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의 ‘가고파’, 조운의 ‘구룡폭포’, 이병기의 ‘난초’. 시조시인 93인이 가장 좋아하는 현대시조로 뽑은 작품들이다. 고시조로는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 꼽혔다. 현대시조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계간 <나래시조>가 조사한 결과다.
7월 21일 한국 현대시조 탄생 100주년 기념 ‘시조의 날’ 선포식과 현대시조 100인 시조집 100권 동시 합동 출판기념회가 서울 송현클럽에서 열린다. ‘홍순관과 함께 하는 현대시조 100주년 콘서트’ ‘현대시조 발생지 헌화 및 분향’ 등도 열릴 이날 행사는 현대시조 탄생 100년이기도 하고 우리 시조 탄생 1000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포함한다.
선포식에 앞서 오전 9시30분부터 한국일보사 12층 대강당에서는 현대시조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린다. ‘현대시조의 100년 흐름과 시대문학으로서의 역할’ ‘현대시조의 양식적 위상과 쟁점’ ‘시조 100인집의 의의와 시조 발전의 혁신적 제안’ 등이 발표된다.
이근배 현대시조 100주년 기념사업회 회장은 “시조의 날 선포식 이후 세계 각국의 시인들을 초청해 세계민족시 세미나를 열어 우리 시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조시인들의 작품에 그림을 붙여 시화전을 열고, 가곡으로 만들어 공연을 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중견 시조시인 이지엽 교수(경기대)는 “‘시조의 날’ 선포식과 함께 완간되는 100권의 시조집은 6년 만에 완간하는 것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시조의 날’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06년 7월 21일, 충정공 민영환의 충절을 그린 ‘혈죽가’가 대한매일신보에 발표된다. ‘사동우 대구여사’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혈죽가’는 문헌상으로 가장 앞선 현대시조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현대시조의 첫 작품을 바로 이 ‘혈죽가’로 인정하고 7월 21일을 시조의 날로 선정하게 된 것이다.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대구여사의 ‘혈죽가’ 이후 수많은 아류작품이 나오면서 현대시조의 틀이 마련됐다. 현대시조(現代時調)는 보통 갑오개혁 이후의 시조를 말한다. 형식적 구속(자수율 따위)이 완화되고, 현대적 정서가 도입되는가 하면 연시조의 형태가 많은 것이 현대시조의 특징이다.
한편 시조의 날 선포식 공동 주최 중 나래시조시인협회는 김천문인협회와 직지사의 후원을 받아 8월 5~6일 직지사 여름 시인학교(054-436-6174)에서 현대시조 탄생 100주년 기념 ‘白水 정완영 시인 특강’과 시조 백일장을 마련한다.
현대시조 100주년을 맞아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회장 한분순)는 6월 초 ‘현대시조의 쟁점과 전망’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8차 교과서에 현대시조를 확대 수록해 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현대 시조의 나아갈 길에 대해 다각적으로 짚었다.
시조분과회는 지난해 3월 ‘중등교과서에 현대시조 확대 수록 즉각 시행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출품된 100권중 시조 관련 서적이 단 1권도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공문을 보내 답변서를 받아내는 등 그동안 현대시조 대중화에 힘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