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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 안에서 진료받는 거예요?"
[시방세계]'반갑다연우야' 청암사 의료봉사 현장
한인물입(閑人勿入)’. 선원이나 강원 앞에 걸린 팻말에서 볼 수 있는 문구다. 일 없는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다. 볼 때마다 참 뜨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용맹정진의 길을 한 치도 막지 말라는 서릿발 같은 경고로 들린다. 그런데 평소에는 좀처럼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지 않던 강원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것도 사미니 승가대학으로 이름 높은 김천 청암사의 문이. 반가운 친구를 맞기 위해서다.

학인들이 질서정연하게 진료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자, 다 왔습니다. 이제 다리만 건너면 돼요.” “통과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이렇게 큰 버스가 지나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 불령산(1317m)을 굽이굽이 올라온 대형버스가 마지막 관문인 청암사 다리를 간신히 건넜다. 꼭두새벽부터 서울을 출발해 청암사를 찾아온 이들은 조계종 중앙신도회 (사)날마다좋은날과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이 의료협약을 맺고 발족한 ‘반갑다 연우야’ 의료지원단이다. 지난 4월 의료소외지역인 농어촌 지역과 일반 산업현장, 외국인 노동자, 전국 사찰과 신행단체에 무료진료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발족한 최초의 불교계 연합의료지원단인 ‘반갑다 연우야’가 제1회 무료검진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6월 17일 청암사를 찾은 것이다.

진료를 기다리면서도 경전삼매에 빠진 학인들.


이날 봉사에서는 지난해 중앙신도회가 2억여 원을 들여 구입한 대형의료검진차량도 첫 선을 보였다. ‘반갑다 연우야’ 의료진이 타고 온 이 차량은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것으로, 기초체력, 시력ㆍ청력, 혈압, 혈액, 심전도 검사 및 흉부 X-ray를 찍을 수 있는 각종 의료장비와 자가발전기를 갖추고 있다.


높은 혈당 수치에 깜짝…“주스만 마셨는데 ”

고봉탑 옆에 임시진료소가 세워지고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불자회 ‘연우회’ 소속의 한의사와 의사, 간호사 2명과 채혈사 등으로 이루어진 의료지원단이 진료를 시작하자, 조용하기만 하던 도량에 순식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비구니스님들의 편의를 고려해 대중방에서도 진료가 진행됐다.


고참 학년 순서대로 대교과에서부터 사교, 사집, 치문 순서로 서 있던 학인들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 듯 “이 버스 안에서 진료를 받는 거예요?” “내년에도 또 오나요?” “연우(蓮友)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한 학인은 혈당검사에서 너무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을 보고 놀라는 의사에게 “검사 한 시간 전부터 음식 먹으면 안 된다고 해서 음식은 안 먹고 과일주스만 마셨다”고 답했다. “주스는 당도가 높기 때문에 혈당검사 전에 마셔서는 안된다”는 의사의 설명에, 그 학인은 재검사를 위해 한 시간 후에 다시 와야 했다.

반갑다연우야 의료지원버스 내부.


대교과 학인들은 여유로운 편이다. 따끔따끔한 채혈때 비명을 지르는 동료 학인들에게 “아프지도 않구만 엄살을 부려!”라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처음부터 의료진에게 “난 요거 안하고 한방진료만 할 건데요”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기도 한다.

반면 승가대학 1학년 치문반 학인들은 진료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경전을 외우느라 바쁘다. 손바닥만한 노트에 빼곡히 적힌 한자를 외우며 진료를 기다리던 선일 사미니는 “강원에 있으면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 방학이 아니면 좀처럼 진료를 받을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와 주시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연 인기를 끈 한방진료.


의료진 뒤에서는 ‘반갑다 연우야’ 소속 자원봉사자 5명이 의약품을 챙기고 의료진을 돕느라 바빴다. 황채운 자원봉사단장은 “(사)날마다좋은날에서 활동하던 자원봉사자 중 15명이 ‘반갑다 연우야’ 활동을 위해 따로 자원봉사단을 꾸렸다”며 “의료자원봉사를 펼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보훈병원에서 호스피스 교육도 따로 받는 등의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6월 17일 김천 청암사에서 제1회 무료검진봉사활동을 펼친 반갑다연우야 의료지원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청암사 비구니스님들과 한마음이 됐다.


산간벽지 주민들도 찾아간다

오후 6시까지 계속된 의료봉사활동은 주지 상덕 스님과 강주 지형 스님이 진료를 받고서야 끝마쳤다. ‘반갑다 연우야’ 김응중 단장(동국대 일산불교병원 흉부외과 교수)이 “전반적으로 스님들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 다만 장시간 수행에 몰두하다보니 위장계통이 약하고 관절염이 있는 스님들이 몇 분 계셨는데 꼭 동국대병원에 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지형 스님은 “‘반갑다 연우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이런 기회를 통해 수행에 매진하는 스님들이 자신의 몸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병원을 찾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덕 스님은 “앞으로 ‘반갑다 연우야’가 산간벽지의 사찰을 찾을 때 사찰지역주민들도 함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면 더욱 뜻 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진료를 마치고 석양을 받으며 다시 서울을 향해 출발하는 ‘반갑다 연우야’ 의료버스를 향해 청암사 비구니, 사미니 일동은 다리 너머까지 배웅을 나가며 오래도록 손을 흔들었다.

김천/글=이은비 기자 사진=고영배 기자 |
2006-06-22 오후 4:43:00
 
한마디
스님은 스님이고 사미니는 사미니지요. 정식으로 계도 안받았는데 그람 사미니보고 스님이라고 합니까.
(2006-06-27 오전 9:18:48)
80
선일사미니? 학인들 ? 스님들이 지거 친군지 교계관련기자들의 천하에 방지한 어투하고는..
(2006-06-26 오후 8:14:39)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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