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부터 일주일간 쏟아진 집중호우가 남긴 상처는 컸다. 7월 21일 현재, 전국에서 49명의 인명피해와 1978세대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2770동의 주택이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5만1000여 가구는 전기가 끊겼다가 복구됐으며, 강원도 7만3천여명은 수도물 공급을 받지 못해 비가 그친 7월 21일까지도 비상급수에 의존하고 있다.
사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제 백담사, 양양 낙산사 등 30여 사찰이 건물 파손, 도로 유실 등 크고 작은 피해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교계는 피해사찰 복구보다는 발빠르게 지역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에 나서 수해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냈다. 종단-복지재단-사찰이 각자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는 시스템이 힘을 발휘했다.
가장 기민하게 대민지원에 나선 곳은 피해가 가장 큰 평창에 위치한 월정사. 소속 말사의 피해상황이 전해져 왔지만 월정사는 집중호우가 한창이던 7월 16일부터 사중스님들과 종무원, 단기출가학교 수련생을 총동원해 비상식량 공급, 긴급복구활동에 벌여 지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월정사부터 시작된 대민지원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천태종 사회복지재단과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 진각복지재단의 발빠른 봉사단 파견으로 이어졌다.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는 강원도지역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18일 양양 오색리에서 1차 복구지원활동을 펼친데 이어 평창군 진부면, 봉평면과 인제군 등지에서 구호품을 전달하고 수해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18일 KBS에 1억원을 전달한데 이어 20일 인제군, 양양군, 평창군 등 수해지역을 직접 돌며 구호성금 전달, 수해민 위로, 봉사단 격려 등의 활동을 펼쳤다.
또 조계종 복지재단 산하 신길·구로·본동·궁동종합사회복지관과 구로청소년수련관 등은 18일부터 안양천의 제방 붕괴로 수해를 입은 서울 양평동 일대에서 복구에 참여했다.
천태종과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는 서울 관문사, 강릉 삼계사, 춘천 삼운사 신도로 구성한 특별재난구조대를 17일부터 평창군 진부면 수해지역으로 급파했다. 진각종과 진각복지재단은 19일 KBS에 수해복구성금 1000만원을 전달했고, 수해복구지원단을 조직해 21일부터 평창 방림면 일대에서 대민지원활동을 펼쳤다.
사찰들의 복구참여도 줄을 이었다. 속초 신흥사와 월정사, 양양 낙산사, 대관령 녹유사 등 피해지역 사찰은 인근지역에서의 봉사활동은 물론,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와 결합해 광범위한 활동을 펼쳤다. 신흥사는 20일 향성선원, 백담사 무금선원 수좌스님 등 150여명으로 신흥사 긴급복구지원단을 구성해 인제군에서 복구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화재에 이번 호우피해를 입은 낙산사도 18일부터 사찰복구 보다 ‘지역민 희망찾기’ 활동을 벌였고, 녹유사는 20일부터 인근지역 수해가정 복구에 참여했다.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불광사, 봉화 청량사, 복지재단 산하 무량회 등 피해지역외 사찰·단체들은 봉사인력을 파견하고 중장비와 구호성금, 구호품을 모아 피해지역 사찰 또는 종단에 지원했다.
서울 조계사는 21일 평창군에 중장비 3대를 긴급지원한데 이어 23일 250명의 자원봉사인력을 파견 3000만원 상당의 구호품과 성금을 전달했다. 봉은사도 5000만원의 성금을 종단을 통해 전달했고, 19일부터 50명씩 자원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남양주 봉선사와 남양주·구리시 불교사원연합회, 천수천안자원봉사단 등 세 단체는 공동으로 ‘재해재난 연합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50명의 봉사단을 평창지역에 파견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의료지원단 ‘반갑다 연우야’, 선재마을의료회도 20~23일 평창 진부면 일대에서 무료진료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번 수해복구 대민지원활동에서 사찰과 각 종단 복지재단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봉사인력을 충당하고, 종단은 구호성금과 구호품을 마련해 전달하는 등 측면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종단-복지재단-사찰이 각자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면서 보다 활발한 활동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 수해복구활동이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 종단별로 수립한 구호시스템의 정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남아시아 쓰나미 피해 지원과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지원 등 앞서 가동했던 구호시스템에서 노출된 미비점을 조직 정비와 비상연락체계 수립 등을 통해 보강한 결과다.
불교계의 복지·구호 마인드가 한층 성숙된 점도 원활한 대민지원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재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이미 성숙해 있고, 더불어 불자들의 인식도 봉사 또는 후원에 참여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단-복지재단-사찰이 적절한 역할배분을 통해 신속히 재해복구에 참여한데 비해 현장활동에 있어서 체계적인 봉사활동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효율적인 업무 배분이 이뤄지기 힘든 현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보완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지현 스님은 “수해 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불교가 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역의 조직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복구지원활동을 냉철하게 평가해 미숙한 점들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