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사립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아미타극락회상도''가 12년전 도난당했던 성보문화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화재에 대한 선의 취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백양사 성보박물관(관장 지선)은 6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불교미술박물관(관장 권대성)이 소유하고 있는 아미타극락회상도가 1994년 백양사에서 도난된 것이므로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은 구입 당시 도난품인지 알지 못했다며 선의 취득을 주장하고 있다.
선의 취득이란 민법 제249조의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때에도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규정으로 보호되는 제도다. 원소유자의 소유권 보호보다는 거래의 원활한 유통이 사회적으로 이익이 크다는 정책적 판단에 의해 만들어졌다.
선의의 취득자가 무권리자인 전주(前主)의 불법 점유 사실을 알지 못하고 매매, 증여 등의 유효한 거래 행위를 통해 구입했다면 선의 취득이 인정된다.
문화재의 경우도 구입 당사자가 장물인지 모르고 샀다고 주장하면 사실상 선의 취득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법의 맹점 때문에 문화재의 도난과 도난 문화재의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재는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의식이 결집된 역사적 산물로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특히 성보 문화재는 조성 목적이 신앙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만큼 순수한 매매품으로 거래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최근 다른 재화와 달리 유통을 촉진하거나 거래를 원활히 할 필요성이 없는 문화재에 대해서는 선의취득이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화재청이 2004년 12월 주최한 ‘문화재 도난 도굴 방지 대책 세미나’에서 주제 발제를 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신의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ㆍ경영국장은 “우라나라 동산문화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매장문화재의 90% 이상이 도굴되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문화재의 도난, 절도가 심각한 상태”라며 “문화재에 한해서 선의 취득제도를 제한함으로써 불법적인 문화재 수요을 차단하는 것이 도난을 줄이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문화관광위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도 6월 28일 문화재 거래 허가제, 선의 취득 배제 등의 내용을 담은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 의원은 “시장경재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결과적으로 문화재의 경우는 금전적 가치로만 여기게 되고 도난, 도굴, 불법거래가 성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화재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제정된 문화재 보호법에서조차 민법의 선의 취득 제도에 막혀 오히려 문화재의 거래를 장려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의 도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하루 속히 법 개정이 이루어져 문화재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우리나라의 민족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성숙한 문화 의식과 문화재의 보존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