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모 교수.

요즈음 사찰에 가면 오래된 탱화는 똑같은 크기의 사진으로 대체되거나 새로 제작한 탱화를 대신 걸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보문화재의 도난 때문에 생긴 씁쓸한 실상이다.

도난문화재의 증가는 도난 문화재의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현등사 사리기에 대해 원 소유자인 현등사가 현 소장자인 삼성미술관 리움과 소유권 문제로 법적인 공방을 벌이고 있고, 백양사 아미타극락회상도도 유사한 문제로 백양사와 불교미술박물관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갈등이 급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도난문화재에 대한 소유권 공방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다. 하나는 공소시효이다. 문화재를 훔친 사람이 7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다른 하나는 선의취득이다. 문화재를 구입하거나 취득한 사람이 장물인지 몰랐다면, 민법 제 249조에 의하여 선의취득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런데 이 두 법 조항만으로 문화재 도난을 막는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때문에 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급기야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백양사 극락회상도의 경우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도난문화재정보란에도 검색되지 않는 허술함을 보였다. 따라서 도난문화재를 전담할 수 있는 부서 설치가 요망된다. 문화재청에서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할 것이고, 차후에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도난문화재를 억제하기 위한 법률 개정은 총체적이고 균형 잡힌 것이어야 한다. 도난문화재의 유통을 종합적인 고려 없이 무조건 어렵게만 하면, 도난문화재는 숨어버리거나 외국으로 밀반출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으로 유출될 바에는 우리나라에서 티격태격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한 쪽을 강하게 억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지게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도난문화재를 억제하는 법률은 총체적인 시각에서 균형을 이루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