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르게 정 교수가 이번 특강에 임하는 마음은 남다르다. <선생경>은 오래전부터 지역의 불자들과 함께 보고자 별러왔기 때문이다.
| ||||
“<선생경>은 부처님이 재가불자에게 일러주신 생활윤리이자 실천 지침서입니다. 이 경에는 시대를 초월해 재가불자가 갖춰야할 올바른 인간관계가 들어있습니다. 경을 읽다보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하는 거울을 보게 될 것입니다”
시내에서 한문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불교대학 교수이자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이하 불교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하지만 주로 법사로 불린다. 20년 전부터 대불련을 지도했고, 재적사찰인 문빈정사에서 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관련 저술과 기고를 통해 불법을 전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활발한 전법활동 가운데 정 법사가 혼신을 다하는 것은 불교의 대사회운동이다. 특히 ‘통일과 민주화’는 정 법사가 평생을 두고 치열하게 파고드는 화두이다.
“부처님은 전도선언을 통해 ‘많은 이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길을 떠나 법을 설하라’고 하셨습니다. 불교 수행과 실천은 별개가 아닙니다. 만인이 마음 편하고 통일된 나라가 불국토입니다”
정 법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불교연대는 4년 전부터 ‘북녘어린이와 나누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무등산 등산로 입구(문빈정사 앞)에서 펼치고 있는 ‘북녘어린이 돕기 모금행사’가 그것이다. 정 법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모금행사에 참여한다. 이렇게 모은 성금으로 그동안 북녘의 어린이들에게 6차에 걸쳐 분유 12톤과 용천역 참사 때 어린이 생필품을 지원했다.
“모금은 현대적 탁발이자 길거리 수행입니다. 굶주리고 있는 북녘어린이를 위한 시민의 뜻을 전하는 심부름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6.15민족통일축전에서 정서정 조선불교도연맹 서기장을 만난 정 법사는 8월경 콩 우유 제조기를 북녘 유치원에 지원키로 약속했다.
이밖에도 정 법사는 불교연대가 펼치는 △평화통일 △생명인권 △자연보호 △참여불교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동안 불교연대는 미군정 당시 학살당한 화순탄광 주민들과 6.25당시 억울하게 숨진 원혼들을 위한 천도재를 열었다. 이라크 파병반대와 철군, 패트리어트 미사일 철거 현장에서도 불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학창시절 정 법사는 경전 보기를 좋아했다. 혼자서 보는 경전만으로는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아예 사찰로 들어갔다. 몇 년간 학승을 찾아 경전을 섭렵했다. 경전을 보면서 다가오는 것은 ‘알았으면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나아가 ‘생활 속에서 포교하자’는 발원으로 이어졌다.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5.18을 맞았다. 당시 친구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보고 분연히 나섰다. 홍보단에 참여했고, 이후 오랜 시간 도피와 수감생활을 겪어야했다.
자연스럽게 ‘통일과 민주화’는 정 법사에게 수행의 방편이 되었다.
정 법사는 서울에서의 편한 직장도 권유받았지만 광주를 떠나지 않았다.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며 경전을 이야기 했다. 이렇게 정 법사는 줄곧 불교의 대 사회운동과 불교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정 법사는 몇 권의 책을 냈다. 1996년 발간한 ‘시 꾸러미’는 아직도 청소년 추천도서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1991년 발간한 ‘한국불교통사’는 민중들의 불교를 밝은 세상에 드러내놓은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법사는 한국불교통사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난날의 왕사 국사 선사 위주의 불교사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제아무리 고승이라 할지라도 민중을 억압한 지배자의 편에 서서 복을 빌어주고 사상을 펼쳤다면 우리 민중에게 ‘고승’일 수 없다.”
힘들고, 외롭고, 궂은 자리이지만 불교가 함께해야 할 곳이라면 항상 그곳에 우뚝 서있는 정 법사의 소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