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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살 천자암 쌍향수 승천하는 용처럼 생동
[108사찰 생태기행]순천 조계사 송광사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 줄기

초기불교에서 부처님과 제자들은 철저한 무소유자들로, 사람들은 그들을 ‘아란냐카(aranyaka)’라고 불렀다. 이는 ‘숲속에 머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승속(僧俗)이 화합하여 한 곳에 머무름[一處住]이 마치 수목이 우거진 숲과 같다고 하여 부르는 ‘ 총림(叢林)’이라는 말의 어원도 멀리로는 초기불교에까지 인연되어 있다.
조계산 송광사는 조계총림이다. 창건사는 신라 말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사격(寺格)이 제대로 갖추어진 것은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서이다. 보조국사 이후 16명의 국사를 배출하여 전성기를 이루었고, 조선시대로 들어와 부휴대사에 의해 승보사찰의 전통을 이어왔다.
조계산이라는 지명의 시원은 육조 혜능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조가 오조 홍인으로부터 법인을 받은 후, 소주 조후촌(曹喉村)으로 내려오자 조숙량(曹叔良)이 육조를 위해 대계(大溪)에다 병화로 사라진 보림사를 복원해 주었다. 육조가 그에 보은하여 ‘조후촌 대계(曹喉村 大溪)’에서 한 자 씩 따서 ‘曹溪山’이라고 불렀다.
조계산은 해발 884미터로 호남정맥의 대표적인 육산으로, 산세는 웅장하지는 않으나, 높이에 비해 산역이 비교적 넓어서 후덕한 느낌을 준다.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수종이 비교적 다양하고, 송광사와 선암사라는 대찰이 자리하고 있어서 197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송광사 들머리인 신평에 이르면 조계산 연산봉에서 발원한 신평천이 내려온다. 얼마 전에 송광사가 2천 평의 부지를 제공하여 이 신평천에 인공습지를 마련했다. 연꽃과 수련 등의 부엽식물과 물억새와 달뿌리풀 등 정수식물을 심어 주암호로 유입되는 신평천의 수질을 크게 정화시켜주고 있다.
조계산

주차장에서 송광사까지는 자동차길과 사람길이 따로 있어서 좋다. 사람 다니는 길은 황토길이라 숲과 어울려 운치를 더해준다.
계류 위에 걸쳐진 청량각의 내부의 부재들은 불구처럼 구불구불 휘어져 있다. 특히 충량(衝樑)의 두 마리 용은 살아있는 양 천연덕스럽다. 곧은 나무만 쓸모가 있는 게 아니다. 훌륭한 목수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쓸모''를 본다. 그것이 자연을 사랑하는 눈이다.
물고기들은 수질과 주변환경에 따라 나타나는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신평천 상류인 송광사 계류에는 버들치와 갈겨니가 우점으로 나타나고, 중류에는 돌고기와 긴몰개 등이 나타나고, 하류에는 3급수 어종인 붕어와 미꾸리 등이 나타난다. 송광사 계류에 사는 버들치에는 별난 전설이 있다.
보조국사가 조계산에 들어와 절을 중창하려고 하자, 외도들이 저항하고 나섰다. 외도들은 고기들을 잡아 끓여 놓고는, 이 고기들을 먹고 다시 살려놓으면 절을 내놓겠다고 황당한 제안을 했다. 국사가 고기를 먹고는 다시 고기들을 토해 놓았는데, 입속에서 나온 고기들이 모두 살아서 꼬리를 치며 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외도들은 스님의 도력에 놀라 즉시 절을 물려주고 떠났다고 한다.
그때 국사가 토해낸 고기를 세간에서는 ‘토어(吐魚)’ 또는 ‘중택이’ ‘중피리’라고 부르는데, 학명으로는 버들치를 가리킨다.
산이 후덕하고 자애로우면 골짜기들도 아담하고 부드럽다. 따라서 계류들도 조용하고 급하지 않다. 송광사 계류에는 하루살이 등 1급수 수서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하루살이는 송광사 계류의 1차 소비자로서, 생태계에 중요한 지표종으로 존재한다.
하루살이는 애벌레[幼蟲] 시절을 물속에서 보내는 수서곤충이다. 애벌레는 물속의 환경에 적응된 다양한 몸 구조를 갖고 있는데, 4~7쌍의 기관아가미(氣管, tracheal gills)도 그 중 하나이다. 하루살이는 이름과는 달리 물 밖으로 나와 날개를 단 뒤에도 사흘은 거뜬히 산다. 다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짝짓기만을 위해 살아갈 뿐이다.
송광사의 비림에서는 상제(上霽)선사비가 눈길을 끈다. 비좌에는 연꽃을 비롯해 수중의 물고기와 지상의 거북과 하늘을 나는 새 등 삼라만상이 드러나 있다. 영겁으로 돌 속에 묻혀 있던 자연을 찾아낸 석수의 칼끝이 놀랍니다.
비림 앞에 갈졸참나무 한 그루가 우람하게 서 있다. 참나무 종류는 크게 여섯 종류가 있으나, 근친끼리 만나서 변종과 잡종을 잘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갈참나무와 졸참나무가 만나 갈졸참나무를, 신갈나무와 졸참나무가 만나서 물참나무를 만들어 낸다.
일주문을 지나면 높이 10여 미터의 고향수(古香樹)가 전봇대처럼 높이 서 있다. 이 향나무는 보조국사가 입적하기 전에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아둔 것이라고 한다. 보조국사가 훗날 환생하면 잎이 다시 핀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송광사의 가람배치는 두 개의 큰 석축을 중심으로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계류를 끼고 있는 계류 영역, 가운데 자리한 대웅보전 영역, 그리고 큰 석축 위쪽의 수선(修禪)영역이 그것이다.
처음 만나는 계류 영역에 자리한 우화각(羽化閣) 무지개로 걸려있는 능허교 위에 날렵하게 앉은 누각이다. 우화(羽化)라는 말은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에 나오는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에서 따온 말이다. 우화는 곤충이 번데기에서 나와 성충이 되는 과정을 뜻하는 생태학적 용어이지만, 소동파는 이를 빗대어 탈속하여 신선이 되려는 이상을 담고 있다.
소리를 내며 내려온 물은 능허교 아래 잠시 정중동(靜中動)에 든다. 수면은 일시에 거울이 되어 주변의 풍광을 담아낸다. 계류를 끼고 앉은 당우의 이름이 달리 임경당(臨鏡堂)이 아니다.
능허교 천정 용머리에는 엽전 석냥이 철사줄에 꿰어져 있다. 이 돈은 우화각을 불사할 때 쓰고 남은 돈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유물은 나중에 우화각을 다시 고치거나 지을 때 쓴다는 것이다.
천왕문과 종고루를 지나면 경내에 이른다. 송광사에 오면 석탑이 눈에 띄질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여기에는 송광사 풍수와 관련된 그럴싸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데-
풍수 하는 이들은 송광사가 앉은 형국을 연꽃에다 비유한다. 또, 보조국사가 정혜결사지로 송광사를 택할 때 모후산에서 나무로 깎은 솔개를 날려서 정했다는 전설을 빌려서 어떤 이는 솔개 형국이라고도 한다. 연꽃 봉우리나 솔개의 나래에다 무거운 석탑을 올려 놓으면 기가 눌린다고 해서 석탑을 조성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송광사 상제선사 비 좌대

종고루 앞의 금목서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이 설다.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상록교으로, 잎은 긴타원형이며, 가죽질에 윤기가 난다. 가을에 진노란 꽃이 피는데 향기가 진해서 ‘만리향’이라고도 부른다. 조경수로는 고급에 속하지만, 내한성이 약해서 중부지방에서는 노지식재를 할 수 없다.
경내에 심은 조경수로는, 해청당 큰방 바깥 문 앞에 자리한 이팝나무, 보조국사 감로탑 좌우와 지장전 앞의 배롱나무, 종고루 앞의 매실나무, 성보각 옆 박태기나무, 도성당과 무념문 주변 화단의 실측백과 금송 등이 손꼽힌다.
특히 관음전 앞은 관세음보살의 여성적 이미지에 걸맞게 잔디를 깔고 동백나무, 석류나무, 종가시나무, 배롱나무, 후박나무, 목련, 골담초, 장미, 호랑가시나무, 유카, 참나리, 작약, 비비추 등으로 화려하게 장엄하고 있다.
송광사 해우소는 선암사 해우소와 함께 절집의 대표적인 전통해우소이다. 가람 중심축에서 벗어난 외곽의 비탈진 개울가에 북향하고 있다. 정자(丁)형이 건물 앞으로 연못을 조성하여 혐오감을 불식시켜주고, 연못에 연꽃과 어리연 등을을 수질을 정화시켜주고 있다.
전통해우소의 분뇨 처리 시스템은 검불을 매질(媒質)로 사용하여 분뇨의 습기를 흡수 발산시켜서 뽀송뽀송한 건분(乾糞)으로 만들어 거름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쓴다.
 송광사 주변은 관광객들의 영향인지, 서식하는 조류상이 다양하지 않다. 박새, 곤줄박이, 굴뚝새, 어치 등 텃새들이 주로 관찰되었다.
조계산 일대의 여름 곤충상에 나타나는 딱정벌레 종류는 사슴벌레과, 풍뎅이과, 하늘소과 등 82종이 보고되어 있다. 새벽에 울력을 하다보면 간밤에 불빛을 찾아왔다가 숲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비몽사몽간에 서성이는 애사슴벌레 등을 만난다.
왕달맞이꽃

이름 그대로 몸집이 작은 애사슴벌레는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나무진을 먹고 산다. 좌우에 뿔처럼 생긴 턱이 얇은 칼날 모양이며, 중간이 넓게 솟아올라있다.
큰절 아래 쪽에 불일암 - 감로암 - 부도암으로 이어지는 숲길이 있다. 두 사람이 겨우 비켜 지나갈 너비의 호젓한 흙길이다. 길은 그 길을 오가는 이들의 심성을 닮는다.
송광사 일대에는 삼나무와 편백들이 곳곳에 숲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1970년대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식재된 것이다.
삼나무는 낙우송과에 속하는 유일한 상록침엽수로, 키가 30미터까지 자란다. 고온다습한 지역의 저지대나 계곡을 좋아해서 다른 나무에 비해 생장이 빠르다. 원산지인 일본에서는 사찰 건축용재로 많이 쓰인다. 고창 선운사, 해남 대흥사 등 남쪽 절집에 잘 자란 삼나무들이 많다.
조계산은 소나무가 많아서 일찍이 ‘솔개이메(솔강이메)’로 불렀는데, 그 말을 한자로 옮긴 것이 ‘송광산(松廣山)’이다. 옛 전설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이 곳곳에 노송들이 서 있다.
송광사 뒷산은 소나무와 활엽수의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참나무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 활엽수들이 약간 우세를 보이고 있어서 얼마 가지 않아 소나무시대는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감로암 마당에 때마침 꽃망울을 터뜨린 태산목은 북미 원산의 조경수이다. 추위에 약해서 남부지방에서만 귀하게 볼 수 있다. 높이는 20미터까지 자라고, 줄기는 암갈색이다. 잎은 긴 타원형이며, 다른 상록수처럼 윤기가 흐르고, 좀 두꺼운 편이다.
구산선사 부도 주변에 피어 있는 왕달맞이꽃은 일반 달맞이꽃보다 2배나 꽃이 크다. 돌연변이로 나왔지만, 후손에서도 계속 왕달맞이꽃이 나온다. 외래종답지 않게 환경 적응력이 떨어져서, 조계산을 비롯해 지리산과 영광군 섬지방, 강원 북부지방 해변 등 일부지역에서만 관찰되고 있다.
몇 그루 감나무가 서 있는 율원 앞을 지나면 정상인 장군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나 있다. 천자암 가는 길도 그리로 나 있다. 초입에 운동장과 채소밭과 개망초로 뒤덮힌 묵밭이 나타난다.
일사량이 많아서 양명한 이곳에는 여러 종류들의 나비들이 나타난다. 근래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조계산의 나비들은 6과 42종이며, 중부지방에 비해 열대성 나비가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높은산세줄나비는 다른 세줄나비와 비슷하지만, 앞날개 중실 속에 있는 흰 줄무늬가 두 조각으로 완전히 갈라지지 않는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중부지방과 강원도에만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조계산에서도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나무

천자암 가는 숲길은 운구재까지만 비탈이 가파르고, 그 나머지 구간은 비교적 평탄해서 산책길을 걷는 듯하다. 길은 조계산의 남사면 중턱을 가로질러 울울창창한 숲속으로 나 있다.
조계산은 도립공원이지만, 비교적 식생이 잘 보존되어 있다. 송광사에서 천자암 구간에는 소나무, 편백, 생강나무, 소사나무, 서어나무, 개서어나무, 자귀나무, 물푸레나무, 쪽동백나무, 단풍나무, 함박꽃나무, 굴피나무, 나도밤나무, 조릿대, 청미래덩굴 등등이 보인다.
천자암에는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짚고 다니다 꽂아둔 지팡이가 자랐다는 두 그루의 곱향나무가 있다. 쌍향수(雙香樹)라는 별명을 가진 이 나무는 향나무의 돌연변이가 아니라, 백두산 지역에서 자라는 향나무속에 속하는 향나무의 일종이다. 함경북도 명천군 사리(沙里) 지역에는 곱향나무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곱향나무는 잎의 길이가 다른 향나무에 비해 짧은 특징이 있으나, 다른 면에서는 일반 향나무와 같다. 수령 8백 미터로 추정하고 있는 곱향나무 높이는 12미터 남짓하고, 둘레는 각각 3.9미터와 3.2미터이다. 나무의 줄기는 두 마리의 용이 나무를 휘감고 있는 형상이다. 줄기 일부는 부후(腐朽) 현상으로 썩어서 현재 충전물로 메워놓은 상태이다.

http://cafe.daum.net/templeeco
글ㆍ사진=김재일 | 사찰생태연구소장
2006-08-18 오후 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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