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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당시에는 무너진 움막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문화재 보호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보고도 한동안 그냥 지나쳤는데 85년에 동국대에서 찾아와 조사하고 탁본을 하더니 조각 기법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6월 26일 오전 11시.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뒤편에 있는 폐사된 백운사(구 용운암)옆 마애승상(과천 향토유적 제 4호) 지킴이 이순자씨(50)와 75년 마애승상을 처음 발견한 이기주씨(81)가 과천 문화재 지킴이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문화답사에는 특별히 과천문화재지킴이 전성제 회장(67), 김광미 총무(48), 조영미(66), 조상철(65)씨, 과천자원봉사센터 직원 정현수씨가 참여했다.
과천문화재지킴이 회원들이 오전 10시 아침회의를 마친뒤 서둘러 길을 나선것은 이순자씨가 그동안 과천시에 끊임없이 요청해 최근 3개나 설치된 마애승상 가는길 표지판을 보기위해서다. 또 이순자씨가 그토록 공을 들이는 향토문화재를 보고싶다는 의견도 분분했기 때문이다.
“어머 여기에 금강문 소림굴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어요”
“가느다란 눈, 오똑한 코, 반쯤 벌려 웃고 있는 입이 모두 비슷하네요”
“참 신기하네요. 얼굴을 보니 동자승처럼 보여요”
“과천에 이런 특이한 마애상이 있다는 것은 큰 자랑입니다”
과천 문화재지킴이 회원들은 이순자씨와 이기주씨의 안내를 차례로 듣고난 뒤 마애상을 세밀하게 뜯어보며 한마디씩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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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없이 수풀로 가려진 마애승상 가는 길이 말끔히 정리된 것을 보니 이순자씨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무너진 돌무더기에 가려진 마애승상 부근도 아주 말끔하게 정비됐네요”
이기주씨는 마애승상 발견당시 용운사에 다니며 새벽기도를 하고 서예를 배웠다. 어느날 우연히 산속 바위틈에서 마애승상을 발견해 85년 과천시에 문화재 등록을 요청했다. 이후 마애승상은 동국대 사학과 조사단의 답사후 86년 과천시 문화재 자료로 등록됐다.
이기주씨는 “스님상이 특이해 우연찮게 얘기하고 보니 동국대에서 와서 조사하고 탁본까지 한 것을 보았다”며 “그 인연이 지금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주씨의 바톤을 이어받아 2004년부터 현재까지 마애승상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이순자씨. 이순자씨의 열성적인 활동은 지난해 문화재청 문화재킴이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언젠가 절에 갔는데 대웅전 대적광전 보광전 관음전 비로자나전등 전각의 이름이 모두 다른 것을 발견했어요. 이것이 궁금해 문화재 공부를 시작했지요”
이순자씨는 이후 사찰문화학교에 입학해 불교문화와 역사를 공부했다. 이후 과천시 역사유적의 심장부가 관악산에 있는 신라고찰 연주암과 연주대임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주대를 설명하고 싶지만 관악산 꼭대기에 있으니 답사객을 안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이순자씨는 마애승상에서 직선거리로 전방 400~500m에 위치한 보광사에서 중학생들을 상대로 사찰의 구조와 불교문화를 설명하는 현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순자씨는 학생들에게 항상 ‘뿌리’를 강조한다. 바로 ‘나뭇가지’ 이론이다.
“여러분은 나무에 피어있는 꽃입니다. 부모님은 그 꽃과 연결된 나뭇가지이고, 조부모님은 부모님과 연결된 줄기이지요. 이 원리를 모르면 내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결국 꽃을 피우기가 힘들지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자신의 뿌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우리조상들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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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 선생의 공로가 참 대단해요. 무슨 활동비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말도 쉬지 않고 봉사하는 것을 보면 참 놀라워요.”(이기주씨)
“아니예요.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이기주선생님은 청소년들에게 문화재 교육을 하는데 한번도 빠지지를 않아요. 그리고 우리문화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큰지 느껴질 정도예요.” (이순자씨)
서로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기주씨와 이순자씨는 과천 문화재지킴이 봉사회원들과 함께 문화재 홍보프로그램 만들기, 답사활동 전개, 문화재 지킴이, 문화재 해설사로 눈 코 뜰 새 없는 분주한 나날을 함께하는 도반이다.
또 다른지역 문화답사 자료나 문화재청 교육내용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이기주씨와 이순자씨는 “폐사지의 기왓장 조각 하나도 버릴수 없는 소중한 문화재이자 역사의 흔적”이라며 “지역문화를 알리고 지키는 일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