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 종합 > 기획·연재
일연 스님 탄신800주년…연구 성과는?
삼국유사에 관심 치우쳐 사상과 생애 조명 미흡
일연 스님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는 정토학과 국문학 언어학 등의 학문분야에서 많은 연구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정작 일연 스님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학제적 접근은 활발하지 못하다. 원인은 간단하다. 일연 스님에 대한 사료(史料)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국사기> <조동오위> 보각국사비 등이 일연 스님의 사상과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역사적 증거물이다. 일연 스님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선승이었을 뿐 아니라 국사(國師)로서 왕을 보필하고 우리민족의 주체성과 유구한 역사를 담아 낸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 스님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일연 스님 탄신 800주년(7월 6일, 음력 6월 11일)을 맞아 스님에 대한 연구 현주소를 살펴봤다.


▶‘일연’ 주제논문·저술 50편도 안돼

일연 스님에 대한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가운데 생애와 사상을 짚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자료는 <삼국유사> <조동오위> <능엄경환해산보기> 보각국사비 등이 전부다.

하지만 이나마 남아 있는 자료에도 스님의 사상과 생애에 대한 자세한 언급보다는 개괄적인 설명이 대부분이다.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를 인용하거나 부소재로 다룬 연구 논문과 저술은 2700여 편에 이르고 있지만 저자 일연 스님을 집중적으로 다룬 논문과 저술은 50여 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학자들이 <삼국유사>에 대한 학술적 연구 가치는 인정하되 저자인 일연 스님의 사상과 생애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고조선~삼국시대의 역사적 내용을 담은 야사(野史)인 <삼국유사>를 통해 스님의 사상과 생애를 정확히 연구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조동오위> 또한 조동종 스님들의 어록을 경전 주석서 형식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지은이의 사상과 연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중 조금이나마 일연 스님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는 <능엄경환해산보기>와 보각국사비다. <능엄경환해산보기>는 일연 스님과 보환 스님의 문답 내용을 부분적으로 기술하고 있고 보각국사비에는 일연 스님의 생애와 저술 등을 4000자 정도의 한자로 기록하고 있다.

일연 스님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연구단체도 일연학연구원(원장 상인, 인각사 주지)이 유일하다.

학자도 동국대 김상현, 중앙승가대 김상영, 연세대 국학연구원 고운기, 경북대 주보돈 교수 등 15명 내외다. 통상 불교학술 단체의 연구 인력이 작게는 30명 많게는 1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연세대 고운기 교수는 “일연 스님의 사상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어록이나 시집이 다량 남아 있어야 하는데 거의 전무한 상태여서 어려움이 많다”며 “이 같은 원인은 여말선초 시기의 억불숭유 정책과 일연 스님의 사상과 업적 등을 배척한 유학자들의 탄압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사로서의 면모와 해박한 교리적 지식의 겸비는 당시 국사의 직위를 받기 위한 필요조건이었기 때문에 일연 스님이 분명 당대의 선지식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후원제도 마련해 활성화를

그렇다면 지금까지 일연 스님에 대한 연구 활동과 성과는 얼마나 될까. 가장 왕성한 활동과 성과물을 내고 있는 곳이 바로 일연학연구원이다.

일연학연구원의 가장 큰 성과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회에 걸쳐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20여 편의 논문 내용과 토론을 분석해 2005년도에 발간한 <삼국유사 연구 창간호>를 들 수 있다. 또 2003년 <삼국유사> 1~5권을 영인본으로 만들어 관련 학자와 사찰 등에 보급한 <영어로 읽는 삼국유사>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에는 <보각국사비 탁본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해 주목받았다.

이 보고서는 금석학자 등 1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비바람에 마모된 보각국사비에 담겨진 일연 스님의 생애와 사상, 업적 등을 판독해 냄으로써 일연 스님에 대한 중요한 연구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일연 스님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요원 부족과 재정적인 어려움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일연 스님에 대한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학자는 10여명으로 ‘일연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전문 연구원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비록 설립된지는 오래됐으나 많은 성과를 기대하기란 무리다. 부족한 재원도 일연학연구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지원과 후원금을 통해서 연구원 운영자금과 세미나 개최 비용, 학술 자료 수집 비용 등을 충당하고는 있지만 질 높은 연구 환경을 만들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재정이 충분히 마련되어 ‘일연학술상’을 제정할 경우 학술활동은 물론 개별연구에도 상당한 활력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승가대 김상영 교수는 “일연학연구원이 매년 1차례에 걸쳐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에 대한 학술대회를 열고 있지만 학자들의 무관심과 재정 부족으로 인해 3~4편의 논문도 발표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연 스님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학자들끼리의 공동 연구 작업 네트워크 구축 △지속적인 연구 지원 시스템 마련 △관련 학자들의 정례적인 토론회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각사 주지 상인 스님은 “일연 스님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 20여명이 정기적인 토론회를 가져 이에 대한 정보공유 시스템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미나 개최와 석·박사 논문 수집 비용, 관련 학자 육성·배치 등을 사찰이나 종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는 ‘학술단체 후원 제도’ 체제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는?

일연(一然, 1206~1289) 스님은 고려 후기 승려로 초자는 회연(晦然), 호는 무극(無極), 속성은 김씨(金氏), 이름은 견명(見明)이다. 장산(지금의 경산)에서 태어났으며 8살 때 해양(지금의 광주로 추정) 무량사에 들어가 학문을 닦았고 19살에 출가해 설악산 진전사의 고승 대웅(大雄)의 제자가 되어 구족계를 받았다. 27세에 보당암 주지로 있으면서 참선에 몰두해 ‘삶의 경계는 소멸이 없고, 부처의 경계는 더함이 없다(生界不滅 佛界不僧)’라는 말을 참구해 득도했다고 전한다.

49살 되던 해에 정안(鄭晏)의 청을 받고 남해 정림사로 내려와 남해의 분사대장도감 작업에 참여했다. 59살에는 대선사에 올랐다.
61세 때 강화도 선월사에 머물면서 개당하여 구산선문(九山禪門)중 하나인 가지산문(迦智山門)에 속하는 ‘목우자(보조 지눌)’의 법을 이었다. 81세 되던 해 노모의 봉양을 위하여 귀향했다가 이듬해 군위 인각사를 중건하고 당시의 선문을 전체적으로 망라하는 구산문도회를 두 번이나 열었다. 1289년(충렬왕15년) 7월 8일 인각사에서 세수 84세, 법랍 70세로 입적하였으니, 시호를 보각(普覺), 탑호를 정조(靜照)라 했다.

한편 일연 스님의 저서로는 <선문염송사원> <중편조동오위> <화록>, <게송잡저> <대장수지록> <조정사원> <제승법수> 등 100여 편에 달하는 것으로 전하지만 현존하는 자료는 극히 일부다.
<삼국유사>는 1281∼1283년(충렬왕 재위 7∼9)에 저술했으며 5권 2책으로 구성된 야사(野史).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와 더불어 고대 사적(史籍)의 최고봉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고조선에 관한 서술은 한국의 반만년 역사를 내세울 수 있게 하고, 단군신화는 단일민족의 긍지를 심어주는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그 밖에도 많은 전설 ·신화가 수록돼 있으며 향찰(鄕札)로 표기된 <혜성가> 등 14수의 신라 향가(鄕歌)가 실려 있어 <균여전>에 수록된 11수와 함께 한국 고대 문학사의 실증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내용상 상·하로 구분되며 역사적 사실을 주로 다룬 1, 2권은 상책에 해당하고, 불교적 내용을 주로 다룬 3, 4, 5권은 하책에 해당한다.

5권 2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삼국유사>는 권과는 별도로 왕력(王曆), 기이(紀異), 흥법(興法), 탑상(塔像), 의해(義解), 신주(神呪), 감통(感通) 피은(避隱), 효선(孝善) 등 9편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연 탄생 800주년 기념행사
행 사 일 시 장 소 연락처 주 최
일연 탄신 기념법회 7월 6일 군위 인각사 (054)383-1161 인각사
일연 탄생 축하음악회 7월 7일 경산시 계정숲 특설무대 (053)811-2231 경산시
일연·<삼국유사> 국제학술대회 7월 20~21일 한국학중앙연구원 (031)709-8111 일연학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삼국유사 대제전 기념음악회 7월 28일 인각사 (054)383-1161 인각사
삼국유사 대제전 주제공연/일연문화상 시상식 7월 29일 인각사 (054)383-1161 인각사
산사 불교 단편영화제 7월 29일 인각사 (053)420-8060 대구독립영화협회
이하석 시인과 함께 떠나는 삼국유사 여행 7월 29일 경주 일대 (053)423-4244 예술마당 솔
일연 입적 법회/보각국사비 복원제막식 8월 1일 인각사 (054)383-1161 인각사
제87회 경북 전국체육대회(일연 스님 주제 개/폐막식) 10월17일/23일 김천종합운동장 (054)420-6114 김천시

노병철 기자 | sasiman@buddhapia.com
2006-07-06 오전 9:12:00
 
한마디
왜? 일연 스님의 연구가 그렇게 필요할지?
(2006-07-06 오후 9:36:20)
91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