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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상담원 담교 스님으로부터 듣는 이혼예방법
“소중한 인연, 아끼고 이해하세요”
삽화=박구원
12만8천건. 지난 한해 국내 이혼 건수다. 비록 전년 대비 7.8% 가량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회는 지난해 2월부터 ‘이혼숙려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혼숙려제도란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나 ‘결혼한 지 1년 이내의 부부’가 협의 이혼을 신청할 경우 상담을 거쳐야 하는 제도다. 협의이혼 대상자들을 상담하는 가사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담교 스님에게 이혼의 행복한 가정생활과 이혼 예방법을 들어봤다.


Q: 불자로서 결혼과 이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A: 부처님께서는 부부를 인생의 길을 함께 가는 도반(道伴)으로서, ‘서로 부처되는 일을 돕는 관계’라 말씀하셨습니다.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해서는 전생에서부터 지중한 인연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하지만 부부가 현실적으로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가 되더라도 ‘악연(惡緣)’이라는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인연법을 통해 업의 고리를 풀어야지, 이혼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인연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Q: 배우자의 성격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A: 이혼을 원하는 부부 대부분이 ‘상대방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은 다르게 마련입니다. 성격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시작되고, 다른 점을 인정한다면 오해는 사라집니다. 보통 남녀는 자신과 상반된 성격의 사람에 끌립니다. 하지만 그 ‘다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따르지 않는다면 고통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활발한 성격의 여자가 자신과 다른 조용한 성격의 남자에 반해 결혼했다고 칩니다. 상대의 다른 성격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지 못한다면 여자는 종일 바가지를 긁고 남편은 그에 대해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전문가들이 행복한 가정의 조건으로 ‘서로 깊이 이해하고 현실에 만족할 줄 아는 태도’를 꼽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Q: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중입니다.

A: 일단 자신의 격렬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힌 후 ‘그래도 사는 동안 잠깐이라도 고마운 적이 없었던가’를 생각해 보세요. 당장은 힘들고 괴로워서 이혼이 최선책이라 생각하겠지만, 5년 후나 10년 후 내 모습이 어떨지,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들 중 자신의 미래와 아이의 장래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부는 헤어지면 남남이 되고 말지만 공동의 책임인 아이의 양육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부부간의 사이가 나쁠 지라도 아이에게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헐뜯지 말아야 합니다. 자칫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부정적인 엄마상(像), 아빠상을 정립하게 돼 자녀의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Q: 이혼을 할 때도 상담을 받아야 하나요?

A: 이혼상담은 단순히 이혼을 못 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서울가정법원이 이혼상담을 실시한 후 이혼취하율이 9% 가량 늘어난 것에서도 볼 수 있듯, 많은 부부들이 일시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이혼을 결심합니다. 물론 상습적인 폭력이나 견딜 수 없는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는 차라리 이혼으로 새로운 생활을 찾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하고 자신이 한 발 양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다면 성급한 이혼으로 후회하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Q: 이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혼을 예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신중한 결혼’입니다.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거나 상대방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혼 전 예비 신랑, 신부는 상대방에 대한 충분히 이해하고 현실로서의 결혼을 이해해야 합니다. 결혼 후에는 상대를 자기 방식으로 바꾸고 해석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상대가 나와는 다른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만 강요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부부관계도 결국 인연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그 어떤 인연보다 소중한 인연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더 행복한 가정을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6-06-26 오후 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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