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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생태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가듯 자가용도 없이 들로,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생태여행을 다니며 발견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7월 1일 발간한 <생명산필(生命散筆)>이 그 책이다.
그는 자연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편리함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완행열차에서 내린 충청도 어느 소읍. 시골은 어디나 버스가 뜸합니다. 바다마을까지 삼십리 길이 안타깝게도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포장도로는 자동차와 같은 기계의 길일 뿐, 사람의 길로 만든게 아닙니다. 포장도로는 비포장 흙길보다 걷는데 힘이 듭니다. 우리들의 발바닥 구조부터가 그렇지요. 발은 본래부터 비포장용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중략) 한쪽이 편리해지면 어느 한쪽은 불편해지는 것이 우주의 법칙인 것을…."
<생명산필>은 생태명상록이다. 한숨에 읽어내릴 만큼 짧은 글, 122편이 담겼다. 오랜 생태여행에서 기쁘고 슬프고 안타까웠던 순간들을 담담히, 숨김없이 <생명산필>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자연을 거슬러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경종을 울린다.
"인간의 눈에는 불구가 있을 지 모르나, 자연의 경계에 들어서면 불구가 없습니다. 휘어지고 뒤틀린 그대로가 자연입니다. 모두가 불이(不二)요, 원융회통(圓融會通)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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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사람들도 사람들만의 속도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참 많이도 달라졌습니다. 사람의 속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기계의 속도로 급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느렸던 사람의 속도가 새삼 그립습니다."
생태운동가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은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초등학교에서 국어선생님으로 교편을 잡았던 그는 안성 칠장사에서 출가를 했다. 아이들과 칠장사로 소풍갔다가 접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오묘한 진리. 교사이면서 소설가였던 그가 지녔던 논리체계를 뒤흔들어버린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산중생활은 그가 생태운동을 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사찰생활의 면면은 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분임을 가르쳐주었다.
부목(나무를 해오는 소임)이 중요한 일과였던 행자시절, 썩은 나무를 해 온 그에게 故 석주 스님은 절대로 썩은 나무를 태우지 말라고 당부했다. 썩은 나무가 더 잘타고 좋지 않느냐는 그의 항변에 석주 스님은 썩은 나무를 부러뜨려 그 속의 벌레를 보여주었다. "이 나무를 태우면 화탕지옥이 따로 있겠느냐."
세상 속으로 나온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은 다시 교사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무도 하지 못한 생태운동을 시작했다. 굳이 불교를 말하지 않아도 그의 생태운동은 불교에 기반한 것이었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은 7월 1일 안성 도피안사에서 출판기념법회를 열었다. 그는 은사 광덕 스님에게 가장 먼저 책을 올리고 대중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는 무엇이 진정한 생명이냐고.
종이거울/1만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