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회룡사 신도 김정아(42ㆍ의정부시 가능동)씨에게 혜정(5ㆍ가명)이는 가슴으로 낳은 딸이다. 김씨 부부의 친자녀들도 혜정이를 친동생으로 생각한다.
김씨 가족이 경기북부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혜정이를 만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이제 ‘혜정이 없는 일상생활은 생각 할 수도 없다.’ 친부모가 이혼하면서 위탁센터로 오게 된 혜정이는 처음에는 낯을 가렸으나 이제는 김 씨를 ‘큰엄마’라 부르며 따르고 있다.
혜정이가 유치원을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불교유치원에 입학 시키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는 김 씨는 “다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 아세요?”라고 반문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아동복지방안 중 하나인 위탁가정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도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정위탁사업은 보호받을 가정이 없거나 부모의 사망, 실직, 질병, 학대 등으로 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아동을 일정기간 일반가정에서 위탁 양육하는 아동복지 프로그램이다.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해야 하는 입양제도와는 달리 친권자가 있지만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제도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위탁아동의 수는 1만198명에 이른다. 이런 수치는 2003년 7565명에 비해 34.8%나 급증한 것이다. 가정위탁아동 수는 2000년 1772명, 2001년 4425명, 2002년 5577명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불교계의 대처와 지원은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위탁아동과 가정을 연결해주는 대부분의 가정위탁지원센터가 기독교계 복지재단에 의해 설립된 곳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전국 17곳에 설치해 운영을 지원하고 있으나 2곳을 제외한 나머지 센터는 전부 기독교계 인사와 관련 있거나 기독교 복지재단이 설립한 곳이다.
이에 대해 불교아동복지 종사자들은 “비교적 신규사업인 가정위탁지원센터를 기독교가 선점한 것은 불교계의 ‘아동복지’에 대한 형편없는 관심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박찬정 부장은 “이미 2003년부터 전국 17곳에 설립해 지방이양까지 끝마친 가정위탁지원센터를 더 늘리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지금부터라도 불자 가정들을 상대로 한 입양장려 캠페인과 아동위탁교육을 실시하는 등 종단적 차원의 지원을 통해 더 많은 불자들의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탁기관 뿐 아니라 위탁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위탁가정들 역시,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다. 한국복지재단이 지난 5월 전국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아동을 돌보고 있는 일반위탁가정 470가구를 조사한 결과 기독교 가정은 66.8%에 이르는 반면 불교는 1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탁가정 부모의 직업을 묻는 질문에도 목사나 전도사 등 교회에 종사한다는 대답이 전체의 30.4%에 달했다. 특히 장애아를 돌보는 위탁가정은 모두 기독교인이었다.
지난해부터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영호(2·가명)를 돌보고 있는 불자 최영란(38·인천 서구)씨는 “불자가 전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도 불자가정은 위탁아동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 안타깝다”며 “어린 시절 기독교계 가정에서 양육된 아이들은 기독교를 모태신앙처럼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