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사찰 경영’을 세속적이라며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고객서비스, 문화공간 제공 등 기업경영의 요소들은 사찰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더군다나 수많은 신도를 확보하고 조직력을 갖춘 대형사찰이 늘어나면서 ‘사찰 경영’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와 방법으로 모범사찰을 일군 스님들로부터 ‘사찰 경영’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교육]1시간을 위해 20시간을 투자하라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
“불자로서의 소명의식을 느끼는 불자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은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신도교육을 사찰 경영의 키워드로 제시하는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 여느 사찰과는 달리 관음사라는 절 이름 앞에 영남불교대학을 붙인 것은 교육에 역량을 쏟겠다는 원력의 표현이다. 그러나 스님이 말하는 교육은 평범한 신도교육이 아니라,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신도교육이다.
우학 스님은 ‘교육→수행→봉사·회향’으로 이어지는 신도관리체계를 영남불교대학 관음사의 두 번째 경영 노하우로 제시한다. 교육을 이수한 신도들은 반드시 수행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하고, 아울러 봉사조에 편성돼 활동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찰과 스님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학 스님은 신뢰를 쌓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부처님 말씀을 전하되 현대인의 정서에 맞는 법문과 강의가 교육의 핵심이다. 여기에 사찰 재정을 투명화하고 신도들의 가정과 회사 보다 좋은 도량을 갖추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1시간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보다 좋은 교안을 만들기 위해 20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신도들은 신행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려고 하는데, 이 점을 어떻게 만족시켜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조직]원력 나누는 분신 만들어라
능인선원 원장 지광 스님
“능인선원의 힘은 사람과 조직에서 나옵니다. 원아분신변진찰(願我分身遍塵刹, 원컨대 나의 분신 펴게 하소서)의 분신처럼 나의 원력을 함께 공유하고 죽을 때까지 같이 할 수 있는 핵심인자를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 능인선원을 22년만에 22만명의 신도를 거느린 대형사찰로 일군 원장 지광 스님. 혼자의 힘으로 그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능인선원의 성장동력은 잘 짜여진 조직과 그 조직을 이끄는 중간리더, 즉 핵심인자에 있다. 10명 내외로 구성되는 1000여 ‘능인등’은 가정법회를 근간으로 하고, ‘능인등’ 10개가 모여 구역법회를 이룬다. 구역법회는 52곳의 광역법회에 소속돼 믿음을 키운다. 이 조직을 지도하는 이들은 중간리더격인 50여 현법사와 60여 정법사들이다. 집중수련과 책임감 부여는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양약(良藥)이다.
지광 스님은 조직에 앞서 신심과 수행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교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신행관을 바로 세워주지 못하면 조직도 쉽게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업] 지역경제 기여, 사회 회향하라
공주 영평사 주지 환성 스님
“사찰이 수익사업을 한다는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도 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업을 하니까 스님도 아니라는 식의 불교계 내부의 비아냥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생산불교’의 선두주자 공주 영평사 주지 환성 스님은 시골마을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구절초축제 등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여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이 숙제를 풀었다. (주)영평식품을 운영하고 있는 영평사는 ‘장군죽염’으로 출발, 현재 20여명의 직원을 비롯해 4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발휘해 지역민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수익금을 어린이·청소년복지 등에 재투자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사찰의 수익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낸 점도 환성 스님의 경영노하우. 스님은 어린이·청소년 등 지역포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신뢰를 꾸준히 쌓은 것이 주효했다.
“스님들이 ‘초심’을 유지하며 자립경제를 시도한다면 ‘생산불교’ 실현은 어렵지 않습니다. 신도들이 스님의 뜻을 바로 알면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줄 것입니다.”
[복지]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라
수효사 효림원 원장 무구 스님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는 처음의 이미지가 지금의 수효사를 만든 것 같아요. 요즘 신도들은 기도만 해서는 절에 남지 않습니다. 자꾸 동기부여를 해줘야 해요.”
사회복지법인 수효사 효림원은 탄탄한 자원봉사 조직과 활발한 활동으로 복지도량의 모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 17년전부터 서울 아현동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복지에 힘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효림원 원장 무구 스님은 포교당 문을 열면서부터 지역민을 위한 복지활동을 시작했고, 수입이 조금이라도 생길 때마다 지역민에게 밑반찬, 제수용품, 무료급식 등으로 회향했다.
“수효사 신도들은 바쁘고 힘들어서 법회는 못오더라도 봉사활동은 빠지지 않습니다.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빠질 수가 있나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보다 좋은 동기부여는 없는 셈이지요.”
교양대학을 복지대학으로 운영하는 것도 수효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수효사 복지대학은 자원봉사인력의 산실이면서 신도들의 복지마인드를 키우는 요람이다. 무구 스님은 복지대학과 지역봉사로 사회적으로 기여를 중시하는 요즘 신도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