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각성 스님의 ‘대승기신론’ 강의를 듣기위해 서울 봉은사를 처음 찾은 김재남(45ㆍ서울 송파구)씨는 일주문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봉은사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부드러운 말과 함께 종무원이 환한 미소로 인사했기 때문이다.
각성 스님의 ‘대승기신론’ 강좌가 끝나자, 사찰 측은 참석자에게 오늘 법문이 재미있었는지, 다음 법회시간에는 무엇을 듣고 싶은지 등을 묻는 평가 설문지를 돌렸다.
박용철(32)씨는 “지난 번 평가지에 ‘뒷자리에서는 법문이 잘 안 들린다’고 써내자 즉각 마이크가 교체됐고 엠프 설비를 점검하더라”며 “내 평가가 반영돼서 그런지 봉은사 신도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동적인 입장에서 법문을 듣기만 해오던 김 씨에게는 이 모든 것이 새로웠다.
봉은사(주지 원혜)가 ‘신도제일’ 사찰로 변하고 있다. 강남포교의 1번지를 담당하는 봉은사가 ‘신도’를 ‘고객처럼’ 모시며 지역포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스마일 운동을 전개해온 봉은사는 종무원의 복장을 통일하고 명찰패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물론, 사무직, 접수원, 경비담당 및 주차요원에 이르는 모든 종무원에게 철저한 친절소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 4월에는 외부전문기관에 의뢰해 친절도를 모니터링하고 우수종무원 표창식도 열었다.
뿐만 아니라 전 종무원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조직의 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5월부터는 경영분야의 인사관리 시스템인 직무분석제도를 도입, 외부 전문컨설턴트의 자문을 받고 있다.
직무분석이 일반 기업이나 중앙종무기관에서 시행된 적은 있지만 사찰에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봉은사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신도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사찰에 대한 주인의식과 불자로서의 자부심을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찰에도 ‘친절 마인드’가 도입돼야 할 때”라는 봉은사 주지 원혜 스님은 “타성적으로 처리하던 사찰업무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신도를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은사의 표준화된 사찰종무시스템과 ‘친절 마인드’가 각 사찰에도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