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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연주하며 진리 전합니다
[도반의향기]색소폰연주자 유상호씨
10여년 간 무료 공연을 펼쳐 온 색소폰 연주가 유상호(58)씨. 사진=박재완 기자


법당에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색소폰 선율.

조금 낯선 풍경이지만, 광주 전남지역에선 그리 생경한 일만도 아니다. 색소폰 연주가 유상호(58)씨가 있기 때문이다. KㆍJ재즈오케스트라 단장이자 한꽃예술봉사단 재즈오케스트라 단장, 색소폰 앙상블 라포르 지휘자를 맡아 지역 음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유씨. 그러나 유씨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10여년 가까이 펼쳐온 무료 자선공연과 색소폰ㆍ오카리나 등을 이용해 편곡한 ‘퓨전 찬불가’다.

사단법인 자비신행회와 생명나눔실천 광주전남지역본부 이사를 맡고 있는 유씨는 한 달에 두 세 차례 기금 마련 공연을 연다. 자선공연 요청이 오면 종교나 지역에 상관없이 어디든 찾아간다. 최근엔 소록도까지 다녀왔다. 포대화상의 천진한 미소를 닮은 유씨가 선 굵을 색소폰 선율을 토해내면 길을 지나던 사람까지도 모두 발길을 멈춘다.

“자선공연을 해야 한다고 하면 언제라도, 어디라도 달려오시죠. 심지어 공연 몇 시간을 앞두고 급히 연락을 드렸는데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기꺼이 참여하시더라고요.”(윤예중 생명나눔실천 광주전남지역본부 사무국장)

처음엔 ‘좋은 일 한 번 해보자’며 양로원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씩 양로원을 찾다 보니 어르신들이 진정 고마워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정(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후 고아원과 장애인 시설로 봉사대상을 확대하면서 방문할 때 마다 작은 음악회를 열자고 마음먹었다. 고아ㆍ장애아라는 편견을 넘어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마음을 터놓는 데는 음악만한 것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진심은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되게 마련이죠. 음악은 더욱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진실한 마음으로 연주하면 상대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집니다. 짧은 음악공연만으로도 밝게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제가 더 마음이 편해져요.”

유상호씨는 사단법인 자비신행회와 생명나눔실천 광주전남지역본부 이사를 맡아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생명나눔실천본부 기금마련 공연과 매주 수요일 재가 화엄학림의 수업 전에 진행되는 찬불가 교실 시간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지난 4월에는 새로 창단한 한꽃예술봉사단(총괄진행 현장)의 5인조 재즈오케스트라 단장도 맡게 됐다. 한꽃예술봉사단은 광주지역 불자 예술인을 중심으로 꾸려진 예술봉사단. 이웃 종교에는 이미 색소폰 선교단이 있을 정도로 친숙하지만, 불교계에선 낯선 악기인 색소폰을 이용해 포교에 앞장설 계획이다.

“처음엔 ‘예술’하시는 분이라 공연할 때 한두 번 정도만 참여하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유 이사님은 자선공연만 열심히 하시는 것이 아니라 신행활동도 너무나 모범적이세요. 10년 가까이 이어온 자비신행회 활동 외에도 매주 법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는 성실함은 후배들의 존경의 대상이죠.”(김영섭 자비신행회 사무국장)

광주지역 자선공연의 선구자라 할 만 한 유씨가 공연을 다니는 것 외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찬불가 대중화다. ‘입으로 부는 악기는 모두 연주할 수 있다’고 할 만큼 다양한 악기를 섭렵한 유씨는 찬불가를 색다르게 편곡해 사람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찬불가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다.

“불자들은 염불을 많이 해서인지 찬불가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실제 찬불가 교실 때 지도를 해 보면 노래 부르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도 많아요. 법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불경하다’고 느끼시나 봐요. 하지만 찬불가는 그 자체가 법문이잖아요. 생활 속에서 찬불가를 흥얼거리다보면 그 속에 담긴 가르침도 자주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찬불가를 부르는 것도 수행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색소폰과 오카리나 등 다양한 악기로 찬불가를 편곡해 불자들이 생활 속에서 찬불가를 쉽게 접하고 부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인 유상호씨의 바람이다. 사진=박재완 기자


찬불가를 좀 더 친숙하게 느끼게 하고 싶어 법회 때 흙피리의 일종인 오카리나로 삼귀의ㆍ청법가를 연주하기도 한다. 흙피리에서 우러나오는 곱고 사색적인 음색이 불교의 가르침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까? 오카리나 연주를 듣고 ‘신심이 우러난다’는 불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오카리나로 연주한 찬불가 음반도 발매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찬불가 ‘홀로 피는 연꽃’을 재즈 형식으로 편곡해 선보였다. 유씨는 재즈와 찬불가 사이에 어떤 공통점을 발견해 냈던 것일까?

“재즈란 형식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음악이라는 장르마저 벗어난,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것이 곧 재즈지요. 그 자리에서 작곡하며 연주하는 재즈는 음악적 완성도가 나에게 달려 있는 ‘즉설 법문’이라고나 할까요?”

대원사 미타회에 참가한 것도 찬불가를 통해 불자들에게 새로운 신행의 힘을 주기 위해서다. 신도들 중 누군가가 상(喪)을 당하면 회원들이 찾아가 찬불가를 부르고 장례 치르는 것도 도와주는 것이 미타회의 주된 활동이다.

“가족 중 누군가 죽음을 맞게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약해지게 마련이죠. 그때 이웃 종교에서는 장례식장에 찾아가 찬송가도 불러주고 상조회 등에서 도움을 주잖아요? 가장 힘들 때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힘을 얻자는 뜻에서 미타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색소폰 소리가 그의 진로를 바꾸어 놓았다면, 불교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부처님 법을 만난 것 자체가 저에겐 큰 가피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돈은 쓰고 나면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음악적 재능은 써도 써도 끝이 없고, 오히려 음악적 깊이는 깊어집니다. 자선공연은 어려운 이들에게 조그만 힘을 보태는 것은 물론, 그 자체가 내 음악의 깊이를 더하는 방편이 되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후진 양성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음악 학원의 제자들도 직접 현장에 데리고 다니며 자선음악 공연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유씨. 그의 손에 늘 들려 있는 색소폰 케이스에는 색소폰뿐만 아니라 그의 불심(佛心)이 가득 담겨 있음이 틀림없으리라.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6-07-24 오후 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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