 있다. 회주 우학 스님은 “지난해 서문시장에 화재사고가 났을 때 신도들 스스로 임시회의를 열고 영남불교대학이 대사회적으로 어떻게 봉사활동은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논의하고 실천에 옮겼다”며 “참좋은유치원이 들어서는 옥불보전 불사의 공사규모와 자금조달 방법도 이렇게 토의하고 공의를 모아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부 젊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사찰운영위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수국사 주지 토진 스님은 최근 젊은 신도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낸 시주가 사찰에서 어떻게 집행되고 사찰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심을 가지도록 교육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찰운영 과정의 문제점에 스스로 관심을 갖고 신도들이 주지스님과 상의하는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덕분에 종무원은 단 1명만 두고도 기본적으로 절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도, 법회, 불사 등에 필요한 모든 인력을 자원봉사 팀장과 팀원체제로 꾸려나갈 수 있게 됐다. 기존의 하부조직 없이 형식적이었던 사찰운영위 체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현재 사찰운영위의 근본적인 문제는 신도참여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신도가 주인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는 그 한계가 뻔하다. 신도들의 의식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가고 있는데도 새로운 제도가 불편하다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찰운영위 운영을 모든 사찰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면 낮은 수준이라도 사찰대중의 공의를 통한 사찰운영의 큰 틀을 만들어야 사찰운영위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웃종교 언덕교회 경우는…
서울 충정로 아세아연합신학대 서울캠퍼스 4층 연구실 한 칸을 사용하는 언덕교회는 좁고 초라했다. 흔히 ‘교회 없는 교회’의 대표주자 격인 언덕교회는 2003년 개회개혁네트워크에 소속된 10여개 교회 가운데 가장 새로운 실험적 모델의 하나로 출발했다. 매주 교인들의 예배는 이 대학 강당을 빌려 사용한다. 대신 지난해 언덕교회는 교회 수입의 30%를 사회복지 기금으로 내놓는 등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서울 충정로 언덕교회가 있는 아세아신학대학 캠퍼스

언덕교회의 이러한 실험은 양적 팽창과 성전 건립에만 매달리는 기존 대형교회들의 폐쇄적인 교회운영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 출발했다. 특히 이들은 기존 성직자, 목회자 중심의 교회를 반성하고 민주적 교회정관에 따라 평신도 중심의 교회운영을 강조했다. 언덕교회는 매달 운영위원회를 열어 한달간 교회 살림살이의 규모와 재정을 점검한다. 회의내용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철저히 공개되고 헌금은 대부분 봉사와 선교를 위해 사용된다.
기존 교회와 언덕교회의 차별성에 대해 박득훈 담임 목사는 “우리는 교회건물에 관심이 없다”며 “교회의 권위가 목사나 목회자 소수에 집중되지 않고, 오직 예배만을 위해 교회를 운영하는데만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평신도 중심의 교회운영을 강조한 것은 신앙의 진리에 본질적으로 차등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평신도를 지나치게 배제하고 사제중심으로 교회를 이끌어서는 신앙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언덕교회에도 목사와 장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이들 사이에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있을 뿐, 배타적인 관계로서 목회자와 평신도가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또 “오직 정관에 따라 교회의 민주적 운영만을 내세우는 것이 종교의 자율성을 무시한, 너무 인위적인 접근 아닌가”하는 기자의 질문에 박 목사는 “모든 역사적 과정이 인위적인 것이고, 결국 사람에 의해 빚어진 문제는 사람을 고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것이 인위적인 변혁이라고 해서 거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기독교적 인식을 드러냈다.
한편, 언덕교회의 정관에는 ‘교회라는 재산은 전체 신도의 집합적 소유이므로 어느 개인도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신도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에는 교회에 대한 공유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교회 재산의 취득 매도 증여 교환 혹은 용도 변경에 대한 제반 사항은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신도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 당장 교회를 짓지는 않지만 이후 교회를 짓더라도 교회의 운영과 재산이 투명하게 유지되도록 한 것은 불교계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었다.
조용수 기자 | pressphoto@buddhapia.com
2006-08-22 오전 10:50:00
 
한마디
풍운 참 좋은글 인듯? 하나 눈가리고 아웅에다 저 언덕 교회라는 곳은 정관 어쩌구 하니 주식회사 inc 책을 한권 정도 땐듯 싶소 .. 근데 자세히 보면 신도들에게 공유지분을 주는척 하면서 실상은 신도지위 상실- 공유권 배제 그리고 모든 의결권은 역시 민주주의가 아닌 의원회 (임원진) 결정 에다 나중에 최종결정 어쩌고도 결국 지분에 의한 임원 위주아니오 투자 받을때만 남의 돈을 공동으로 얻고 쓰거나 팔을때 계약할때는 모두 돈도 제대로 안댄 자본금도 적은 임원진 애들이 가지고 결정하는건 매우 유아틱한 사고이자 부족한 능력인데 요즘 개나 소나 따라해서 참 문제라 할만하오
(2011-05-20 오전 9:58:14)
15
지방에도 사찰운영위원회가 활발히 활동하는 곳이 있습니다.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는 매월 주지(지태)스님과 신도회 임원이 사찰의 모든 재정과 대소사를 협의하여 보고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많은사찰들이 운영위원회를 활성화 하면 좋겠네요.
(2006-09-02 오전 10:55:18)
93
출가자는 재가자를 선도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의식에서 재가자는 출가자의 아래라는 계급의식이 있으면, 절대로 재가자가 사찰운영에 참여할 수 없으며, 알음알이(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많은 불경내용)를 많이 알고 있다하여 견성하는 것이 아닌데, 그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부분의 스님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
(2006-08-23 오전 10: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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