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부산을 ‘불교 제1도시’라고 부른다. 하지만 ‘불교제1 도시’에 걸맞는 위상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몇 해 전이던가, 타종교에서 부활절 집회를 부산의 상징인 사직동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개최한 적이 있다.
5만4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운동장에 2만5천명 정도가 모여 조금은 썰렁한 행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 몇몇 불자들은 인원도 다 못 채울 것을 무엇 하러 이곳에서 행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타종교의 집회를 비아냥거렸다.
5월 부처님오신날 부산역 광장에서 열리는 봉축행사에는 매년 1만여명 정도의 불자가 동참하고 있다. 200만 부산불자 중에서 고작 0.5%만이 동참하는 셈이다.
부산에는 1700여 대 소 사찰 및 암자, 포교당이 있다. 이들 사암에서 10명씩만 동참한다고 해도 1만7천여명이라는 인원이 되니, 1만명이라는 동참숫자는 참담한 숫자라 하겠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선은 스님을 비롯한 우리 불자 개개인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나 하나쯤이야’ 라고 하는 피동적인 사고에서 ‘나 하나부터’라는 적극적인 동참의식이 필요하다.
물질적인 동참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우선 행사에 직접 동참하는 적극적인 불자상이 요구된다. 이러한 적극성을 회복할 때 비로소 부산불교의 진정한 위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우리 부산불교계의 안타까운 현실은 개별적인 역량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하고 따로 따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200만 부산불교신도를 대표한다는 부산광역시불교신도회에서는 불교회관 건립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고, 시청 옆에는부산불교회관이 들어서 있으며 인근의 양정에는 불교회관이 십여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부산불교실업인회에서는 서면 부전동에 실업인회 자체 회관을 마련하여 불교병원 건립 등의 미래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모 불교대학에서는 강의 공간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건물매입에 나서고 있다.
저마다 역할이나 목적은 뚜렷하게 차별성이 있겠지만 왜 이러한 불사들이 따로따로 행해져야만 하는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분리해서 보면 수십 억 짜리 개별불사에 불과하겠지만 이들 불사가 목적을 공유하고 힘을 합친다면 수백 억 짜리 대작불사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대작불사가 200만 부산불자와 함께 원만히 회향될 때 비로소 불교도시 부산의 이름에 걸맞는 진정한 불교회관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불교와 관련한 모든 것들이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그 시너지효과 또한 클 것은 뻔한 일이다. 물론 각 단체나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와 의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이러한 일이 실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불교를 대표하는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 스님들을 중심으로 명분을 쌓고 서로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며 200만 부산불자들이 적극 동참한다면 이러한 시도가 결코 공염불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는 스님들의 단체이다. 종파를 구분하지 않는 스님들의 연합체가 불교연합회인 것이다. 이 같은 연합체는 서울의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제외하고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고무적인 기구이다.
하지만 재가와의 협력이나 유대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상시적인 출ㆍ재가의 교류창구 확보가 급선무다. 회원규정을 세분화하여 정회원인 스님들과 준회원 혹은 특별회원으로 재가 신행단체장이나 직능단체 대표를 영입하여 부산불교 전반에 관한 의견을 연합회에서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한다.
이렇게 될 때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가 명실상부한 부산의 대표적 불교기관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의 세월이 부산불교의 뼈대를 형성하는 기초공사의 시기였다면 연합회의 법인화를 계기로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가 부산불교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하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제2의 창립을 준비해야 한다.
부산의 대표적인 신도조직인 부산불교신도회 역시 내실을 다지고 화합에 치중하여 각 종단이나 사찰의 신도회가 모두 동참하는 명실상부한 200만 부산불자의 대표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다종교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이 사회는 우리 불교에게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산사를 찾는 대중을 대상으로 교화하고 포교하던 정적인 불교에서 대중 곁으로 한발 한발 다가서는 적극적인 불교로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자비실천을 근본으로 하는 부처님 가르침이야 시공을 초월하여 만유불변의 진리로 남겠지만 포교와 교화의 방편은 시대적 요청에 따라 동적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우리 부산불교는 2002년 동아시아 경기대회 당시 각 종단과 사찰이 적극 나서서 시민 서포터즈를 구성하여 성공적인 대회개최에 일조하고 이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등 대사회 참여에도 남다른 저력을 보여주었다.
예부터 우리민족은 나라가 어렵고 경제가 피폐해지면 더더욱 부처님을 찾고 가르침에 의지하곤 하였다. IMF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은 계속해서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사찰을 찾는 불자들의 한결같이 돈독한 불심을 보면서 부산불교의 희망찬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
따로 따로 개개인은 너무도 훌륭한 우리 부산불자이지만 이 힘들을 한 데 모으는 것에는 무엇인가 많은 부족함이 느껴진다.
나, 나의 가족, 나의 사찰의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소극적 불교사랑에서 벗어나 너, 우리 이웃,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위해 기도하고 동참하는 적극적인 불교사랑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부산 불교의 저력을 밑기에 내년 부처님오신날에는 200만 불자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부산역 광장이 인파로 넘쳐나고 교통이 마비되어 온 시민의 욕(?)을 한몸에 받아 먹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면서 불자들의 폭넓은 불교사랑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