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창종해 강원도 원주에 본부를 둔 S종단은 창종한지 얼마안돼 큰 고민에 봉착했다. 종단의 위상 강화를 위해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가입을 서두르고 있고, 아울러 일정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해 종도들의 입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입종을 원하는 스님들의 신원과 수행 이력을 정확히 검증할 길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혹시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 승적을 옮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이 종단에서는 지난달 입종한 모 스님의 혹세무민 행위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조사한 결과 전과자임이 밝혀진 바 있다.
이처럼 출가 후 스님들의 수행 이력이 모두 담겨져 있는 승적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다.
소신에 따라 종단을 옮기거나 창종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잘못을 저지른 비리승려들이 철새처럼 종단을 옮겨다니며 승적을 허위 조작하는 사례는 불교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종단을 창종하는 일이 까다롭지 않아 신생종단들이 짧은 시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승려나 사찰 늘리기에 급급하다보니 입종 희망자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행승려들의 철새행각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무언가 대책이 없을까? 우선 해당 종단들의 승적 관리를 전산화해서 각 종단 간의 네트워크 형성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태고종은 엄격한 승적 관리를 위해 지난해 12월 개발한 승적관리 전산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 10월까지는 승려 개인정보 입력기간으로 정해 소속 종단 스님 개인의 연수 및 안거 이력, 행자교육 및 은사 스님 이력, 분담금 납부 상황, 상벌 현황 등 출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수행이력을 자세히 정보화 시키고 있다. 정보 입력이 끝나면 전국 지방 종무원들끼리 정보를 네트워크해서 문제가 되는 승려는 즉각 퇴출시킬 방침이다.
(재)일붕선교종이 올해 초부터 승적관리 목적으로 발급하는 ID카드 승려증도 호응이 높다. ID카드 내에 모든 승려 정보가 입력돼 중앙 총무원에서 승적 관리가 용이하다. 예를 들어 지방 종무원소속 승려가 문제를 일으키면 즉시 중앙 총무원에 공문으로 상황을 알린다. 다시 총무원은 진상 조사를 한 뒤 해당 스님의 ID카드 내에 징계 상황을 입력하며, 동시에 16개 전국 종무원에도 이 정보를 공지한다.
관음종과 총화종은 이미 승려분한신고제를 통해 승적관리를 강화했고, 조동종 법상종 등도 올해부터 정기적인 승려분한신고제를 실시해 종단 스님들의 활동 현황을 자세히 파악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집안 단속을 잘해도 철새 비행승려를 받아주는 종단들이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물론 비행승려라는 것을 알고 입종을 허용하는 종단은 없다. 문제는 종단간 승적에 대한 정보 공유가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 상임이사 법현 스님(태고종 사회부장)은 “2년전 이런 문제점을 보안하기 위해 각 종단 총무원장들이 모여 비행승려들을 척결하기 위한 연합감찰제도를 실시하기로 협의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조속히 연합감찰위원회를 구성해 감찰위원회가 단속한 비행승려들의 명단을 해당종단에 통보하면 종단별로 적절하게 규제토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종 서울종무원장 법공 스님도 “특정 종단에서 비리로 인해 징계를 받은 승려는 타종단으로 옮겨가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를 종단협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연합 감찰제 시행을 강조했다.
현재 종단내 승려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여래종 총무원장 혜안 스님도 “이중 승적과 부적격자 유입 등을 막기 위한 근본 해결책은 승려들에 대한 지속적 관리와 교육에 있다”며 “종단난립과 무자격 승려 양산, 승가질서 파괴, 승가교육 부재 등을 집중 연구할 ‘승단발전연구위원회’ 설치를 통해 올바른 승풍을 계도시켜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