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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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으로는 팽창, 질적으로는 미흡"
현장 전문가가 쓰는 부산불교 이야기④
복지시대, 부산불교 현주소는?
불교계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참여 의지는 1980년대에 들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각종 이용시설의 증가와 함께 비로소 활기를 찾게 되었다.

21세기 초반인 현시점에서는 타 종교계의 사회복지활동에 비해 양적으로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었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산도 타 종교기관에 비해 제도권하의 사회복지활동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당시 대한불교신문의 창간 등 포교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던 정관 스님, 혜총 스님, 정련 스님 등 몇몇 스님들이 포교의 방향을 복지활동으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사회복지사업의 실천에 있어 부산에 변변한 법인이 없던 차에 현재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서울에서 운영하던 사단법인 가산불교진흥원을 1993년에 부산으로 이전하여 사단법인 불국토가 탄생하게 되었다. 당시 부산에 인접한 통도사 자비원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부산에 사회복지사업을 펼칠 법인은 처음으로 설립되게 되었으며, 최초로 개금종합사회복지관을 수탁 운영했다.

이를 계기로 산중불교, 말로만 하는 중생구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사단법인 불국토는 몰운대종합사회복지관(현재 사회복지법인 내원), 두송종합사회복지관(현재 사회복지법인 늘기쁜 마을), 양정청소년수련관(현재 재단법인 불국토 청소년도량)을 연이어 수탁 운영하게 되어 복지영역 뿐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영역까지도 넓혀가게 되었다.

이렇게 2~3년 사이에 불교에서 사회복지사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타 종교로부터 견제와 아울러 질투(?)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후발주자로서 의욕과 과감한 투자뿐만 아니라 투명성을 통한 신뢰성을 높여가면서 행정기관으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이 오히려 기존의 종교단체로부터 견제를 받게 된 것이다.

부산의 경우 불교뿐만 아니라 선발 주자였던 타 종교기관들도 보통 한 법인이 2개 이상 복지사업을 하는 경우는 전 법인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견제를 타개하기 위해 불국토법인 소속이었던 몰운대복지관과 두송복지관이 법인을 새로이 만들면서 스님들과 소속사찰의 특성에 맞는 전문적인 복지사업을 펼쳐나가게 된다.

이후 부산 불교계에는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게 되는데, 부산불교의 큰집이라 할 수 있는 범어사가 사회복지법인 범어사를 설립하여 금정구복지관과 화명복지관을, 진각복지재단에서 낙동복지관을, 공덕향법인에서 공창복지관을 사회복지법인 불국토에서 용호복지관을 추가로 수탁하여 지역주민들을 위한 이용복지시설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종합사회복지관 등 이용시설의 운영에서 한발 나아가 전문영역으로의 기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내원에서는 장애인전문 시설인 반야원의 운영을 통해 그동안 부산불교에서 소홀했던 장애인복지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얼마 전 장애인요양병원을 설립했다.

모든 종교들이 효사상을 거론하고 있지만 불교만큼 효를 중시하는 종교도 없다. <부모은중경>이라는 경전이 있을 만큼 효에 대한 부분은 독보적인 종교다. 이에 따라 복지사업에 있어서도 어른신을 위한 노인복지사업이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를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 불국토의 경우 부산 최초로 실비요양시설인 상락정을 개원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양정재가노인복지센터를 사회복지법인 혜원에서 영도구노인복지관, 사단법인 선양복지원에서 가정봉사원파견사업을 하는 등 노인복지사업에 있어 불교계가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어린이집, 정신장애인보호센터, 시니어클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지사업을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판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양적인 팽창이 있는 반면 아쉬운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다.

양적인 부분만큼 질적으로 앞서 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개신교, 천주교 등 서양종교들은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 기술적 측면에서 불교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이러한 후발주자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1999년에 불교복지기관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은 ‘부산불교사회복지·청소년기관협의회(회장 혜총 스님)’라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상호간의 정보공유와 선의의 경쟁유발 등을 통해 발전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몇 가지 과제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사부대중의 관심과 참여이다. 다행히 1사찰 1복지기관 참여, 1사찰 1개어린이집 운영 등 일련의 방법론들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종단을 비롯해 사부대중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승가대학 등 학문기관에서 사회복지와 관련된 과목들을 이수케 해야 한다.

이춘성 사무국장.
재가불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물적·인적 활동도 필요로 한다. 타 종교들은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복지활동을 통해 전도를 하고 있다. 우리 불교도 많은 사찰과 신행단체들이 친목이나 우물안 개구리식의 활동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중생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자리이타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역할과 참여를 통해 복지다원주의와 지방화 시대에 따른 새로운 복지 대안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시간적 여유는 만드는 만큼 생긴다. 아무것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 중생은 물질과 정신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행복을 느낀다.

불교의 가장 수승한 자비사상을 실천하는 방법은 누가 뭐라 해도 복지사업이다. 이러한 실천방법을 통해 중생구제는 물론이거니와 대중포교의 원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춘성 | 부산불교사회복지·청소년기관협의회 사무국장
2006-08-02 오전 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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