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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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자가 풀이한 깨달음의 세계
[인터뷰]‘대승기신론 통석’ 펴낸 이홍우 교수

“대승기신론은 문헌학적이나 내용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시적 감동과 아름다운 문장의 가치 또한 크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대승기신론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고와 시적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20여 년 동안의 기신론 공부와 연구결과를 집대성하여 <대승기신론 통석(通繹)>을 출간한 이홍우(67·사진) 서울대 명예교수.

이 교수는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정년퇴직한 교육학자. 그러나 불교신자는 아니다. 왜 어떤 인연으로 대승불교시대 후기 나타난 불교이론서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히는 <대승기신론>을 연구하게 됐을까?

“제가 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시기부터 정년퇴직할 때까지의 40년중 딱 절반이 되는 시점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가령 지금 당장 영어로 된 서양 교육학 책이 한 권도 없이 사라진다고 가정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교육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뒤에 알고 보니 이게 화두였습니다.”

이 교수는 그때부터 전공에서 그다지 멀리 벗어나지 않는 유가와 도가 사상에 관련된 고전들을 한학기에 한권씩 학생들과 읽고 그것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교육이론의 동양적 이론을 발굴하고 해석하는 일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그 교과목을 담당하던 저에게도 껍질을 깨는 아픔이 수반됐습니다. 그 계통의 책을 보다보니 결국 불교에도 읽어야할 책이 있으리라는데 생각이 미쳤고, 그때 눈에 띈 것이 <대승기신론>입니다.”

이 교수는 ‘대승의 믿음을 일으키는 논술’이라는 대승기신론의 제목부터가 교육학적 의미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대승기신론이 ‘일으키고자 하는 믿음(起信)’은 진여가 세상의 근본이라는 믿음, 세상은 진여로 말미암아 생겼다는 믿음, 우리의 삶은 세상을 그것이 생기기 이전의 진여로 되돌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는 믿음, 그리고 세상을 진여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진여를 우리의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믿음”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기신론>은 우리가 현재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허심탄회하게 생각해 보도록 권유한다”고.
대승기신론 통석

이 교수는 “<대승기신론>을 좁은 의미에서 ‘불교적 관점’에서만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이 책의 의미와 의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불교신자나 불교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독자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독자에게 보편적 관심사가 되는 문제를 다루며, 따라서 삶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것을 다루었다”고 한다. 저자는 “삶의 문제치고 교육의 문제와 연관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책 전체에서 강조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독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대승기신론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길잡이인 만큼 왜, 무엇을, 어떻게 기신론을 읽을 것인가 하는 주제에서부터 교육과 종교, 그리고 삶에 관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23장에 걸친 폭넓은 기신론 읽기가 전개된다. 저자는 또한 통석의 마지막 부분에서 추기 형식을 빌어 칸트철학으로 대표되는 선험철학을 해설하고 있다. 우리는 이책을 다 읽고 나면 대승기신론은 종교이론이기에 앞서 교육이론이요, 삶의 이론이라는 점을 갈파할 수 있다.

대승기신론 본문을 참고할 수 있도록, 대승기신론 번역과 자세한 주석을 덧붙였다. 이것은 통석에서 인용되고 논의되는 대승기신론 본문의 구절을 쉽게 찾아보고 독자 또한 저자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하려는 저자의 배려에서 비롯됐다.
이 책은 부록으로 대승기신론 본문 번역과 주석, 그리고 기신론에 대한 하께다(Yoshito S. Hakeda, 일본학자) 해설과 저자 자신의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대승기신론 통석
이홍우 지음
김영사|3만5000원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2006-08-14 오후 2:28:00
 
한마디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불자가 아니면서도 교육학자로서 대승기신론통석을 통해 대승기신론을 일반화 시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있게 생각하였다는 그 자체가 교육학자의 교육적 양심이라고 깊이 믿어 집니다. 이래서 인류는 살만한 가치가 있고 인류보편의 양심은 종교를 초월하여 믿을만한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하며 축하드립니다.
(2006-08-14 오후 7: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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