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해남 대흥사가 위치한 두륜산 도립공원. 4천명 정도의 대 인파가 더위를 피해 두륜산 계곡을 찾았다. 이들은 모두 2500원의 문화재관람료를 내고 두륜산에 입장한 관람객들이다. 대흥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곡에 인파가 넘쳐도 화장실이나 식수대 같은 기본적인 시설을 찾을 수가 없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대흥사 주차장까지 30~40분을 걸어가야 한다.
가족과 함께 놀러왔다는 임경활씨는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40분 이나 걸렸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에, 그것도 관람료까지 받으면서 편의시설조차 갖춰놓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흥사에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느냐고 문의하자 대흥사 한 관계자는 “문화재관람료는 그런 시설과는 관련이 없지만, 관리 공단측과 협의해 간이화장실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다. 풍광이 뛰어난 계곡에는 으레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사찰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텐데도 일부 행락객들의 무분별한 행위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두륜산 계곡에서도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이 많았다. 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가 그들에게 ‘경고’를 했지만 듣는둥 마는둥 했다.
행락객들의 이러한 행위가 사찰에 직접적인 거부감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찰을 참배하려는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게 돼 행락객들의 무질서한 행위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사찰과 공원 측이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마련해 주고, 조금더 적극적인 자세로 행락질서를 바로 잡는다면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장소로 거듭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