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경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종광) 강당에선 정신지체장애아동 17명과 비장애아동 14명이 함께하는 계절학교 요리교실이 한창이다. 7월 24일부터 8월 4일까지 2주간 열리는 ‘2006 여름 계절학교’는 뮤지컬 관람, 미술활동, 물놀이, 풍선 아트, 전래놀이체험 등 다양한 놀이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데 이번엔 요리시간이 펼쳐졌다. 오늘의 메뉴는 샌드위치. 30여명의 청소년들이 4개조로 나눠진 테이블 위에서 삶은 감자를 으깨고, 햄 당근 양파를 썰어 알맞게 배합했다.
“살색을 보면 살색 스타킹이 생각납니까?”
마요네즈와 케찹을 섞던 정신지체아동이 느닷없이 살색 스타킹 이야기를 꺼내는 통에 강당이 웃음바다가 됐다.
“갈비마트 먹고 싶어요. 갈비마트 먹고 싶어요.”
이번엔 인철(가명·15)이가 햄을 보자마자 갈비마트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댄다.
17명의 정신지체 장애아동과 함께 하는 여름 계절학교는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장애아동들의 돌발 행동으로 늘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속출한다. 정신지체 1·2·3급의 장애아동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고, 마구 뛰어다니는가 하면 자폐아동 특유의 폭력성을 나타낼 때도 있다.
그런데 같이 계절학교에 참가한 비장애아이들은 의외로 담담하다. 비장애아동의 특별한 행동이 전혀 유별나지 않은 듯 장애 아동이 웃기면 같이 웃고 때를 쓰면 타이르며 마음을 주고받는다.
“엄마의 권유로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참가하게 됐다”는 2조 조장 박신영 양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친구 지연이를 따라 참가하게 된 한나라(용황초등 6년)양은 “낯설고 말이 통하지 않던 장애 아이들이 이젠 말을 조금씩 알아들어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털어놨다.
3조 조장을 맡은 박인영(경주 디자인고 2년)양은 “정신지체장애아이들이 일반아이들보다 조금 서툰 점이 없지 않지만 비장애아이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훨신 착하다”고 말했다.
정신지체장애아이들과 일주일을 넘게 지내면서 어느덧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풀쩍 풀쩍 뛰어다니는 인철이의 등을 토닥이며 “인철이가 너무 기분이 좋구나”라고 기분을 맞춰준다. 샌드위치 속만 긁어먹는 민식(가명)이에겐 얼른 샌드위치를 만들어줬다.
담당사회복지사 공혜영씨는 “장애아동은 같은 또래의 비장애아동과 어울리며 사회성 형성에 큰 도움이 되는것 같고 비장애아동은 자원봉사의 기회를 통해 배려와 마음 나눔의 미덕을 배우고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의 기회가 되어 좋은것 같다”며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하는 계절학교는 장애아나 비장애아 모두에게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