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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 떠난 그들, 산빛에 물들다
정과 스님 <산빛 물든 사람들> 발간
‘비워야 한다. 버려야 한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를 지탱해온 것이라 여겨지던 모든 생각과 기준과 신념. 그러한 것들이 나를 먹여 살렸다는 이제까지의 믿음과는 달리, 그러한 것들이 참나를 가리고 있었다. 본래의 나에 눈뜨고 싶다. 최초의 나를 만나고 싶다.’

세속의 번잡함에 물들기 싫어 세속을 떠나 산으로 간 구도승들의 내적 외적 살림살이에 대한 궁금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갖추어져 있다는 ‘부처 될 씨앗’이건만 세속에 묻혀 살다 보면 요원해지기 쉽고 깨달음의 소식은 산사에서 정진을 하다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산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산에서 산다고 산빛으로 물들기는 쉽지 않다. 잿빛 승복으로 몸을 감싼다고 뛰는 심장까지 감출 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도승들의 머릿속, 가슴속 사정은, 어떠한 저자거리보다도 복잡다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산빛 물든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수행과 정진’의 세계에 젖어들곤 하는 것은, 화두를 드는 이유는 뭘까?
1985년 송광사로 입산 출가하여 승납 21년째인 정과(正果) 스님이 <산빛 물든 사람들>이라는 책을 통해 화두를 들고 용맹정진을 일삼으면서도, 하루도 멈출 사이 없이 먹고 입고 자고 씻고 배설하는 몸뚱이의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고뇌의 현장을 솔직 담백하게 공개했다.

스님은 다섯 해가 채 못 되는 기간 동안만 주지 소임을 맡았을 뿐, 봉암사, 해인사, 칠불사, 상원사 등지의 선원에서 화두수행에 맛을 들여 온 문자 그대로의 수행승이다.

스님은산에서 사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말라죽은 나무 물어뜯는 것처럼 진척이 없고 힘만 들다가도, 어느 순간 화두가 밝아지고 순조로워져서 언어를 넘어서는 법열의 경지로 데려다주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도 ‘자연 그대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구도승들의 안팎 살림살이에 대해 솔직히 토로한다.
‘수많은 망상이 파도가 자듯이 간 곳 없이 잦아들고 화두 하나만 덩그러니 남을 때가 있다. 마을을 지나다 한낮의 닭 우는 소리에 깨쳤다느니, 냇물을 건너다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한소식 해 마쳤다느니, 한 대 얻어맞는 그 순간 홀연히 활연대오 했다느니 하는 허다한 이야기가 있다 보니, 그게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내게도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스님은 숨김없이 복잡한 내면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진 도중에 다가오는 “내가 나에게 속삭이는 명상의 말들”로 소화되고 승화되어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공명으로 이어진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의 주인이 되어 살아라. 누군가를 미워했던 것도 마음이 한 일이며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도 마음이 하는 일이다. 일분 일초도 나와 떠나 있지 않으면서, 나도 아니면서, 나를 이끌어온 마음. 밝혀낼 일이다.’

산빛 물든 사람들
정과스님 지음
여시아문|1만원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2006-08-14 오후 2: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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