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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상 느끼게 한 달콤ㆍ살벌 품앗이!
[시방세계]대한불교청소년연합회 농촌일손돕기 현장
밭에서 캐낸 원추리를 포대에 담아 마을로 나르고 있는 학생들. 한여름 더위로 많은 땀을 흘렸지만 흘린 땀만큼 보람도 크다.


수철이(충암고 1년)와 창규(한양대 3년)가 곡괭이를 잡고 나섰다. 도시에서 자란 학생들답지 않게 능숙하게 원추리를 캔다. 뒤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캐낸 원추리를 포대에 담는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 사이로 땀방울이 반짝거린다. 농촌으로 간 학생들. 그들은 왜 여기에 온 것일까.


#농촌사람들과의 만남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25일 오후. 충남 부여군 은산면 거전마을에 한 무리의 학생들이 찾아들었다. 대한불교청소년연합회의 ‘농촌일손돕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25명.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마을회관에 짐을 풀고 작업복 차림으로 나섰다.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있는 거전마을의 이길용(54) 이장, 서용순(41) 부녀회장, 김혜정(36) 부녀회 총무, 그리고 김운환(51) 사무국장이 환하게 웃으며 학생들을 맞았다.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가세요, 환영합니다.”
이길용 이장이 인사말을 하자 학생들을 박수를 치며 환대에 답한다. 김운환 사무국장이 3일간의 일정을 간략히 소개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임무’를 부여했다. 마을회관 입구에 설치돼 있는 게시판에 마을 안내도를 그리고 마을회관 좌우에 설치돼 있는 두 개의 정자에 방수페인트를 칠하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농촌체험 ‘출사표’

임무가 떨어지기 무섭게 학생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지더니 각 그룹별로 회의를 한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불교청소년연합회 지수연 기획팀장은 그런 학생들을 묵묵히 지켜볼 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 연합회는 ‘그룹’이라는 외래어 대신 협동의 의미인 ‘모둠’이라는 우리말을 쓰고 있었다.

3개 모둠이 각각 반장을 뽑고 어떻게 일을 진행할 것인가를 지 팀장에게 알리고 각 모둠 반장들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방수액 이렇게 칠하는 거 맞죠?


“한 번 할 거 두 번 할 겁니다. 최강 1모둠이 됩시다.”(1모둠 최미순ㆍ서울 해성여상 2년)
“단결해서 다른 모둠보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2모둠 양설ㆍ동대부고 2년)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3모둠 김성수ㆍ동대부고 2년)


#마을 안내판 만들기

안내판 그리기를 맡은 3모둠의 서연철(한양공고 1년)ㆍ조용호(동대부고 1년)ㆍ함성훈(서일대 1년)과 연합회 임지혜 총무가 트럭 뒤에 올라타고 마을 탐사에 나섰다. 거전마을 오른쪽에 위치한 ‘닭바실마을’로 트럭이 달리기 시작했다. 덩달아 연철이, 용호, 성훈이의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길을 그리고 냇가를 그리고 마을을 그리며 안내판에 그릴 밑그림을 스케치한다.

원추리 캐고 다듬기


“재미있느냐”고 묻자 연철이가 “이런 건 처음 해보는데요,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하며 웃는다.
거전마을 왼쪽 정골마을에서도 학생들의 스케치는 계속됐다.
“왜 정골마을이에요?” “몇 가구나 살아요?”

학생들의 질문이 김운환 사무국장에게 쏟아진다. 뜨거운 햇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케치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본 마을 어르신들이 학생들을 정자 아래로 불러 모은다.
“거기 뜨거워, 이리로 와.”


#페인트칠은 처음인데…

“내가 제일 잘하지. 이것 봐 잘 칠해졌잖아.”
2모둠의 단비(서울 해성여상 2년)가 정자 한 복판에서 자랑을 늘어놓는다.

“페인트칠을 해보았느냐”는 질문에 2모둠 반장인 양설은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페인트를 옷에 안 묻히려고 했는데, 벌써 묻어버렸으니…”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3모둠 학생들이 마을 스케치를 하고 있을 동안 1모둠과 2모둠 학생들은 정자에 페인트칠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쉬울 리가 없다. 1모둠 반장 미순이는 “페인트가 동이 나 더 칠할 수가 없다”며 정자에서 내려왔다.

페인트가 모자라기도 했지만, 자신이 칠한 곳이 다른 사람이 칠한 곳과 색깔이 달라 덧칠을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여름엔 역시 물장난이 최고!


#꼭 해보고 싶어요!

“원추리 캐는데 자원할 사람!” 김 사무국장의 말이 떨어지자 민규(동국대 1년)와 예나(삼육대 1년)가 자청하고 나섰다. 그러자 남학생들이 모두 해보고 싶다고 나섰고, 자그마한 체구의 1모둠 반장 미순이도 가세했다.

“해보고 싶어요. 뭐든 해봐야 알 수 있잖아요.”
민규가 면장갑을 끼며 ‘전의’를 불태운다. 밭일을 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서 더 해보고 싶어하는 눈치다.

인근 밭에 올라 원추리를 캐고 마을 아래로 나르는 작업이 시작됐다.
“원추리는 백합과 풀로 이뇨작용에 좋고 변비에도 좋아요. 겨울잠 자는 동물들이 이걸 먹고 시원하게 배설하고 활동을 시작해요. 이게 자연의 섭리죠.”

김사무국장의 설명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나가 “저 변비 있는데, 이거 싸 갈 수 있어요?”하며 너스레를 떨자 한마당 웃음꽃이 피었다.


#우리는 지금 농촌에 있다

농촌, 생태, 품앗이 이 모두를 하루 이틀 만에 배우고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원추리가 어떤 풀인지, 농촌은 어떻게 생겼는지,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는 여름에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농부들의 얼굴 색깔은 어떤지, 정자에 앉아보니 느낌이 어땠는지 알게 됐으니까.

“재미있는 경험도 할 테고, 힘든 경험도 하면서 스스로 보람을 만들어 갈 겁니다. 그래서 이번 농촌체험 제목도 ‘달콤 살벌한 품앗이’로 했어요.”

지수연 청소년 연합회 기획팀장의 말대로 보람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26일과 27일에는 시장을 봐와서 직접 끼니를 해결하는 ‘농촌시장체험’과 참깨 수확, 마을계곡 주변환경 미화, 부여탐방 등으로 2박 3일간의 농촌체험을 마무리했다.

대한불교청소년연합회 농촌체험은?
대한불교청소년연합회의 농촌체험은 지난해 조치원에서 처음 진행됐으며, 올해가 두 번째다. 불교청소년연합회의 농촌체험은 심성계발과 생태체험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동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찾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한편, 농촌체험과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농촌을 이해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또 다른 보람을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농촌체험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
부여/글=한명우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
2006-07-31 오전 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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