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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한 소녀가 있었다. 어느 날 들려온 벽 너머의 소리. 소녀는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는다. 소녀와 소통하기 시작한 벽 속의 요정은 옛날이야기도 들려주고 소녀와 함께 노래도 부른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던 소녀는 벽 속의 요정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며 그렇게 성장해간다.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성장한 소녀는 결혼하고 그리고 황혼기를 맞는다.
2005 올해의 예술상, 2005 동아연극상 연기상, 2005 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지난해 각종 상을 휩쓴 ‘뮤지컬 모노드라마 김성녀의 벽 속의 요정’이 7월 6~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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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녀 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그동안 끊임없이 재공연 요청을 받아오다 3개 부분 수상을 기념해 앵콜 공연을 올리게 된 것이다.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사는 어린 딸과 엄마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당시의 실화를 토대로한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씨가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ㆍ각색했다.
5살 때부터 무대에 섰던 김성녀씨는 ‘최승희’ ‘게이오9년 조각구름’ ‘에비타’ ‘피가로의 결혼’ ‘심청전’ ‘춘향전’ 등 연극 뮤지컬 악극 마당놀이를 넘나들며 자신의 역량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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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의 요정’에서 김성녀씨는 50여 년의 세월을 배경으로 1인 30역을 소화해냈다. 지난해 6월 배우 김성녀의 첫 모노드라마로 세상에 선보인 이래 전회기립박수의 기록을 세우며 큰 화제와 호평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시 연극으로 돌아가 보자. 커가면서 벽 속의 요정이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소녀. 해방 후 좌우익의 이념 대립 속에서 억울하게 반정부 인사로 몰리게 된 아버지가 이념대립에 선봉에 선 사람들에게 쫓겨 벽 속으로 피신해 숨어살았던 것이다.
행상으로 힘겹게 삶을 이어가던 어머니는 베를 짜 장사를 시작하면서 경제적인 안정을 되찾는다. 늦은 밤, 고단한 몸을 끌고 베를 짜는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는 남몰래 수건을 뒤집어쓰고 베를 짰다. 하나 뿐인 딸의 결혼을 앞두고도 벽 틈으로 자신이 짜준 베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의 모습을 벽 틈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사면이 된 아버지는 짧지만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맛본다.
힘겨운 삶을 살아온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고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 ‘살아있는 건 아름다운 것’이라며 아버지를 격려했던 어머니도 세상을 뜬다. 어머니와 같은 나이가 된 딸은 어느 바람 부는 날, 벽 속에서 무슨 소리를 듣는다.
분단의 아픔을 경험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대상황과 벽 속에 숨어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했던 아버지의 애틋한 부성애, 가난과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 온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벽 속의 요정’은 가족과 사랑에 대한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02)747-5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