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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청대 차도자 명품전’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갤러리 루브에서는 ‘오래된 다도구로 마셔보는 보이차 시음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와 강연을 마련한 자사호 수집가 김영효씨가 유리 상자 안에 전시된 찻잔을 꺼내 참가자들에게 건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어쩜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었을까?”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받아요.” “이렇게 귀한 걸 만져도 될지 모르겠네요.”
주위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씨는 다관에 차를 우리기 시작한다.
“오래된 차도구라 할지라도 직접 사용해보고 만져보지 않으면 자신의 안목을 키우기 힘듭니다. 오랜 세월 동안 차의 향을 품은 다호로 차를 우리면 차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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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맛본 차는 1990년대 수입된 천량차. 40년은 족히 묵은 차다. 우려진 차는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유물 찻잔’에 따라진다. 참가자들은 조심스레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음미한다. 조영숙(서울시 서초구 우면동)씨는 “박물관에나 있을 것 같은 오래된 차호에 차를 우려마시니 기분이 특별하다”며 “차를 마신지는 오래 됐는데 차도구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신기해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면 장식장에 두고 감상만할 뿐 실제 차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 차계의 현실임을 감안하면 이날 시음회는 색다른 풍경임에 분명하다. 어떻게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일까?
“6~7년 전부터 국내에도 보이차 붐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다 가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보이차와 자사호다보니 ‘속지 않고 구입하는 법’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왕도는 없습니다. 자신의 안목을 키우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죠. 안목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진품, 명품 차도구를 많이 감상하고 직접 차를 우려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와 시음회로 차인들의 안목을 높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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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차와 인연을 맺게 된 김씨는 그간 보이차와 자사호의 세계에 빠져 보이차와 차도구 수집에 나섰다.
“의식차(儀式茶)의 궁극이 가루차라면, 반차(般茶) 즉 생활차의 궁극은 보이차라 생각합니다. 특히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피로를 풀고 소화능력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집중력을 강화시키는데 보이차는 더 없이 적합한 음료입니다.”
현재 그가 수집한 작품은 청대 황실 다도구를 비롯한 300여 점. 인터넷 카페와 ‘바보다원’이란 차회를 운영하며 자신이 수집한 차도구를 이용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동안 수집한 차도구를 차회 회원들과 함께 공부하는데만 사용했습니다. 전시를 할 기회나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더 많은 차인들이 차도구를 접할 수 있도록 해마다 전시회를 열 예정입니다. 조만간 불가(佛家)의 중요한 공양물인 향과 차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분향자차전(焚香煮茶展)’도 선보일 것입니다.”
“세계 차 시장에서 한국인의 자존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안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씨는 “차인들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출장 감정에 응할 용의가 있고, 사찰에서도 차 강좌를 열고 싶다”며 관심 있는 차인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031)247-9681 cafe.naver.com/oldpu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