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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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녹유사, "절보다 지역민 먼저" 봉사 구슬땀
사찰 피해 불구 재해복구 지원 앞장
강릉 녹유사 주지 성인 스님과 신도들이 군장병들에게 자장면을 배식하고 있다.


집중호우로 수해가 발생한지 열흘이 지난 7월 27일, 정선 나전중학교는 학생 대신 군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정선군 재해복구를 위해 파견된 23사단 58연대 장병들의 임시숙영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복구작업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 장병들은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취사장 근처에서 식판을 든채 서성이고 있었다. 강릉 녹유사가 준비한 ‘오늘의 특식’ 자장면을 먹기 위해서다.

자장면 냄새가 취사장 밖으로 솔솔 새 나오자 장병들은 더 안달이 나 보채기 시작한다.

“아 이 냄새! 언제 다 되는거에요?”
“다 됐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면을 뽑던 녹유사 주지 성인 스님과 조봉한 신도회장이 급히 장병들의 성화(?)를 진정시킨다. 한경희 합창단장도 양념을 다지던 일손을 놓고 스님과 조 회장을 거든다.

“이 군인아저씨 정말 잘 생겼네. 우리 딸 소개시켜줘야겠네.”
“제가 왜 아저씨에요?” 장병은 몹시도 억울한 표정이다.

정오, 배식이 시작되자 장병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배식을 담당한 취사반 장병들이 줄부터 세운다. 사단에서 부사단장과 참모들이 특식을 준비해준 녹유사 스님과 신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왔다.

녹유사 신도들이 군장병들과 함께 즐겁게 자장면을 뽑고 있다.


강릉의 오지 왕산면 대기2리에 위치한 녹유사도 이번 집중호우의 위력을 피하지 못했다. 탄광 사택을 개조해 만든 변변치 못한 도량이지만, 요사채가 침수되고 토사가 밀려내려와 많이 훼손됐다. 하지만 성인 스님은 사찰복구는 접어두고 지역 피해 민가 먼저 챙겼다. 먹을거리와 옷가지를 들고 주변 강릉 왕산면 일대의 수재민들을 찾아 나눠줬다.

26일부터 인근지역을 벗어나 평창 진부면과 대화면, 정선 북평 등지에서 복구에 참여하고 있는 군장병들에게 자장면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3일 동안 3000명의 장병들이 자장면을 먹고 사기를 충전했다. 이를 위해 성인 스님과 30여 신도들은 매일 아침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복구현장을 뛰고 있다.

성인 스님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비상식량과 구호물품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4년 태풍 루사가 강원도를 휩쓸었을 때도 녹유사는 복구지원활동을 펼쳤다. 자원봉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장면 반죽기와 면을 뽑을 수 있는 기계 3대도 마련했다.

강릉 녹유사 주지 성인 스님.


녹유사의 선행은 2001년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올해 5월 8회를 맞은 어르신 효도관광은 지역민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처음에는 30명이 참여했지만, 녹유사의 선행이 입소문이 나 올해 600명의 어르신이 무료관광 혜택을 누렸다.

이렇게 1년 동안 선행을 위해 쓰이는 돈은 적게 잡아도 4000만원. 기도비와 인등비 등 절 수입을 고스란히 투자한 액수다. 도량불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성인 스님과 녹유사 신도들은 이 길이 중생과 함께 하는 불교라고 믿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다.

정선=박봉영 기자 | bypark@buddhapia.com
2006-07-29 오전 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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