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환경연대, 생명평화기독연대 등 4대 종교 환경단체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는 7월 6일 명동성당앞 들머리에서 ‘한ㆍ미 FTA 협상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종교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4대 종교인들은 선언문에서 “한ㆍ미 FTA 협상이 체결될 경우 양극화의 정도는 지금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우리 종교인들은 노무현 정부에게 우리 사회의 힘없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공동선의 이름으로 보호받을 제도적 장치와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한ㆍ미 FTA 협상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자본과 소비의 사고가 아닌, 단순하게 살고, 느리게 살고, 거룩한 가난의 품위를 깨우치고, 그 본질로 돌아가는 사고의 전환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교환경회의는 또 △한ㆍ미 FTA 협상 내용 공개 △미국측 4대 선결 조건 취하 △졸속 추진 거부 △한ㆍ미 FTA 협상 부당성 홍보 등을 결의했다.
종교환경회의는 불교환경연대, 에코붓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등 불교환경단체와 원불교 천지보은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생명평화기독연대, 천주교 우리농촌살리기운동서울본부, 환경사목위원회,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사회사목부, 남자수도회장상연합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 창조보전전국모임 등 11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다음은 한ㆍ미 FTA 협상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종교인 선언문 전문.
한ㆍ미 FTA 협상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종교인 선언문
지난 2004년 말까지만 해도 중장기 과제로 치부되던 한ㆍ미 FTA 협상이 우리 정세와 사회적 담론의 한가운데 놓였습니다. 이 같은 급박한 상황 전개는 이른바 미국의 ‘무역권한촉진(TPA)법’이 2007년 말 6월 만료되기 때문에, 미국의 시간표에 따라 1년 내에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양분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한ㆍ미 FTA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다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이러한 양극화와 분열의 원인을 우리 경제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서 봅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은 오히려 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을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가진 사람들은 더욱 많이 가지게 만드는 부조리한 사회적 상황을 심화시켰고, 결국 많은 농민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외 소수 약자들의 삶은 더욱 삭막해졌습니다.
그러나 만약 한ㆍ미 FTA 협상이 체결될 경우에는 그 정도는 지금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농업의 파괴와 비정규직의 확대 심화, 초국적 투기 자본에 의한 금융 장악과 국부 유출, 일자리 감소, 환경 파괴 등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은 심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의 빈곤과 양극화의 고통은 지금보다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또한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계한, 정치ㆍ군사적 대미 의존도는 강화되어 한반도 내 전쟁의 위험성은 높아지게 되고, 민족의 염원인 통일 또한 점점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 종교인들은 우리들 내면의, 그리고 사회적 양심에 따라 오늘의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소외시키고, 그들의 삶의 질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어떠한 형태의 정책도 거부합니다. 그 이유는 국가 또한 “공동선”을 지키고, 이를 추진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품위는 개인 개인 한 사람의 경제적, 사회적 신분 여하에 따라, 자본과 물질의 잣대로 환원되어,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그 이상의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여 우리 종교인들은 한ㆍ미 FTA 협상이 우리 국민과 사회의 공동 선익을 가져오는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한ㆍ미 FTA 협상이 우리 인간의 품위와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 시작에 이미 자본과 소비의 거대한 굴레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종교인들은 노무현 정부에게 우리 사회의 힘없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공동선의 이름으로 보호받을 제도적 장치와 대안 마련을 촉구합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세계화는 소외가 없는 세계화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종교인들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삶의 자세를 거부하고자 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의 한ㆍ미 FTA 협상 전면 중단과 거부의 몸짓들은, 바로 자발적인 단순한 삶을 살고, 광고가 만들어내는 거짓 욕구를 버리고, 협력적 이웃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ㆍ미 FTA 협상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자본과 소비의 사고가 아닌, 단순하게 살고, 느리게 살고, 거룩한 가난의 품위를 깨우치고, 그 본질로 돌아가는 사고의 전환을 이루기를 진정 바랍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우리 종교인들은 몸과 마음과 뜻을 담아 한ㆍ미 FTA 협상의 전면 중단을 바라며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 종교인들의 결의 -
하나,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평화와 생명을 위협하며, 이웃들의 빈곤과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한ㆍ미 FTA 협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하나, 한ㆍ미 FTA 협상은 반드시 민주적 협상 절차를 통해, 그 협상으로 인해 고통 받을 수 있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협상 내용은 반드시 모든 국민에게 알려져야 합니다.
하나, “스크린 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약값 인하 조치 중단 압력” 등 4대 선결 조건은 즉시 취하되어야 합니다.
하나, 우리 정부는 “공동선”의 이름으로, 한ㆍ미 FTA 협상과 상관없이, 양극화 사회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힘없고 약한 국민들이 보호받을 제도적 장치와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나, 우리들은 한ㆍ미 FTA가 농업과 환경과 교육, 문화적 다양성과, 의료의 공공성을 무너뜨릴 것을 마음 깊이 우려하며, 그 졸속적인 추진을 거부합니다.
하나, 우리는 자본과 소비의 논리를 거부하며, 자발적이고 거룩한 가난의 삶을 살며, 협력적인 이웃 마련을 위한 가치관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하나, 우리는 각 종단 지도자들 그리고 함께 하는 많은 종교인들과 함께, 한ㆍ미 FTA 협상의 부당성과 위험성을 알려내며, 한ㆍ미 FTA 협상을 막기 위해 몸과 마음과 뜻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2006년 7월 6일
종교환경회의
불교(불교환경연대ㆍ에코붓다ㆍ인드라망생명공동체)ㆍ원불교(천지보은회)ㆍ기독교(기독교환경운동연대ㆍ생명평화기독연대)천주교(우리농촌살리기운동서울본부ㆍ환경사목위원회ㆍ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사회사목부ㆍ남자수도회장상연합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ㆍ창조보전전국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