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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험' 통해 오지(奧地)를 悟地로
[도반의향기]이교재 송서울문화마당 관장
송서울문화마당은 포토갤러리를 상설 오픈하고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강원도 최전방 평화의 댐 부근에 위치한 오미분교.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아이들이 없어 2004년 폐교가 되었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지 중의 오지이지만 농촌 체험을 비롯해 강원도 양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오미분교를 지역 문화 공간으로 바꾼 주인공은 바로 송서울문화마당 이교재(72) 관장. 황해도 태생의 실향민인 이 관장은 노년을 고향이 가까운 곳에 살면서 문화 소외지역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소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2004년 폐교를 리모델링해 송서울문화마당을 오픈했다.

지금은 강원도 양구를 소개하는 포토 갤러리를 상설 전시하고 있으며 최신 영상 설비를 구비해 첫째, 셋째주 목요일 7시에 지역 주민을 위한 영화를 상영하는 등 지역 문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오미리 손원제 이장은 “처음 송서울문화마당을 개설 했을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영화도 볼수 있고 어르신들을 위해 영정 사진도 찍어 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고 있다”며 “특히 마을 회의나 기타 행사에 자문을 해 주는 등 사랑방 할아버지 같은 역할을 해 주시고 있어 마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분”이라고 말한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사진을 접한 이 관장은 평생을 취미로 사진 촬영을 해왔다. 1993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장으로 평생 직장을 퇴직할때까지 전국의 명산 명찰을 찾아다니며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재를 촬영했고 국전에 수차례 입상을 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사진을 촬영하는 것보다 우리 문화, 특히 성보 문화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더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1997년부터는 문화역사탐방 전문강사로 사법연수원, 삼성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전국의 사찰을 직접 소개하며 간접적으로 불교 알리기에도 일조를 했다.

송서울문화마당을 개설하면서 문화역사탐방 전문강사로는 활동을 하지 못하지만 지금은 강원도 양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삶을 카메라에 담으며 양구를 소개하는 슬라이더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며 일일이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그동안 촬영한 성보 문화재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하고 지역 박물관 또는 관청에 희귀 사진을 무료로 제공하는 지역 문화 보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교재 관장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소문을 듣고 휴가를 이용해 송서울문화마당을 찾은 김영희(고양시 일산동 거주)는 “지역을 소개하는 사진 슬라이더를 보면서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다시한번 느낄수 있었다”며 “관장님이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상세한 지역 설명을 하는 것이 마치 할아버지가 곰방대를 물고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평생 은행원을 업으로 살았던 이 관장. 직장을 퇴직하면서 여생을 남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평소 참 나를 찾는 종교인 불교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조계사 불교대학 1기로 졸업, 조계종 포교사에도 합격했다.

우연히 불교방송을 청취하다가 강원도 최전방 부대 군종병을 통해 군 불교의 어려운 현실을 접한 이 관장은 수소문 끝에 방송에 출연한 군종병을 찾아가 부대 법회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지금의 강원도 양구와 인연을 맺었고 10년을 한결같이 서울에서 매달 한번도 빠짐없이 법회 지원을 하다가 2004년부터는 아예 이곳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일요일이면 매주 인근 군법당에 지도법사로 활동 중이다.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촬영하고 있는 이교재 관장


지난해 이 관장은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잘 살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촌체험장을 운영을 건의했다. 삭막한 도시인들에게는 추억을 만들 수 있고 주민들은 농가 수입은 물론 주민 화합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마을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송서울문화마당 1층에 숙박시설을 갖추고 감자캐기, 옥수수 수확, 고기잡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관장은 향후 지역 주민을 위해 사진 강좌, 한문강좌, 중국어 강좌 등 다양한 문화강좌도 개설할 예정이다. 농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변의 만류도 있지만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관장님, 선생님, 법사님, 작가님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우는 이 관장. 남은 여생을 평생 불법을 전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며 웃음을 보이는 모습에서 진정한 불자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양구/ 글=김두식 기자 사진=고영배 기자 | doobi@buddhapia.com
2006-08-02 오전 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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