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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삼나무 편백 등 사철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도심 속의 시민공원인 초읍동의 어린이대공원은 몰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흔적이 남기 마련. 어린이대공원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인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부산여성불자회(회장 왕선자)가 팔을 걷고 나선 이유다.
늦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던 8월 17일 부산여성불자회 회원 30여명은 쓰레기를 줍기 위한 긴 집게와 쓰레기를 담을 마대 자루를 들고 어린이대공원으로 출동했다. 한여름 내 푸른 바람과 그늘을 드리워준 자연에 감사하며 사람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기 위해서 법회 대신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창립이후 13년 동안 단 한번도 월례 법회를 빠뜨리지 않은 부산여성불자회지만 매년 8월이면 정기 법회를 쉬는 대신, 사경, 독경 등 개인수행과 함께 임원 워크샵을 열어왔다. 올해도 개인 수행으로 자비도량참법 21독을 실천하기로 약속하고 정기법회를 쉴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공원 이용 인파가 더 몰리고 자연 환경 훼손도 더 심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쳐 정기법회를 쉬고 대신 야회법회를 겸해 어린이대공원 자연보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참여한 왕선자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자연 보호활동에 앞서 어린이대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성도암에 들러 부처님전에 예를 갖추고 공원으로 향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구석진 곳의 쓰레기 줍기 시작하자 금방 비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미소리를 법문 삼아 들으며 부처님 말씀을 읽던 눈으로는 쓰레기를 찾으며 회원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즐겁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공기 맑은 공원에서 운동도 하고 청소도 하니까 보람도 있고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108배를 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났을 때 상쾌해지는 기분입니다.”
“무심코 버렸을 담배꽁초가 가장 많네요.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새삼 하게 되네요.”
“너무 구석진 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땅에 묻혀 치우기도 힘드네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삼독심도 그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법회 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됩니다.”
쓰레기를 줍는 회원들을 향해 공원을 오가던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불자들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니 고맙다’고. 그리 대단치 않은 일에 불교 전체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한편 이날 자연 보호 활동과 함께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휴대용 장바구니를 나눠주기도 했으며 자연보호 활동이 끝난 뒤 간담회를 갖고 향후 활동 방향과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추진할 법인 설립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