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체화하며 경영일선에서 활동하는 4인의 CEO로부터 불자로서의 자부심, 불교와 자기경영, 경영과 회향의 조화를 어떻게 실현하는지 등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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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불교’. 동떨어진 것만 같은 등식을 실현시킨 배관성(55·법명 보현) 패션밸리 청대문(프레야타운의 새 이름) 대표이사를 북한산 도선사에서 만났다. 도선사는 주지 혜자 스님과의 인연 때문에 배관성 대표이사가 자주 찾는 곳이다. 정도경영과 강한 업무추진력으로 동대문 상인들로부터 ‘뚝심 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의류상권이 남대문에서 동대문으로 넘어간 1990년대, 동대문을 패션밸리로 변모시킨 장본인이기도 한 배관성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은 불교에서 기인했다. 청대문의 사훈 ‘바른 경영 고객 존중’도 팔정도의 정명(正命)을 현대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불교는 당당하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원동력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때마다 부처님법은 바른 판단과 밝은 지혜를 주었지요.”
배관성 대표이사는 ‘바르게 벌고 바르게 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똑같이 돈을 벌어도 버는 방법에 따라 돈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
1998년 부도가 난 거평 프레야타운을 인수한 배관성 대표이사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22층 사옥의 임대사업을 비롯해 갖가지 사업을 벌여야 했다. 이 때 성인나이트클럽 등을 만들자는 제안이 수차례 있었지만, ‘바른 경영’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극장을 개설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바른 경영’은 큰 힘을 얻었다.
“돈을 벌고 쓰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불자들은 부처님법에 근거해 올바른 직업관과 경제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뱀과 젖소의 비유처럼 이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180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교만하지 않은 하심의 경영
‘얼마나 불교인답게 살고 있는가?’
불교를 삶의 지표로 삼는 배관성 대표이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할 때 항상 기준으로 삼는 잣대다. 하지만 혈기로 사회에 뛰어들었던 젊은 시절에는 무조건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의 목적을 돈에 둔 이 때는 참으로 불쌍한 시절이었다고 배관성 대표이사는 회고한다.
“남보다 더 많이 번다는 이유로 교만하고 우월감에 젖어 살던 모습이 지금은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명예와 부가 영원한 것으로 착각한 것이지요.”
불교는 그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CEO라고 권위를 내세우는 법이 없다. 사찰에 가면 법당을 돌며 오체투지를 한다. 행여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은 “선행에 앞장서고 상을 내세우지 않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칭찬한다.
불교가 배관성 대표이사에게 가슴으로 와 닿은 것은 10년전 능인불교대학을 다니면서부터다. 이후 새벽마다 능인선원에 나가 참회기도와 독경으로 자신을 추스르고 있다. 이런 신행은 이제 그의 삶과 경영으로 녹아들었다.
돈을 많이 벌면 죄 짓는 것처럼 여기게 하는 불교계의 풍토는 불자CEO에게 적지않은 부담이다. 배관성 대표이사는 물질을 탐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경전에 근거해 재가불자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돈을 벌게 하고 그것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 배관성 대표이사는
1952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배관성 대표이사는 서울고시학원 원장, 성진흥업 대표이사, 프레야타운 임차인연합위원회 의장을 거쳐 프레야타운 대표이사에 올라 9년째 CEO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달 말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