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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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자비 하나님 사랑 만났습니데이~
[시방세계]경북 예천 불교-천주교인 한마음 큰잔치
6월 25일 경북 예천군 예천초등학교 실내체육관은 웃음과 화합의 바다였다.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이 안타깝게 좌절된 전날의 찜찜한 기분이 말끔하게 걷힌 날이었다.

정오가 되자 비구 비구니 스님과 신부 수녀님 그리고 불자들과 천주교 신도 300명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제4회 불교·천주교인 한마음 큰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지역 불자들과 천주교인들의 화합을 다지고 함께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예천 불교 정법회(회장 남시우)와 예천 천주교회 사목회(회장 장국희)가 매년 주최해 오는 행사다.

예천지역 스님과 신부 수녀 불자와 가톨릭 신도들은 지역화합을 위해 함께 체육대회를 한다. 참가자들이 피구경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에는 열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올해 다시 열려 더욱 기쁜 자리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난해 새롭게 결성된 예천불교청년회(회장 최순식)가 불교측 주최로 나서 불자들에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불교계에선 예천불교사암연합회장 청안 스님을 비롯한 지역사찰 스님과 불자 150여명이 참석했고, 천주교계에선 예천성당 정희욱(대건 안드리아)신부님을 비롯한 수녀님과 사목회원 150여명이 참가했다.




# 엉덩방아 찧어가며 투혼

두 종교인들이 만난 것은 정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금강경도 식후독’이라고 했든가? 먼저, 예천 성당에서 준비한 맛있는 국수 한그릇에 참가자들이 마음과 마음을 풀어놓으며 하나가 됐다. 재작년 행사 때는 불교계가 음식을 준비했으니 이번에는 천주교측에서 음식을 준비했다. 불교계는 대신 홍보와 기획 진행을 맡았다.

오후 1시, 드디어 ‘빅매치’가 시작됐다. 개회식에 이어 먼저 벌어진 경기는 배구.

“불교, 불교 파이팅!!!”
“천주교, 천주교 파이팅!!!”

경기가 시작되자 몸을 부딪치며 함께 웃고 소리 지르는 가운데 한마음큰잔치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비구니스님과 수녀님이 함께 맞잡은 손은 뜨거웠고, 하나로 녹아드는 웃음은 시원했다.

게임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는 불자-천주교인.


남자 5명, 여자 4명이 한 팀을 이뤄 겨룬 배구는 천주교팀이 앞섰다. 그러나 족구는 연방사 일봉 스님의 맹활약으로 불교팀이 이겼다. 비구니스님과 수녀님 각각 2명씩이 포함된 가운데 진행된 피구는 수녀님이 엉덩방아까지 찧어가며 투혼을 불살랐지만, 몇 차례나 공을 낚아챈 명봉사 희광 스님과 월명사 나현 스님을 당해내진 못했다. 매 경기마다 출전하는 스님과 신부님, 수녀님들의 빛나는 투혼은 웃음과 화합의 촉매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응원전도 대단했다. 신나는 함성소리가 그칠 새 없이 울려 퍼졌고, 아쉬운 탄식도 흘러 나왔다. 정희욱 신부는 경기 사이사이 풍물패와 함께 특유의 코믹 춤사위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리드했다.
이에 질세라. 예천사암연합회 부회장 도문 스님도 경기마다 사력을 다해 동참하고, 응원했다.


# “ 할매 할배 다 모이소!”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의 마음도 돋보였다. 실내체육관 앞 강단 위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특석이 마련돼 있었고,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편히 경기를 관람했다. 또, 각 팀별 20명의 어르신들이 30여 미터를 달려가 밧줄에 매달린 뻥튀기 과자를 먹고 돌아오는 릴레이 경기에도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수녀님이 공을 피하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불교, 천주교 할매 할배 다 모이소!”
“천주교 할배는 나왔는데 불교 할배는 없니껴? ”

사회자의 구수한 멘트에 이끌려 체육관 한가운데로 모인 예천 어르신들의 릴레이는 시골마을잔치의 진풍경을 드러내며 인기를 끌었다. 수줍은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못한다며 손사래를 치던 할매의 달음박질은 일품이다. ‘내 체면에 뛸 수 있냐’는 듯 할배들의 점잖은 걸음걸이 릴레이는 보는 이들이 배꼽을 잡게 했다.

뻥튀기 과자를 따 먹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밧줄을 꼭 잡고 먹는 할매, 손으로 냉큼 따서 먹는 반칙왕 할매도 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게임에 나섰다.


“하나 둘 셋 넷…스물일곱”

7명의 선수가 함께 뛰는 줄넘기. 불교팀은 뛸 때마다 스물을 넘기는데 천주교팀은 열을 넘기가 어렵다.

“절에 모여 줄넘기만 한 모양일세”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농담에 웃음바다가 됐다.
뭐니뭐니해도 체육대회의 꽃은 줄다리기. 불교팀은 사암연합회 부회장 도문 스님과 용화사 천호 스님, 정법회 남시우 회장이 맨 앞에 나섰고, 천주교팀은 정희욱 신부님과 수녀님이 앞에 나섰다. 징소리와 함께 밧줄이 팽팽히 당겨졌다. 시작하자마자 천주교팀으로 밧줄이 쑥 당겨지는가 싶었는데 불교팀이 마지막 괴력을 발휘했다. 불교팀 승.


# “절에 모여 줄넘기만 한 모양일세. 껄껄”

이렇게 운동경기로 한 호흡을 하던 경기가 모두 끝나고 장기자랑과 행운권 추첨이 이어졌다.

“부처님과 하나님께 영광을.”

짧은 인사를 하고 도일 스님이 뜨거워진 열기를 식히려는 듯 기타를 들고 무대에 나섰다. 그러나 열기는 더해만 간다. 스님에 이어 신부님이 노래 할 차례다. ‘일송정 푸른 솔’을 부르는 순간 오빠 부대의 환호가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천주교신자들에게는 예수찬미, 불자들에게는 아미타불.”

흥겨운 장단과 춤사위로 분위기를 띄우는 풍물패.


예천지역의 ‘명가수’ 일봉 스님이 노래할 때는 스님과 신부님 수녀님이 재가신자들과 함께 나가 덩실 덩실 어깨춤으로 어울렸다. 성직자의 위의도 잠시 내려놓은 채 모두 하나가 됐다.

예천불교사암연합회장 청안 스님은 “자신의 신앙에 집착한 나머지 종교간 반목을 가져오는 슬픔이 벌어지는 이때 하루의 체육대회를 통해 모두 화합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고, 정희욱 신부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만남이었고, 부처님의 자비, 하나님의 사랑을 움틔우는 종교인이 하나 되는 자리였다”고 만족한 미소를 보였다.


# 상품 한아름 받아가니 흥이 난다

예천불교청년회 최순식 회장은 “사랑과 자비라는 아름다운 정신을 지키며 두 종교인들이 진실로 열린 마음으로 신앙의 본질을 찾아 좀 더 참다운 삶을 영위하는 밑그림을 그린 날이었다”고 말했다.

에천지역민들과 한마음이 돼 줄다리기를 하는 스님들. 표정이 밝다.


비록 반나절 짧은 시간이었지만 예천의 불교 천주교인들은 마음가득 부처님의 자비와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했다. 나를 내려놓고 하나가되는 즐거움과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다. 게다가 행운권 추첨을 통해 선풍기, 자전거, 이불, 모시 속옷, 양파, 스님이 기증한 반야심경 액자 등 이날 행사를 위해 불교 천주교 측에서 십시일반 기증받은 푸짐한 상품도 한 아름씩 받아가니 흥에 흥이 더해진다.

배지선 기자 | 예천/글·사진=배지선 기자
2006-07-05 오전 9:21:00
 
한마디
너무나 보기 좋습니다. 모든 종교가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 하시기를......<편협한 기독교인 과 목회자의 귀감 이군요>
(2006-07-14 오전 9:53:02)
131
종교화합의 탈을 쓴 천주교의 교묘한 선교전략에 불교가 넘어간다며 비분강개(?)하는 열혈불자들도 나타나셔야지...
(2006-07-05 오후 11:29:28)
155
절에서는 줄넘기만 한다.. ㅎㅎㅎ
(2006-07-05 오후 9:55:01)
94
종교가 다른데도 함께 하는 체육경기 참 보기 좋군요! 늘 건승하십시오!
(2006-07-05 오전 10:25:44)
88
종교가 다른데도 함께 하는 체육경기 참 보기 좋군요! 늘 건승하십시오!
(2006-07-05 오전 1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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